뉴욕 여행 마지막 정리 2015.06.24

Posted by Soccerplus
2015.07.05 22:51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미국 여행 이야기



2013년 1월 8일에 도착하여 2013년 1월 26일 밤에 런던으로 떠났었다. 그리고 5개월 뒤에 한국으로 돌아왔다. 그때의 기억이 새록새록, 아니 새록새록이라기보다는 하나하나 다 남아있다. 뉴욕을 다시 올 수 없을 줄 알았다. 


이번 여행을 계획하면서 뉴욕은 갈 생각이 하나도 없었다. 이미 18일이나 있었던 그 곳을 내가 다시 갈 필요는 없었다. 그런데 굳-이 다시 가고 싶어졌다. 2년 5개월전의 내가 궁금했다.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얼마나 달라졌는지도 궁금했다. 혼자서 길을 잘 찾을 수 있을지도 궁금했다. 그때 느꼈던 그 기분좋음을 다시 느낄 수 있을지도, 환상으로만 남아있는 그 때의 맛이 정말로 그렇게 맛있었는지도 궁금했다. 12일 중 5일, 결국 나는 이 곳에 다시 한 번 가장 많은 시간을 머물게 되었다. 


월드 트레이드 센터, 하이라인 파크, 아웃렛 등등 가지 못한 곳도 많았고 이제야 나는 뉴욕에 가지 못한 몇몇 곳들에 발도장을 찍었다. 나의 뉴욕 여행 마지막 날, 나는 더 좋은 곳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굳-이 조금 더 익숙한 길들을 가보기로 했다. 라고 말하기보단 애초에 그 곳들을 조금 아껴놨다는 표현이 좀 더 어울릴 것이다. 마지막에 가는게 뭔가 구색에 더 어울리기도 했다. 그래서 굳-이 4일간 뉴욕을 다니면서 내가 다녔던 길을 모른 척 했다. 


다시 갔던 토토라멘은 2년 5개월 전 그 맛이 아니었다. 내가 한국에서 먹었던 일본 라멘보다 훨씬 더 맛이 없었다. 한 번 갈 때마다 40분이상 기다리던 사람들도 없었다. 그 사이에 2호점이 생기고 인테리어도 훨씬 더 깔끔해졌다. 늘 가면 있던 한국사람들도 없었고, 나의 테이블은 주방장님 바로 앞으로 바뀌었다. 


늘 경계해야 하는 일이 '추억 프리미엄'이라고 생각한다. 과거에 있던 모든 것들이 다 좋아보이고, 그 때가 그리운 것. 토토 라멘도 그 추억 프리미엄중에 하나였을까? 스파이시 라멘에 차슈도 추가했고 계란도 넣어 먹었는데 그냥 그랬다. 여행의 마지막이라 힘이 떨어져서 입맛이 없었던 걸까. 전날 저녁에 짐을 비우려고 먹은 컵라면 때문에 국물 생각이 덜 간절했던 것일까. 아니면 여름의 날씨 때문에 추운날 먹었던 라멘의 기억이 훨씬 더 좋게 느껴지는 걸까.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유니언 스퀘어에도 갔다. 그땐 유니언스퀘어가 어디에 있는지도 몰랐다. 14번가였던 것은 기억나는데 이게 어디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도 몰랐다. 지하철이 많이 몰리는 곳이었고 스타벅스와 푸드 엠포리움이 있었던 곳이었다. 충격적인 노팬츠데이를 두눈으로 목격했던 곳이기도 했다. 그땐 그렇게 추웠는데 너무 더웠다. 나는 2년 5개월동안 내가 눈으로 지나치던 버거 가게가 사람들이 극찬을 하던 파이브 가이스 버거 인 줄 알았는데 다시 가보니 파이브 냅킨 버거였다. 푸드엠포리움 위에 있던 피자집도 여전했고, 베스트 바이도 베이비즈알어스도 스타벅스와 치폴레도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걷고 걷고 또 걷던 그때의 그 곳이 여전히 그자리에 있었다. 듀에인 리드도 있었고 스타벅스도 있었다. 다만 새롭게 알게된 사실이 많았다. East와 West St가 있다는 것도 몰랐고, 소호와 첼시가 가깝다는 것도 몰랐고 34번가와 42번가가 엎어지면 코닿을 거리인 것도 몰랐고, 뉴욕의 날씨가 이렇게 좋을 수도 있다는 것을 몰랐다. 덤보가 이렇게 거대하다는 것도 몰랐고 씽크 커피가 맛있는 커피였다는 것도 몰랐다. 


그땐 분명히 뉴욕은 흥의 천국이었다. 어딜가나 사람들이 흥에 넘쳐있고 지하철역에는 공연이 계속해서 이어졌고, 사람들도 마치 비트를 타고 걷는 것 같았다. 그런데 다시 온 뉴욕은 관광객들의 천국이었다. 바보같이 관광객을 속이는 가게에 들어가 10달러를 날리기도 했다. 흥은 하나도 없었고 전세계에서 온 사람들만 보였다. 날씨탓일까, 너무 추워서 걷기도 싫던 그 때의 날씨가 그립기도 했다. 


공익을 마치고 내 인생에서 가장 큰 꿈을 꾸던 그 시기와 취직을 앞두고 있는 지금의 내가 조금은 많이 달라졌나보다. 어쩌면 진짜로 뉴욕이 달라졌는지도 모른다. 그때보다 많이 닳았고 많이 지쳤다. 그땐 꿈과 같아서 차마 입에도 못꺼냈던 회사에도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때가 그립다. 2015의 뉴욕은 조금 이상했다. 내가 꿈꾸는 내 인생의 최종 목적지인 그 뉴욕이 아니었다. 그때는 그렇게 추워서 해가 한 번 떠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아침 5시부터 오후 10시까지 그렇게 해가 떠있고서야 느꼈다. 해가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다시 또 이곳에 올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시 올 수 있게 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더 좋은 뉴욕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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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7.31 0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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