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욱국 잔류 의사'구자철, 이제는 미련을 놓아야 할 때

Posted by Soccerplus
2013. 5. 17. 08: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수많은 사랑을 다루는 드라마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주제는 과거의 여자와 그녀의 도움을 얻고 성공한 남자, 그리고 그에게 다가서는 새로운 여자의 삼각관계입니다. 너무나 뻔한 신파극이 되어버렸습니다만 여전히 많이 다뤄지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축구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자신을 키워준 팀과, 이제는 그 팀에서 성장을 거듭해 더 이상 그 팀이 담을 수준을 넘어버린 선수, 그리고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는 더 큰 구단의 이야기입니다. 감정이 우선이어야 할 연인관계에서는 과거의 여자를 버리는 것이 굉장히 나쁜 일이겠지만, 프로의 세계인 축구에서는 어떤 선택을 해도 무방합니다. 아니, 선수의 더 큰 성장을 위해서는 더 큰 클럽으로 가는게 맞습니다. 

얼마전 구자철 선수의 인터뷰에서 아욱국에 남고 싶다라는 이야기를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의 지난 인터뷰를 보았을 때 아우구스부르크에 대한 애정이 적지 않음을 느낄 수 있습니다. 팀의 잔류를 위해 지난 가을 부상에서도 수술이 아닌 재활을 선택했고, 사실상 시즌아웃을 통보받았던 지난 3월에도 팀의 플레이오프를 위해 몸상태를 만든다며 의지를 보였습니다. 결국 지난 바이에른 뮌헨전에서 복귀했고, 시즌 최종전과 2부리그 3위팀과의 플레이오프 경기에서 출전이 유력합니다. 

팀이 강등의 위기에 있고, 강등팀을 가르는 플레이오프에 진출한 마당에 프로선수가 자신이 필요할 때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당연한 프로의 이치입니다. 구자철선수의 프로의식은 이미 많은 팬들에게 알려져있는 것이고, 이번 사례에서도 확실하게 드러났죠. 볼프스부르크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던 구자철 선수가 아우구스부르크로 임대되어오면서 전소속팀에서는 받지 못했던 많은 기회를 받았고, 그 기대에 부응하며 지난 시즌 팀을 강등에서 구해내기도 했습니다. 본인에게는 분명히 잊지 못할 팀입니다. 

하지만 이야기가 다음 시즌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사실 지난 시즌 아우구스부르크로 1년 임대를 발표했을 때도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구자철 선수의 2011-2012 후반기의 활약은 리그 전체를 떠들썩 하게 만들정도로 특별한 것이었고, 많은 팀들이 그에게 러브콜을 보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구자철선수는 조금 더 익숙하고 기회가 보장되는 아우구스부르크로의 재임대를 택했습니다. 팀의 전력이 좋지 않다는 것을 알면서도 본인을 아껴준 팀을 택했습니다. 

구자철 선수가 다음 시즌에도 남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만, 이제는 아우구스부르크와의 미련을 놓아버려야 할 때입니다. 물론 이번 시즌 부상으로 절반이상을 날려버리긴 했습니다만 그가 복귀했던 몇 경기에서의 임팩트는 대단했습니다. 지난 시즌 후반기, 그리고 이번시즌 중반기의 모습은 분데스리가 중상위권클럽의 구미를 당기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실제로 그의 에이전트가 복수의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고, 그와 사이가 좋지 않았던 마가트 감독이 떠난 볼프스역시도 아우구스부르크보다는 훨씬 더 수준이 나은 팀입니다. 

더 이상 아우구스부르크에 남을 이유가 없습니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은 에이스입니다. 본인에게 주어지는 역할이 많죠. 하지만 경기력은 너무나 보잘 것이 없습니다. 후반기에 무섭게 치고올라왔습니다만 경기력에 기복이 심하고 주변 동료들의 수준도 매우 떨어집니다. 분데스리가의 수준이 많이 올라왔다고는 하지만 하위권팀들의 전력은 여전히 갈길이 멉니다. 매시즌 강등권에서 잔류경쟁을 해야하는 팀에 더 있겠다는 것은 그리 좋지 않습니다. 

구자철 선수는 활동량도 많고, 볼터치가 좋아 공을 소유하는 횟수가 많은 스타일입니다. 하지만 그렇기에 많은 수비들이 계속해서 달라붙게 되죠. K리그 시절에도 잔부상이 많았고, 이번 시즌을 보면 알 수 있듯 몸이 부상에서 자유로운 스타일은 아닙니다. 만약 아우구스부르크에 한 시즌을 더 남아 다시한번 상대 수비들의 집중견제를 견뎌내야 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면 그의 한 시즌이 아니라 선수 생명에도 이상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헌신적이라는 것이 팀에게는 큰 장점이지만, 그만큼 부상의 위험도가 높습니다. 

그를 원하는 원 소속팀도 있고, 그 팀이 정 싫다면 다른 팀의 관심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저런 포지션에 들쑥날쑥하게 나오던 과거와는 달리 공격형 미드필더라는 본인의 포지션에서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구자철 선수가 아우구스부르크에 다시한번 몸을 담아 답답한 경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성장이 필요하고 출장기회가 중요한 지동원이라면 아우구스부르크에 남는 것이 좋은 선택이 될 수도 있겠지만, 구자철에게는 1년 더 잔류하는 것이 득보다는 실이 많다고 생각됩니다. 아우구스부르크에 대한 애정또한 알고 있습니다만, 이제는 그에 대한 미련을 놓아버릴 때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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