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기억해야할 이란전 치욕의 패배

Posted by Soccerplus
2013. 6. 19. 07:39 축구이야기


어젯 밤 울산 문수경기장에는 두 팀이 2014 브라질 월드컵 본선진출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한 팀은 자신들의 국기를 흔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고, 다른 한팀은 고개를 떨군채 치욕스럽게 라커룸으로 향해야 했다. 이란은 마치 월드컵 우승이라도 한양 자신들의 국기를 흔들며 경기장을 가득채운 문수경기장 원정팬들앞에서 의기양양했다. 우리나라는 월드컵 8회연속 진출에 성공했지만 절대 기분이 좋을 수 없는 경기였다. 

한마디로 치욕이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수장인 최강희 감독은 상대팀의 수장인 퀘이로즈에게 모욕을 당했다. 상대팀 후보골키퍼가 최강희 감독에게 시비를 거는가 하면, 이란 선수들은 자신들의 국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아다니면서 우리나라 팬들에게 혀를 내밀기도 했다. 이란의 비매너는 뭐 익히 잘 알려진 바이다. 명불허전이라는 말이 떠올랐다. 그냥 화가날 뿐이었다. 

상대팀의 비매너 플레이보다 더 화가 난 것은 대표팀의 경기력이었다. 우리나라는 이런 이란의 더러운 모습들을 보지 않을 수 있었다. 우리가 오늘 경기를 압도했다면 답답한 것은 이란이 되었을 것이다. 우즈벡은 5:1로 이겼다. 우리가 이란을 이겨주었다면, 하다못해 비기기만 했더라도 이란은 오늘 경기가 끝나고 웃지 못했을 것이다. 이란의 비매너 플레이에 화가 났다면 우리나라의 답답한 플레이는 화를 넘어 분통이 터졌다. 

우즈벡이 만약에 조금 더 분발해 오늘 경기를 6점차로 이겼다면 우리나라는 월드컵 본선진출에 실패하고 플레이오프로 밀려났을 것이다 .지난주 경기에서 우즈베키스탄이 자책골을 넣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2위로 본선직행이 아닌, 3위로 플레이오프에 밀려났을 것이다. 그만큼 우리나라는 좋지 못한 성적으로 월드컵 본선에 진출했다. 당장 봐도 보이는 문제가 정말 많다. 그리고 결과보다 경기력이 훨씬 더 안좋다는 것은 경기를 단 10분만 봤더라도 알 수 있는 사실이다. 

대표팀은 이번 3연전에서 1승 1무 1패를 거뒀다. 당초 3승을 거두겠다던 최강희 감독은 목표의 절반도 달성하지 못했다. 많은 자원들이 공격진에 즐비한 상황이었지만 3경기에서 2골밖에 넣지 못했다. 3주간의 훈련기간이 있었지만 전술의 발전양상이 눈에 띄지 않았다. 홈 2연전에서 우리나라의 모든 공격루트는 미드필더를 생략한 채 김신욱과 이동국의 머리를 노리는 것이었다. 

대표팀의 포메이션은 4-4-2였지만 좌우날개에 공격수를 투입했다. 전문 윙어가 하나도 없이 공격수만 4명이 자리한 것이다. 미드필더 포지션을 원래 맡았던 선수는 이명주 한명이었다. 장현수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출장했지만 원래 센터백 출신의 선수이다. 왜 이런 상황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어제 이란전의 패배는 어찌보면 비정상적인 대표팀 운영속에서 당연한 결과였다. 

어찌되었든 최소한의 목표였던 월드컵 본선진출을 달성하긴 했지만, 우리나라는 어젯밤을 치욕적인 날로 기억할 것이다. 월드컵 진출사에서 늘 월드컵 본선진출 확정의 날은 경사의 날이었지만 이번만큼은 웃을 수 없다. 최강희 감독에게도 문제가 있지만 대표팀 선수들에게도 문제가 있다. 그리고 축협에도 문제가 있다. 오히려 월드컵을 1년남은 상황에서 대표팀을 구성하는 모든 구성원들의 문제가 드러난 것은 다행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런일을 사전에 배제시킬수도 있었던 상황이다. 

최강희감독은 K리그 최고의 명장이었지만 대표팀 감독으로는 좋지 못한 감독으로 기억될 것이다. 쫓겨나듯 대표팀을 떠난 조광래감독보다 더 평이 좋지 못한 듯 싶다. 차기 감독으로 홍명보 감독이 내정되었다는 소식이 있다. 그리고 지금 이상황에서는 누가 와도 최강희 감독보다는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 K리그의 팬들, 그리고 전북의 팬들이 그의 어쩔 수 없었던 여건을 근거로 삼으며 그를 쉴드치고있지만 경기력이 대표팀 최근 몇년간 최악이었던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최근 20경기에서 단 1패만을 했던 대표팀이 그 20경기보다 더 중요한 경기에서 패배를 했다. 그것도 단조로운 공격전술에 의지한 채 맥없이 패배를 당했다. 한번의 찬스를 내어줬고 골을 허용했고, 우리는 제대로된 찬스를 만들지 못했다. 우리나라가 아시아권팀들에게 질때, 특히 아랍권팀들에게 질 때 벌이는 일반적인 경기와도 다른 양상의 경기를 보였다. 레바논전, 우즈벡전, 이란전모두 대표팀은 정상이 아니었다. 

어젯밤의 치욕을 반드시 기억하자. 2014년 브라질 월드컵은 이제 1년도 남지 않았다. 11년전 이날 우리는 이탈리아를 연장전 골든골로 누른 날이다. 하지만 11년뒤 우리나라는 안방에서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그리고 모든 부분에서 납득이 갈만한 패배였기에 할말도 없다. 개선할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감독이 미리 선임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의 모든 월드컵 준비과정에서 어제 경기를 하나의 교훈으로 생각하고 있길 바란다. 2011년 일본 사이타마 원정에서 3:0 대패가 1년뒤 런던 올림픽 동메달로 이어졌듯, 오늘의 치욕이 1년 뒤 월드컵 본선에서의 성과로 나와주길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