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동원, 도르트문트행은 위험한 도박이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6. 23. 08:03 해외파 이야기/지동원



한 때 손흥민이 도르트문트에 갈 것이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마리오 괴체가 떠난 자리를 손흥민이 메울 것이라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손흥민은 도르트문트가 아닌 레버쿠젠을 택했다. 주전으로 출장을 하고 싶다는 것이 주된 이유였다. 손흥민은 본인의 인터뷰에서 직접 도르트문트보다 레버쿠젠을 택한 이유가 로테이션 멤버가 아닌 주전으로 뛰고 싶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손흥민의 이적이 레버쿠젠행으로 일단락난뒤, 독일에서 6개 팀의 관심을 받고 있다는 지동원이 도르트문트와 연결되어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처음에는 그저그런 루머중 하나로 생각이 되었지만, 가면 갈수록 도르트문트가 지동원을 원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한 것 같다. 도르트문트가 그에게 지불할 것으로 알려진 100억원이 넘는 이적료는 다소 과장된 면이 있겠지만 도르트문트가 그를 원하는 것은 그의 팬으로써 상당히 기분 좋은 소식이다. 

도르트문트는 독일에서 넘버 원투를 겨루는 클럽이고, 12-13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2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을 했던 전통의 강호이다. 이런 빅클럽에서 그를 원한다는게 너무나 기쁘기도 하지만 그의 기량이 도르트문트 수준에 맞는지는 아직 검증이 되지 않았다. 클롭 감독이 그를 절실히 원하는 것이라면 분명히 이적의 가치가 있지만, 나는 지동원의 도르트문트행을 위험성이 높은 도박이라고 생각한다. 

도르트문트는 독일에서 두손가락안에 드는 클럽이다. 마리오 괴체가 이적했지만 선발라인업을 본다면 월드클래스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지동원이 아우구스부르크에서 17경기 5골을 넣으면서 좋은 활약을 보이긴 했고 가능성도 무한한 선수지만 이들과는 분명히 차이가 있다. 완성된 전력이라고 생각되기보다는 팀의 미래를 책임질 유망주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지동원이 도르트문트에 합류한다하더라도 아우구스부르크만큼의 기회를 부여받기는 힘들 것이다. 아무리 도르트문트가 챔피언스리그에 나가는, 다른 독일팀보다 경기수가 많은 팀이라고 하더라도 그의 위치에는 많은 선수들이 있다. 그리고 여전히 도르트문트의 전력보강은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괴체롤을 맡아줄 선수를 구하는 중이다. 지동원이 괴체의 뒤를 이을만한 스타일이 아니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측면공격수, 공격형미드필더, 공격수등 많은 포지션에서 뛸 수 있기에 그를 로테이션멤버로 생각하는 것 같다. 활동량이 많고, 어느포지션에 놔도 준수한 경기력을 보여주는 선수기에 로테이션용으로는 이정도의 선수가 없기도 하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중요한 경기에 중용받기는 힘들 것이라 생각되고, 매경기 마음을 졸이며 교체찬스를 기다리는 시간이 더 많을 것이다. 

로테이션으로 나오면서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도르트문트에서 탑급으로 성장한 선수들이 그런 케이스들이다. 경쟁에서 이겨냈고, 클롭감독의 전술을 잘 이해한 선수들이다. 하지만 도르트문트도 최근 단장의 인터뷰를 본다면 '성장진행형'의 선수들보다 '완성형'의 선수들을 원하고 있는 것 같다. 성장진행형이라고 하더라도 세계적인 포텐셜을 갖고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것이다. 냉정히 말해 지동원보단 다른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이다. 

카가와도 그랬듯, 지동원이 깜짝스타가 되지 말란법은 없다. 하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이야기이다. 내가 도르트문트행을 도박이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잘 되면 정말 대박이지만 그렇지 못할 경우 경기기회를 상당수 잃어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동원이 주전으로 뛸 수 있으면서 아우구스부르크보다 수준이 나은 팀들이 분명히 있다. 독일 18개팀중 6개팀이 그를 원하고 있다.

선더랜드에서 벤치에도 앉지 못했던 지동원이기에 주전기회가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본인도 잘 알고 있으리라 믿는다. 언젠가 도르트문트같은 빅클럽에서 주전으로 뛴다는 것이 축구선수들에게는 크나큰 꿈이겠지만 꿈을 이루려면 지금은 많은 출장을 통한 성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91년생, 군면제까지 받은 훌륭한 자원이다. 최연소 프리미어리거, 올림픽 동메달, 그리고 독일 분데스리가의 유망주라는 엘리트코스를 밟아온 그이다. 더 큰 선수가 되기위해선 빅클럽이라는 타이틀보다는 더 많은 출장기회가 필요하다. 

도르트문트행을 찬성하고 싶지만 그전에 한가지 전제조건이 있다. 클롭감독이 그를 전적으로 원하고, 그의 미래에 대한 청사진이 있을 경우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라면 도르트문트행을 반대한다. 물론 탑클럽의 주전선수가 될 수 있으리라는 일말의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 확률을 믿고 이적을 한다는 것은 위험한 도박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