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볼프스 잔류보단 이적이 나은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3. 7. 9. 09: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구자철이 1년반동안의 아우구스부르크 생활을 끝내고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했다. 아우구스부르크의 하얀 유니폼이 떠오르던 그였는데 이제 볼프스푸르크의 초록색 유니폼을 입고 뛰는 모습을 보니 어색하기도 하다. 잔부상을 안고 뛰던 그였지만 올여름 충분한 휴식을 했고 결혼을 통해 심리적으로도 안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구자철의 진짜 유럽생활은 지금부터가 될지 모른다. 

1년반전, 구자철이 아우구스부르크행을 확정짓기전과 지금 볼프스부르크로 복귀한 상황은 무척이나 달라졌다. 모든 부분이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물론 구자철은 6개월만 복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올림픽을 통해 그 문제마저 해결했으며, 1년 반동안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에이스로 뛰면서 성장했다. 두 시즌이나 강등위기의 팀을 구해냈으며, 그로 인해 리그에서 주목받는 미드필더가 되었다. 거기에 그의 불규칙적인 출장으로 많은 욕을 먹었던 마가트감독도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리고 구자철은 볼프스부르크로 돌아왔다. 팀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겉돌던 18개월전과는 무척이나 다른 대우를 받고 있다. 팀은 그를 붙잡고 싶어한다. 볼프스에서 11개월, 그리고 아우구스부르크에서 1년 6개월을 뛴 구자철이기에 볼프스부르크가 낯설다는 생각도 들고, 아예 새로운 팀으로 들어왔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구자철의 입지가 예전보다는 훨씬 더 좋다는 사실이다. 

거기에 구자철을 강력하게 원하는 팀도 있다. 여름 이적시장이 시작되기 전부터 마인츠에서 그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다. 구자철을 중심으로 팀을 새롭게 재편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마인츠는 구자철 뿐아니라 지동원까지 동시에 영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면서 코리안 커넥션을 활용하고 싶어하는 모양이다. 볼프스부르크가 그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있지만, 아직 아무것도 정해진 것은 없고 이적 루머도 끊임없이 나오고 있다. 

물론 클럽 규모나 선수들의 면면으로 보았을 때 볼프스부르크가 이적가능한 다른 팀들보다 더 나은 팀임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것이 독이 될 수있다. 구자철이 가장 잘 하고, 그에게 잘 어울리는 포지션은 아무래도 공격형 미드필더일 것이다. 아우구스부르크에서도 그 자리를 맡았고, 그가 아시안컵에서 스타덤에 올랐던 포지션도 바로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올림픽때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볼프스부르크에는 브라질 대표팀 출신의 디에구가 자리하고 있다. 올여름 이적이야기가 돌기도 했었지만 팀에 잔류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가 팀에 남는다는 의미는 이번 시즌, 디에구가 이변이 없는한 팀의 중심이 되어 공격형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구자철의 실력이 뒤진다고 말하기는 힘들지만 디에구의 영향력과 그에게 지불하는 몸값은 볼프스내에서 최고이다. 

연습경기 두경기에서 구자철은 디에구와 함께 공존실험을 했다. 그의 포지션은 중앙미드필더였는데 그간 그가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다른 역할을 받아들었다. 좀 더 수비적인 역할에 치중했다. 공격시에는 구자철이 수비형 미드필더보다 더 아래자리에 내려와서 공을 받아드는 모습이었다. 스완지에서 기성용이 맡았던 포지션이었다. 그리고 이렇다할 특색을 보여주지 못했다. 무난한 연계능력을 보여주긴 했지만 그의 재능을 100%보여주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려웠다. 

구자철은 좀 더 전진된 위치에서 플레이해야한다. 하지만 부드러움과 연계능력이라는 그의 특징을 갖고 있는 팀내 경쟁자가 자리하고 있다. 그를 밀어내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디에구를 위해 구자철이 희생할 필요는 없다. 구자철은 늘 그가 중심이 되는 위치에서 더 빛을 발하는 타입이었다. 제주에서도 구자철이 공수에서 모두 중심으로 나섰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준 것이었고, 아우구스부르크, 런던 올림픽에서도 그랬다. 

팀에 남아야 하는 조건이 단순히 꾸준한 출장이라면 볼프스부르크에 남아도 괜찮다. 그를 이렇게까지 지키려는 모습을 감안한다면 어느정도 출장기회는 잡을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가 더 발전하고 싶다면 다른 팀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좀 더 그가 많은 역할을 부여받고 팀내에서도 더 좋은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팀을 찾아야 한다. 굳이 그를 희생하면서 구단에 남는 것은 재능의 낭비라고 생각된다. 

볼프스부르크가 이러한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빅클럽이거나 그가 애정을 담을 정도의 클럽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의 드림팀인 첼시와 같은 팀에서 이런 희생을 요구받는다면야 당연히 적응을 해야겠지만, 볼프스부르크가 빅클럽도 아니고 그가 희생을 할 필요는 전혀 없다. 단순히 팀에서의 대우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가 더 잘할 수 있고, 더 잘 어울리는 포지션을 찾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