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볼프스 남으려면 주연아닌 조연돼라

Posted by Soccerplus
2013. 7. 15. 09: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늘 구자철의 이적을 바래왔지만 이번 여름 이적시장의 동향과 볼프스부르크의 입장, 그리고 구자철의 인터뷰를 함께 보아하니 그는 잔류할 것 같다. 팀과 그가 비슷한 부분을 공유했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구자철도 팀이 그를 얼마나 필요로 하는지에 대해 확신을 갖게 된 것 같다. 어제 열린 프리시즌 경기에는 나오지 못했지만 1주일짜리 경미한 부상으로 보인다. 

내가 구자철의 이적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이유는 그가 볼프스에 남는다면 공격형 미드필더로의 출전이 힘들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를 강력하게 원하고 있는, 시즌이 시작한 뒤에도 볼프스부르크가 그를 판다고 한다면 그를 중심으로 스쿼드를 다시 짤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마인츠가 있다. 볼프스부르크를 빅클럽이라고 말하기 힘들기 때문에 구자철은 규모는 조금 작지만 마인츠에 가서 더 주목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왜 구자철이 볼프스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오지 못할까? 바로 디에구의 존재때문이다. 디에구, 한 때 브라질 대표팀에도 뽑혔었고 지난 시즌에도 리그에서만 32경기 10골 8도움을 올리며 팀내 최다 공격포인트를 올린 선수이다. 유벤투스에서도 잠시 뛰었던 적이 있지만 적응에 실패했다. 물론 실패하긴 했지만 유벤투스에서 군침을 흘릴정도의 미드필더이고, 분데스리가에서 다섯손가락안에 드는 공격형 미드필더라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디에구의 팀내 입지는 언터쳐블이다. 누가와도 건드릴 수 없는 위치이다. 팀내의 최고 스타선수이기도 하고, 전술이 그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이는 디에구가 큰 부상을 당하지 않는 이상 이번 시즌에도 유효할 것이다. 안타까운 것은 구자철의 포지션과 디에구의 포지션이 겹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볼프스에서 남으려면, 구자철은 디에구와 공존에 성공해야 한다. 이는 필수적이다. 디에구가 몇경기 좋지 않은 컨디션을 보여준다 하더라도 팀은 그를 주전으로 내세울 수 밖에 없다. 분데스리가 공식홈페이지에서는 구자철이 디에구의 백업으로 시즌을 시작할 것으로 이야기하고 있지만, 구자철은 디에구의 아래자리인 중앙 미드필더에서 활약할 것으로 보인다. 팀도 그를 필사적으로 잡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주전의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하지만 구자철이 디에구와의 공존에 성공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이다. 그리고 그의 플레이스타일을 고려해본다면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한다고 본다. 구자철은 늘 팀의 중심에 있을 때 자신의 실력을 십분 발휘하는 스타일이었다. 아우구스부르크, 제주, 올림픽대표팀등 그의 좋은 활약을 되짚어 보면 팀내 비중이 상당히 높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하지만 이제 볼프스부르크에서는 팀내 에이스인 디에구를 보좌해야하는 역할이다. 

어느정도 희생을 감수해야한다. 디에구보다 낮은 위치에서 포지션을 형성하게 될 것이 유력하기 때문에 그의 플레이는 공격만큼이나 수비도 중요하게 여겨질 것이다. 두경기의 친선경기를 본 결과 그의 포지션은 중앙 미드필더라고 말하기에도 애매한 위치였다. 공격시에도 활발히 공격에 가담하기 보다는 중원에 남아있는 느낌이었고, 특히 지공시에는 미드필더중에 가장 아래위치에서 공을 받았다. 

제주시절에 구자철이 중앙미드필더로 활약했다는 기대감을 심을 수도 있지만 그때의 팀내 비중과 지금의 비중은 비교할 수 없다. 그 당시의 구자철은 공수로 팀내 중심과도 같은 선수였고, 모든 플레이가 그의 발끝에서 시작했다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지만 지금 팀내 역할은 디에구에게 연결되는 패스를 연결해주고, 공격시에도 공수의 밸런스를 맞춰야하는 역할이다. 공을 가장 많이 잡는 포지션이 될수도 있겠지만, 공격형미드필더에서 보여주었던 욕심보다는 안정감을 보여주어야 하는 포지션이다. 

늘 주연에 익숙해져있던 구자철이지만 볼프스에 남기로 작정을 했다면 조연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그래야 선발의 기회가 주어질 수 있다. 전형적인 홀딩미드필더로 뛰기는 어려운 구자철이기에 그의 선발가능성은 홀딩과 공격형 미드필더를 이어주는 역할에 한정되어있다. 팀이 압도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지 못하는 팀이기에 강팀과의 경기에서는 공격보다는 수비에 집중할 가능성이 더 높다. 

아직도 구자철이 이적을 해야한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지만 기왕에 남기로 했다면 지금과는 다른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번 시즌은 구자철에게도 중요하고 월드컵을 앞둔 대표팀에도 매우 중요한 시즌이다. 팀내에서 꾸준한 기회를 얻으려면 공격본능보다는 팀플레이에 조금 더 집중을 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