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전, 승리보다 더 중요한 것

Posted by Soccerplus
2013. 8. 14. 09:00 축구이야기

홍명보호가 2기를 발표했다. 그리고 짧은 연습시간이었지만 다시 네번째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동아시안컵에서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지만 어느정도 가능성은 확실히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엔 페루와의 대결을 펼친다. 앞선 세게임동안 아시아팀을 상대로 싸웠지만, 이제는 진짜로 월드컵에서 만날수도 있는 남미팀과의 격돌이다. 대표팀 경기가 늘 그렇듯, 중요하지 않은 경기는 없다. 

페루는 지난 세차례 펼쳤던 동아시아컵 상대보다는 확실히 강한 상대이다. 특히 공격진의 무게진이 예사롭지 않다. 뮌헨의 클라우디오 피자로, 손흥민의 함부르크 시절 동료였던 파올로 게레로, 그리고 박지성의  PSV시절 동료였던 제퍼슨 파르판등 우리귀에도 익숙한 선수들이 자리하고 있다. 다른 선수들의 네임 밸류는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공격진만큼은 지난 동아시아 세팀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홍명보호도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기에 많은 선수들이 재합류했다. K리그에서 한팀당 두명씩으로 차출제한을 두었기에 몇몇 선수들이 빠지긴 했고, 중국에서 뛰는 김영권도 빠졌지만 그럼에도 전력자체는 좋아보인다. 지난 대회에서 좋은 평을 받았던 김진수, 그리고 수비진의 핵으로 떠오른 홍정호, 첫골의 주인공인 윤일록등 많은 선수들이 다시 이름을 올렸다. 이번 경기가 끝나면 국내파들의 실험보다는 유럽파의 호흡에 중점을 맞추게 될 것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정성룡이 아닌 김승규의 시험무대가 되었으면 한다. 정성룡은 지난 동아시안컵에서 유일하게 세게임을 풀타임으로 뛰었다. 그리고 우리나라 대표팀 선수들 가운데 가장 안정적인 위치를 갖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최근 몇경기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하루아침에 국가대표팀 골리를 바꾼다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에게도 경쟁의식을 심어줄 필요는 있다. 김승규는 울산에서 최근 김영광을 밀어내고 K리그 최소실점을 자랑하는 골키퍼이다. 그에게도 기회가 한번쯤은 주어져야 한다. 

수비진도 이번 경기에서는 강력한 도전을 받게 될 것이다. 홍정호와 호흡을 맞췄던 김영권이 소속팀 사정으로 인해 차출되지 못했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황석호가 자리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런던 올림픽에서 자신의 가치를 톡톡히 보여주었던 황석호와 홍정호의 조합이 기대된다. 그리고 상대팀의 베테랑 공격수들을 상대로 무실점 경기를 해주길 원한다. 수비라인을 확실하게 잡게된다면 공격진에게도 나비효과가 일어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가장 고민스러운 곳은 좌우풀백이다. 아마도 김진수와 이용이 선발로 나서게 될 것같다. 김진수는 지난 대회에서 두경기를 선발로 나오며 무난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데뷔전치고는 좋은 활약이었지만 풀백자리를 한번에 파고들 정도의 활약은 아니었다. 그리고 K리그에서 정말로 좋은 모습을 보였던 이용은 오히려 대표팀에서 그 활약보다 부진한 모습이었다. 오른쪽풀백자리를 채워줄 선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이용의 활약은 무척이나 시급하다. 

미드필더진은 어느정도 구색이 갖춰졌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김보경, 구자철, 기성용등 해외파가 있는 자리이기도 하다. 거기에 좌우공격수들은 대표팀에서 가장 좋은 폼을 보여주는 이청용과 레버쿠젠에서 훌륭한 임팩트를 보여주는 손흥민이 있다. 윙이나 미드필더가 답답하더라도 우리나라는 그보다 더 좋은 대체자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공격진은 답이 없다. 박주영은 팀을 못찾고 있고 이동국도 대표팀에서의 활약은 미약한 수준이다. 이번 경기에서 김동섭과 조동건이 자리를 잡았다. 김동섭은 이번 경기로 인해 세번째 테스트를 받게 된다. 지난 두 경기에서 그리 활약이 좋진 않았고, 아마도 이번 경기에서도 부진하다면 대표팀에서 자리를 찾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정말로 공격진에서 답이 나오지 않는다면 손흥민을 원톱으로 돌리는 방안이 있기도 하지만, 그는 언제까지나 차선책이다. 이번 경기에선 김신욱과 이동국이 모두 제외되었다. 홍명보감독이 원하는 공격수의 스타일을 알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최선은 컨디션이 좋은 박주영이겠지만 그를 기다리는 일은 현재로는 무의미한 것 같다. 공격진에서 지금 합류한 선수들이 새로운 희망을 보여줘야 할 시기이다. 

아직도 나는 경기 결과가 그리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비록 취임후 최다경기 무승기록이라는 오명을 쓰게 될수도 있겠지만, 여전히 다져가는 단계이다. 공격쪽에서 답을 찾을 수 없는 것은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대부분이 A매치에 나선 경험이 10경기도 채 안되는 선수들로 구성되었던 지난 대회에서 이 선수들에게 한두경기만에 스타가 되기를 바라는 것은 욕심이다. 나는 긍정적인 변화들을 여러차례 보았기에 결과보다는 여전히 내용에 집중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이제 출범한지 한달도 채 되지 않은 팀이다. 너무나 많은 부담을 안기지는 말고, 대표팀의 발전상에 집중했으면 좋겠다. 발전하지 못한다면 비판해도 괜찮다. 하지만 승리가 모든 것을 가져다준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