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이 보여준 포스트 박지성의 자격

Posted by Soccerplus
2013. 8. 26. 09:28 축구이야기


2011년 박지성 선수가 국가대표를 은퇴하면서 자신의 후계자를 묻는 질문에 손흥민과 김보경이라고 말했다. 당시 아시안컵에서 국가대표팀 데뷔경기를 갖고 데뷔골을 넣었고, 거기에 엄청난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시작했던 손흥민과 달리 김보경은 J리그에서 뛰고 있었다. 아시안컵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도 못했다. 손흥민은 당연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김보경은 약간 의외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2010년 월드컵 최종엔트리에도 포함되었던 김보경이었고 박지성이 매우 지능적인 선수라는 평을 하기도 했다. 

2011년, 조광래감독시절 김보경은 월드컵 예선에서 골을 넣으면서 대표팀의 새로운 희망이 되는 듯 했다. 하지만 부상이 겹치고 올림픽 대표팀 무대에 서면서 우리나라 팬들에게는 큰 눈도장을 받지 못했다. 거기에 잉글랜드 2부리그를 택하면서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던 것도 사실이다. 이번 시즌은 아마도 김보경의 풀경기를 좋은 화질과 좋은 해설로 들을 수 있는 첫 시즌일 것이다. 

지난 웨스트햄전은 조금 답답함이 느껴졌다. 물론 김보경뿐만아니라 모든 카디프 선수들의 공통된 부분이었다. 아마도 50년만의 1부리그 무대는 모든 선수들에게 약간의 부담을 주었을 것이다. 원정경기라는 점도 한몫을 했다. 이번 경기는 홈경기였다. 가장 열정적이기로 유명한 카디프 팬들이었고 2만 6천명의 팬들은 처음부터 끝까지 상대 맨시티 선수들을 압박했다. 

자신의 롤모델을 다비드 실바라고도 말한 적 있는 김보경은 오늘 경기에서 자신의 우상과 맞대결을 펼쳤다. 김보경과 다비드 실바의 대결, 왼발을 쓰고 공격형 미드필더의 포지션을 뛴다는 공통점, 그리고 스피드보다는 테크닉을 이용한 지능적인 선수라는 점에서 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많았다. 

김보경은 시작부터 인상적인 모습을 보였다. 잉글랜드 대표팀 수비수인 레스콧을 상대로 볼소유를 유지하면서 파울을 얻어낸 것이다. 균형감각이 완전히 무너진 상황이었지만 파울을 얻어냈다. 김보경은 두차례의 파울을 얻어냈다. 드리블을 하다가 딱 두차례 상대에게 걸려넘어졌는데, 그게 모두 파울로 연결되었다. 

김보경의 진가는 후반전에 드러났다. 특히 1:0으로 뒤지고 있던 순간 보여준 드리블을 오늘 경기의 백미였다. 김보경은 스피드가 그렇게 빠른 선수가 아니지만 볼을 다루는 기술이 좋은 선수이다. 공을 발 바로 앞에 두면서 단 한차례도 볼터치를 낭비하지 않았다. 상대 왼쪽 풀백 가엘 클리시를 완벽하게 제치면서 자신의 주발이 아닌 오른발로 크로스를 올렸다. 크로스는 정확했고 이는 조하트의 선방에 막혔으나 동료가 이를 리바운드 하면서 골로 연결되었다. 김보경의 첫 어시스트가 될 수도 있었던 순간이었다. 

두번째 골에서도 김보경은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했다. 중원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인 야야 투레와 맞서는 상황이었다. 엄청난 피지컬을 자랑하는 야야투레를 상대로 넘어지지 않고 그를 완벽히 벗겨냈다. 야야 투레가 발을 걸어 균형감에 문제가 있었지만 심판은 어드밴티지를 주면서 김보경의 공격전개를 유지시켰다. 김보경은 측면으로 넓게 벌려주었고, 이는 코너킥이 되어 다시 골로 연결되었다. 2:1로 역전이 되는 순간이었다. 

골을 넣지 못했지만 김보경은 팀내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 공격형미드필더로 나와 보여준 그의 패스성공률은 무려 91%였다. 상대의 압박이 매우 강한 위치에서 보여준 패스성공률이었다. 거기에 공격형 미드필더임에도 하프라인 안쪽에서는 상대를 계속해서 압박해주었다. 페르난지뉴와 야야투레와 마주칠 기회가 많았다. 활동량도 좋았고, 수비가담을 하다가 역습시에는 공격의 첨병역할을 하기도 했다. 

퍼디난드가 본인의 트윗으로 직접 김보경을 거론하기도 했다. 김보경의 드리블에 감명을 받았던 것 같다. 거기에 많은 외신들도 김보경의 활약에 놀라워하는 모습이다. EPL수준이다라는 말이 아니라 EPL에서 강력한 인상을 줄 수 있는 선수라는 평이 지배적이었다. 그만큼 김보경은 좋은 활약을 보였다. 상대가 맨시티였다는 점에서 더욱 더 점수를 줄 만 하다. 

박지성이 네덜란드로 떠난 상황에서 코리안 EPL리거들 가운데에서 박지성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유일한 선수가 김보경이다. 플레이스타일에서 차이는 있지만 김보경은 그의 방식대로 성장하고 있다. 기성용도 출장을 하지 못하고 지동원도 완벽한 주전자리를 꿰차지 못한 상황에서 김보경의 선전은 매우 반갑다. 이번 시즌 더 큰 일을 저지를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 가능성을 하나씩 현실로 만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