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김보경-최악 지동원, 희비교차한 EPL 3R

Posted by Soccerplus
2013. 9. 1. 08:46 해외파 이야기/지동원


기성용이 아직도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다른 두명의 EPL스타인 지동원과 김보경은 3경기에서 모두 선발로 나오면서 자신의 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모습이다. 카디프 시티의 김보경과 선더랜드의 지동원, 두 선수 모두 팀내의 유망주로써, 월드컵을 위해서도 자신의 입지를 다지는 중요한 시즌이다. 아직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확고하게 유지하고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더욱 더 그러하다. 

과거 박지성이나 지난 시즌 기성용처럼 팀에서나 대표팀에서나 확고한 존재가 아니기 때문에, 두 선수의 희비는 매주 교차할 수 밖에 없다. 본인의 성적도 중요하고, 팀이 다음 시즌 강등권에서 멀어지기 위한 사투역시도 펼쳐야 한다. 그리고 지난 3주동안 두 선수의 희비는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었는데, 어제 펼쳐진 3라운드는 그 절정이었다. 

김보경은 팀내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를 맡으며 경기가 계속될수록 발전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포지션이지만 미드필더라인까지 내려와주면서 수비가담을 해주기도 하였고, 폭발적인 드리블을 두차례 이상보여주기도 했다. 왼발에 중심을 두면서 상대가 예측한 동선 반대로 움직이는 모습에서는 메시가 엿보이기도 했다. 정말로 메시와 비슷한 자세를 갖고 있었으며 상대의 압박을 유연하게 벗어나는 모습이었다. 

김보경은 지난주에 이어 두번째로 골닷컴이 선정한 MOM에 선정되었다. 상대팀에는 맨유 이적설이 돌고 있는 펠라이니, 베인스등 수준급 선수들이 즐비했고 팀내 많은 선수들 사이에서도 군계일학이었다. 후반전에는 벨라미에게 오늘 경기에서 정말 유일한 카디프시티의 골찬스를 직접어시스트 하기도 했다. 아쉽게도 벨라미의 퍼스트터치가 원하는 방향으로 가지 않으면서 EPL첫 공격포인트는 다음 경기로 미뤄야 했다. 

지난 경기에서는 리오 퍼디난드가 김보경에 대한 극찬을 하더니, 어제는 아스날의 레전드인 마틴 키언이 그의 활약에 대해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내렸다. 맨시티전에서의 활약이 큰 인상으로 남은 것 같다. 야야 투레를 상대로도 밀리지 않았던 김보경의 활약을 높게 평가했다. 아직 3라운드밖에 진행되지 않았지만 김보경의 이번시즌은 유망주를 넘어 진정한 포텐셜을 터뜨리는 시즌이 될 것 같다. 

팀역시도 첫 경기를 패하긴 했지만 이후 맨시티-에버튼을 상대로 1승 1무를 기록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게 되었다. 승격팀에게는 시즌 초반이 매우 중요하다. 시즌 초반 분위기를 타지 못하면 빠르게 강등권으로 내려갈 수 있기 때문이다. 3경기 모두 어려운 경기에서 1승 1무 1패라는 나쁘지 않은 성적표를 받았고, 경기력도 그에 합당했기에 남은 시즌을 기대해도 될 것 같다. 

하지만 김보경의 경기가 끝나고 30분 뒤, 선더랜드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원정경기를 가졌다. 그리고 지동원은 이경기에서 리그 첫번째 선발 경기를 치뤘다. 지난 주중, 리그컵에서 최악의 모습을 보여주며 혹평을 받았던 지동원이었는데, 이번 선발 투입은 다소 이례적인 일이었다. 한편으로는 디 카니오 감독이 지동원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팀에서 아직 적응 하지 못한 지동원에게, 지난 경기 부진을 바로 만회할 기회를 준 것이다. 여기에 원정경기라는 점도 한 몫을 했다. 조금 더 부담을 놓고 경기를 치룰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동원은 팀메이트들과 호흡이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이었다. 오늘 새벽 열린 경기에서는 코너 위컴과 투톱을 이뤘는데, 두 선수의 동선이 자주 겹치게 되면서 투톱의 효율성이 떨어졌다. 코너 위컴의 아래에서 움직이며 위컴에게 기회를 만들어 줘야 할 지동원이었고, 지동원이 만든 공간을 위컴이 효율적으로 이용해야했지만 두 선수의 호흡은 최악이었다. 

지동원은 45분만을 소화하며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되었다. 지난 캐피탈원컵 MK돈스와의 경기에서도 조기 교체를 당했다. 시즌이 시작한지 3주만에 상당히 좋지 못한 상황에 놓이게 되었다. 설상가상 스티븐 플레쳐까지 팀에 합류하게 된다면 지동원의 설자리는 더 없어지게 된다. 팀내 전술 적응 문제만큼이나 심리적인 문제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본다. 

물론 지동원에게도 긍정적인 부분은 있다. 지동원을 상당히 높게 생각하고 있는 디 카니오 감독이 그를 이적시키지 않았다고 공언하면서 그의 입지를 보호해주려 노력하는 부분도 있고, 기성용이 팀에 합류하기도 했다. 심리적인 부분은 어느정도 해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팀의 전술에 녹아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팀의 성적도 좋지 않은 상황에서 그 불똥이 모두 지동원에게 튈 수도 있다. 

두 기대주의 희비가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아직 3라운드밖에 하지 않은 이번 시즌이지만, 한 선수에게는 탄탄대로가, 한 선수에게는 험난한 길이 보이는 듯하다. 한 선수에게는 지금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꾸준한 노력이, 다른 한 선수에게는 지금 상황을 타개하려는 더 큰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