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챔 결승, 공중파에서 보고 싶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0. 26. 08:00 K리그 이야기


오늘 저녁에는 이번 시즌에 가장 중요한 경기중 한경기가 펼쳐진다. 뉴캐슬을 상대로 타인위어 더비를 펼치는 기성용의 선더랜드의 경기도 아니고, 노리치와 맞대결을 벌이는 김보경의 카디프도 아니다. 손흥민과 홍정호가 맞대결을 펼칠 경기도 아니다. 바로 우리나라 K리그의 대들보인 FC서울과 광저우 에버그란데의 아시아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이다. 그 어떤 경기보다 관심이 가고 중요한 경기라고 생각한다. 

지난해 울산이 아시아챔피언의 자리를 가져왔다. 이근호는 아시아 올해의 선수에 뽑히기도 했다. 만만치 않은 상대로 3:0의 완승을 거두면서 많은 축구팬들을 기쁘게 했다. 작년 알 아흘리를 상대로 철퇴를 몰아치며 우승을 했던 울산이었고, 올해는 서울이 그 자리에서 다시한번 우승을 노린다. 단판으로 이뤄졌던 작년과는 달리 올해는 홈 앤드 어웨이로 펼쳐진다. 1차전은 서울에서 2차전은 광저우에서 펼쳐진다. 

상대는 2006년 이탈리아의 월드컵 제패를 견인했던 마르셀로 리피감독이 이끌고 있다. 그에 반해 서울은 아직도 감독 커리어가 그리 많지 않은 최용수감독이다. 감독의 프로필로만 따져서는 비교가 되지 않는 팀이다. 서울에는 데몰리션 콤비가 있지만, 브라질에는 수십억의 연봉을 자랑하는 용병3인방이 무섭다. 왠만한 빅리그 빅클럽에서 뛰어도 문제가 없는 선수들이다. 엘케손, 무리퀴, 콘카의 삼각편대는 리그 28경기 72골이라는 무시무시함을 보여주고 있고 4강에서도 가시와를 상대로 2경기 8골을 몰아쳤다. 

아시아의 최강자를 가리는 게임이다. 그리고 상대는 돈의 논리로 물든 중국팀이다. 그리고 우리는 K리그의 빅클럽으로 자리를 매겼으며 고요한, 하대성, 차두리, 윤일록등 대표팀 자원과 데몰리션콤비가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는 FC서울이다. 분명히 엄청난 경기가 될 것이다. 상대가 조금 더 우위에 있는 전력이라고는 하지만 최용수감독이 이끄는 FC서울은 아챔 홈경기에서 9경기 8승 1무라는 엄청난 성적을 자랑한다. 홈에서 상대를 어떻게 상대해야하는지 잘 알고 있고, 1차전의 성적은 2차전에서도 유리한 경기를 이끌어 갈 수 있도록 만들것이다. 

하지만 이런 경기를 공중파에서 볼 수 없다. KBS측은 공중파 방송을 위해 경기를 오후 3시로 옮겨달라는 요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고 말았다. 이 경기는 방송사의 요청에 의해 옮겨질 수 있는 경기가 아니다. 아시아 대륙의 축제이며, 아시아 축구의 최강자를 가리는 자리이다. 한국, 일본뿐 아니라 중국과 동남아 중동과 중앙아시아까지 생중계가 되어야 하기에 시간대가 맞지 않는 오후 3시경기는 이뤄질 수 없다. 방송사의 논리에 따라, 그리고 늘 국내리그를 그렇게 다뤄왔기에 말도안되는 요청을 했고, 망신만 당했다. 

결국 토요일 오후 7시 30분에 열리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는 공중파로 시청할 수 없게 되었다. 케이블 스포츠 3사가 동시중계를 한다고는 하지만 그 파급력은 공중파에 비할수가 없다. K리그가 대표팀의 근간이 된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 클럽의 차원을 넘어 두 나라의 자존심대결이라는 점에서도, 감독과 선수면면의 비교를 보더라도 빅매치일수 밖에 없는 경기지만 우리나라의 공중파에서는 이 경기를 볼 수가 없다. 

어제 저녁에는 삼성과 두산의 한국시리즈가 예상보다 오래 진행되었기에 8시뉴스를 11시가 되서야 방송했던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금요일 6시부터 11시까지 야구에 내어줄 정도로 야구친화적인 국내방송사들은 올해를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축구경기를 방송해주지 않는다. 공중파 방송을 위해서는 3시로 옮겨야 한다고 말한다. 씁쓸한 마음을 지울수가 없다. 야구와 축구가 방송사차원에서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은 알지만, 공영성의 측면에서는 아챔결승은 공중파에서 틀어줘야 맞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외면을 해놓고, 내년 월드컵시즌에는 앞다투어 축구채널, 월드컵채널을 내세우며 등돌린 축구팬들을 어르고 달래려할 것이 뻔하다. 아니, 축구팬이 아니더라도 월드컵은 보니까, 이들에게 굳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결승전을 방송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주변의 친구들을 보니 아직 아챔 결승이 열리는지도, 그리고 그 경기가 바로 오늘인지도, 상대가 리피와 김영권의 광저우인지도 모르는 사람이 많았다. 리그와 구단측의 한계가 분명한 홍보전략도 아쉽다. 홍보가 더 잘되었더라면 공중파 방송도 어렵지 않았을 것이다. 

EPL 경기를 K리그보다 훨씬 더 쉽게 볼 수 있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국내리그의 중요성은 백번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내년 월드컵을 앞두고 상당히 중요한 상황에 놓인 우리나라 축구이다. 그리고 올시즌을 마무리할 가장 중요한 경기를 지상파에서 보지 못한다는 것은 너무나 아쉽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