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부터 국가대표팀 축구 경기가 기다려 진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16.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대표팀 경기만 보면 답답하고 짜증이 났던 시절이 있었다. 변하지 않는 조광래감독의 고집을 보았을 때도 그러했고, 임시직이라는 미명(?)하에 단조로운 공격을 유지하던 최강희 감독 시절도 그러했다. 그래도 매번 우리나라 대표팀이라고 새로운 얼굴에 대한기대, 새로운 선수들에 대한 기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의 경기력은 그렇게 쉽게 좋아지지 않았다. 우리나라 팬들이 외국인 명장을 원한 이유도 최근 몇 년간 국가대표팀 경기력이 좋지 않았던 이유를 국내파 감독이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홍명보 감독이 지휘봉을 들었을 때에도 많은 팬들이 기대보다는 실망감을 표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홍명보감독이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얻었지만, 외국인 명장이 이끄는 카리스마를 보고 싶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런 실망감은 홍명보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뒤 몇차례 평가전에서 극에 달했다. 동아시아대회에서도 좋은 경기력 끝에 득점을 올리지 못했고, 이후에 열린 평가전에서도 주도권을 가져왔지만 골을 넣지 못했다. 원톱자원의 선수들이 자리를 잡지 못했다. 홍명보가 추구하는 방향은 알겠으나, 팬들은 답답한 골결정력과 경기결과를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매번 비슷한 경기양상이 펼쳐졌고, 홍명보가 선호하는 선수들의 기용이 밉게 보여지기도 했다. 

하지만 홍명보는 부임한지 5개월동안 자신의 뚝심을 이겨냈다. 매우 힘든 자리일 것이다. 그리고 어느순간인지는 모르겠지만(아마도 브라질전을 기점이라고 생각한다) 대표팀의 경기가 기대가 되기 시작했다. 이청용과 손흥민의 좌우날개가 자리를 잡기 시작했고, 포백들의 균형이 맞아가게 되었으며, 기성용이 중심을 잡은 중원라인도 탄탄하게 느껴졌다. 김진수라는 새로운 희망의 성장세도 눈에 띄고, 김영권과 홍정호의 센터백조합도 성인무대에서 통할 수 있음을 느꼈다. 

그렇게 하나씩 하나씩 경기마다 문제들을 해결하면서 홍명보호는 성장해왔다. 이제는 하나의 팀이 된 듯한 모습이다. 이청용과 손흥민이라는 좌우쌍포가 터져주면서 골에 대한 부담감이 어느정도 해소되었다. 김보경과 구자철등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자원이 부진에 빠졌지만 이번 경기에서는 이근호가 물만난 고기처럼 활약을 해주면서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번 스위스전에서는 마지막 조합이던 원톱자원까지 채웠다. 1기 선발이후 4개월만에 소집된 김신욱의 경기력은 대단했다. 헤딩은 물론이고 많은 활동량과 연계를 통해 상대방에게 위협이 되었다. 김신욱을 좀 더 이른 시기에 뽑을 수 있었지만, 홍명보 감독은 팀이 완성될 때 까지 김신욱을 뽑지 않았다. 어느덧 습관이 되어버린 김신욱의 머리를 이용한 공격을 피하고자였다. 

1년 5개월동안 A매치 경기에서 패배가 없던 스위스에게 패배를 안겨주었다. 세계적인 명장이자 스위스의 감독인 히츠펠트감독은 골키퍼가 아니었다면 더 많은 골을 먹혔을 것이며,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지 않길 바란다라는 말을 남겼다. 물론 스위스가 전날 입국을 했고, 주전들이 빠진 1.5군의 전력이라고 할지라도 분명히 좋은 팀임은 분명하다. 그런 팀의 감독에게 이런 찬사를 들었다는 것은 분명히 고무적인 일이다. 

다음 경기는 러시아와의 한판 승부이다. 러시아는 1군멤버를 모두 이번 경기에 출장시켰고, 경기도 우리나라 안방이 아닌 아랍에미레이트에서 펼쳐진다. 원정에서 경기를 펼치는 것은 홈에서 펼치는 것과는 사뭇 다를 것이다. 그리고 홍명보호가 아직 넘지 못한 벽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러한 벽들을 하나씩 넘어섰던 홍명보호이기에 원정에서의 익숙치않은 분위기들도 잘 이겨낼 것이라고 생각한다. 

생각보다 빠르게 팀을 만들었고, 한경기 한경기 발전해나가는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그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 너무나 즐겁다. 내년 브라질 월드컵을 위해 남은 시간은 이제 불과 7개월, 많은 우여곡절을 겪어왔지만 앞으로 한경기 한경기 더 발전하는 모습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