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쉬웠던 러시아전이 남긴 10가지 교훈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20. 08:3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전반전까지만 해도 참 좋은 경기였지만, 후반전들어 아쉬움을 노출했던 평가전이었다. 패배라는 결과는 아쉽지만, 평가전의 의미는 살렸던 경기였다. 후반전 중반 이후 주전선수들이 교체되면서 좀 어수선한 경기를 펼쳤지만, 이번 평가전을 통해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었다. 

1. 러시아는 좋은 평가전 상대였다

홈에서 만났던 브라질만큼이나 러시아는 좋은 상대였다고 생각한다.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조직력을 우선시하는 팀이었다. 우리가 롤모델로 삼을만한 가치가 있는 팀이었다. 조별예선에서 포르투갈을 물리친 저력을 가진 팀이다. 우리가 월드컵에서 만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팀이다. 상대는 거칠게 우리를 몰아붙이며 강한 피지컬을 보여주었다. 거친플레이에 움츠러들었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번 러시아를 통해 동유럽팀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 수 있었다. 

2. 홈과 원정은 달랐다

이번 경기는 홍명보호의 첫 원정이었다. 홍명보호는 금요일에 경기를 치루고 3일의 휴식기간 뒤 경기를 치뤘는데, 어느정도 한계점이 나타났다. 많은 선수들이 체력의 문제를 호소했고, 경기장적응에도 어려움을 보이는 듯한 느낌이었다. 늘 열광적인 응원과 함께 하던 대표팀 선수들이 집중력을 많이 잃어버린 장면은 분명히 바꿔나가야할 점이었다. 대표팀이 왜 원정평가전을 많이 치뤄야 하는지를 알려주는 경기였다. 

3. 정성룡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정성룡이 다시한번 실수를 범하며 골을 허용했다. 매우 아쉬운 타이밍에 나온 실점이었다. 평소의 그였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었던 볼이라고 생각한다. 그 이후에도 몇차례 아쉬운 클리어링을 보여주면서 공격 전개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 심적인 부담이 매우 큰 모양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무턱대고 그를 출장시키는 것보다는 시간을 주면서 차츰차츰 멘탈을 회복하게끔 하는 것이 옳다라는 생각이다. 내년 전지훈련에서 그의 폼을 다시 끌어올려주기를 바란다. 

4. 기성용의 존재감은 너무나 컸다

이번 경기에서 가장 큰 존재감을 보여준 선수는 기성용이라고 생각한다. 중원에서 나왔던 많은 선수들 가운데 가장 독보적인 경기력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볼배급의 90%가 그의 발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그가 있고 없고의 차이가 매우 크게 느껴진 경기였다. 후반 중반 그가 교체되자, 중앙을 통한 볼배급이 사라져버렸다. 압박이 들어와도 쉽게 볼을 키핑하면서 선수들에게 연결해주는 그의 영향력은 대단했다. 

5. 이청용과 손흥민이 막히면 힘을 쓰지 못했다

말그대로이다. 이번 경기에서는 이청용과 손흥민의 컨디션이 좋지 못했다. 유럽에서 한국으로 건너왔다가 다시 아랍에미레이트로 넘어가면서 시차적응을 떠나 역시차현상을 겪게 되었다. 피로도가 높을수밖에 없다. 그리고 두 선수가 좋지 못한 컨디션을 보여주자 측면에서 활로를 뚫지 못했다. 두 선수에 대한 의존도가 적지 않은 팀이 되었다는 사실을 느꼈다. 그리고 두 선수가 부진할 때 이를 이겨낼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6. 김신욱의 존재가치, 브라질까지 이어져야 한다

김신욱은 자신의 A매치 두번째 골을 넣으며 자신의 존재가치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었다. 동유럽의 강한 피지컬을 갖고 있는 상대에게도 전혀 밀리지 않으며 골을 기록했다. 그의 골은 매우 고무적이다. 많은 출장경험에 비해 골이 없었던 그에게는 이번 경기가 큰 자신감으로 다가올 것이다. 김신욱이 있었다면 후반전 어떤 변화가 일어났을지 알 수 없다. 

7. 이근호는 주연보다 조연에 어울린다

이근호의 오프더볼 움직임은 국내에서는 따라올자가 없다. 이청용, 손흥민과 같은 에이스 선수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를 만들어주는 도우미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그가 주연이 되었을 경우에는 어느정도 한계를 내보였다. 후반전 손흥민과 이청용이 나가자 그가 주장완장을 차고 공격진의 중심이 되었지만, 드리블과 마무리에서 투박함을 보여주었다. 그의 활용가치는 다른 에이스급 선수들이 있을 때에 더 빛이 나는 듯 하다. 

8. 좌우풀백, 여전한 숙제이다. 

오늘 경기에서는 이용과 김진수대신 신광훈과 박주호가 좌우풀백으로 나왔는데, 매우 불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박주호는 활발한 오버래핑능력을 보여주었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상대는 집요하게 오른쪽라인을 타고 들어왔고, 박주호는 공간을 많이 노출하면서 첫번째 실점의 빌미를 주었다. 오른쪽 풀백으로 나온 신광훈 역시도 부족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크로스도 부정확했고, 패스를 이어나가는 과정에서 세밀하지 못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다. 김진수는 자리를 어느정도 잡았지만, 이용이 지키는 오른쪽 풀백자리는 좀 더 고민을 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9. 소속팀에서 활약을 못하는 선수, 대표팀에서도 활약하지 못한다

이번 경기에서는 김보경과 지동원이 교체로 출장했다. 그리고 두 선수모두 미미한 활약을 보여주었다. 특히 지동원은 거의 경기에 모습을 비추질 못했다. 선더랜드에서도 기회를 잡지 못하며 후보로 밀려난 선수인데, 굳이 대표팀에 데려와 시험을 해볼 이유가 있나 싶다. 카디프에서 후보로 밀려난 김보경의 컨디션도 좋아보이지 않았다. 김보경과 지동원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바이지만, 소속팀에서의 활약이 어느정도 전제가 되어야 대표팀 선발을 하는 것이 맞지 않은가라는 생각이다. 

10. 기성용의 파트너, 한국영이 그리웠다

기성용의 파트너로 박종우가 낙점되었다. 지난 경기에서는 장현수가 나와 아쉬웠던 기억이 있었고, 박종우는 올림픽때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주었기에 좋은 궁합을 기대했다. 하지만 올대와 국대의 박종우는 달랐다. 부산에서 팀의 중심으로 뛰던 박종우였기에 어느정도 플레이스타일의 변화가 있었고 국가대표팀 유니폼이 조금은 부담으로 작용되지 않나 싶다. 기성용의 짝으로는 수비력을 갖춘 수비형미드필더가 적격이라는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말리와 브라질전에서 맹활약했던 한국영이 있었더라면, 이라는 생각을 지울수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