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명보호, 일본 상승세에 조급해하지 말자

Posted by Soccerplus
2013. 11. 22. 09: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일본이 네덜란드와 벨기에를 상대로 선전을 했다. 일본은 네덜란드를 상대로 2:2 무승부, 벨기에를 상대로는 3:2 승리를 거뒀다. 1.5군 스위스를 상대로는 2:1승리를 거뒀지만 다시한번 주전을 대거 제외한 러시아를 상대로는 1:2로 패한 한국과 비교되는 행보이다. 더군다나 일본은 두 경기모두 원정경기였다. 홍명보호는 출범 뒤 단 한경기밖에 원정경기를 치루지 않았다. 

2011년 여름, 일본 사이타마에서 홈팀에게 3:0으로 완파한 이후, 우리나라와 일본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카가와와 혼다뿐만 아니라 나가토모, 기요타케, 우치다 등등 해외에서 성공하는 일본 선수들이 많아지고 있다. 일본은 개최국 브라질 다음으로 월드컵 출전권을 확정지었고, 지난 여름에는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강호들을 상대로 경험을 쌓았다. 베스트 11은 일찌감치 정해진 느낌이고, 이제 조금씩 수정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다. 늘 '역대급'이라는 말을 했지만 일본은 이번 대회에서 정말로 큰 사고를 칠지도 모르는 전력을 보여주고 있다. 

그에 반해 우리나라는 2011년 여름이후 어려운 시기를 거쳐야 했다. 대표팀의 감독이 두명이 바뀌었으며, 대표팀의 주된 전력이었던 박주영과 기성용이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대표팀을 떠나야하는 처지에 이르렀다. 박지성과 이영표가 대표팀에서 은퇴했고, 새로운 희망들이 대표팀에서 완전히 자리를 잡지 못했다. 아니, 그럴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다. 가까스로 최종예선을 통과했으며, 이제 남은 시간은 7개월이다. 그리 많은 시간이 남지 않았다. 

늘 국제대회에서 일본과의 대결은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다. 일본이 큰 대회에서 잘하면 우리는 부러울 수 밖에 없고, 일본이 저정도 하는데 우리는 왜 이 것밖에 못하냐는 조급함을 느낄 수도 있다. 2006년 월드컵 일본과 호주와의 경기에서 호주의 극적인 역전승에 누구보다 신났던 것은 우리나라 국민이었으며, 2010년 16강행이 결정되는 일본과 덴마크의 경기에서도 덴마크를 열렬히 응원했다. 그만큼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잘해야 한다는 자존심이 크게 작용되는 것이 월드컵이라는 대회이다. 

일본은 완성된 팀으로, 이제 조직력과 경험을 쌓는 최후의 단계를 거치고 있다. 이미 최종예선을 통해 카가와와 혼다의 공존을 완성시켰다. 거대한 재팬 머니를 앞세워 강호들과의 평가전도 무리없이 치뤄내고 있다. 일본이 월드컵에서 얼마나 좋은 활약을 보여줄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우리나라보다 강한 전력을 갖고 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일본의 상승세에 조급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과정도 중요하지만 월드컵에서 어떤 결과를 내느냐가 정말로 중요하다. 2002년 역대급 꿀조에 속했던 일본은 최악의 조편성표를 받아들였던 우리나라를 보고 통쾌해했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2010년 월드컵에서도 우리나라보다 일본이 덴마크, 카메룬, 네덜란드와 한조가 되면서 어려움을 예상했지만 16강에 진출하고 8강에 더 가까이 갔던 것은 일본이었다. 일본은 경기전까지 평가전에서 좋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우리나라에게 2:0으로 패하면서 완전히 자존심을 구겼다. 하지만 결과는 달랐다.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하느냐가 더욱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일본이 부러울 수는 있다. 물론 많이 부럽다. 좋은 자원들을 보유하고 있고, 좋은 지원을 동반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주전이라고 말할 수 있는 자원들이 팀에 절반도 되지 않으며 팀이 완성되었다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미리 완성을 해놓고 월드컵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일본입장이라면, 월드컵을 목표로 완성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이다. 

하지만 일본의 상승세에 조급해져서 홍명보호를 흔들지는 않길 바란다. 지금부터 7개월 짜여진 시나리오대로 열심히 준비를 해도 어려운 것이 월드컵이다. 앞으로 7개월동안은 홍명보감독의 지휘아래 우리나라가 필요한 실험을 마음껏 해보고, 전력을 갖추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일단 내년 1월 국내리거를 중심으로 한 전지훈련을 통해 옥석가리기를 시도해볼 수 있고, 2월, 3월에 평가전의 기회도 있다. 월드컵을 앞두고는 3~5차례의 평가전 기회를 더 얻을 수 있다. 앞으로 10경기정도의 담금질을 할 수 있는 대표팀이다. 

4년에 한번씩 돌아오는 월드컵이다. 이번 월드컵을 통해 다음 월드컵을 대비한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 그리고 월드컵에 좋은 전력을 갖고 있었다기 보다는 그 전력이 어떤 결과를 냈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다. 과정도 중요하겠지만 결과는 더 중요한 것이 4년에 한 번 열리는 월드컵이다. 대표팀이 가장 중요시하게 여기는 대회이고, K리그며 모든 선수들의 꿈이기도 하다. 조급함과 부러움은 내년 6월이후 대표팀의 결과를 받아든 이후에 해도 늦지 않다. 

아직 조추첨이 되지도 않았다. 역대급 죽음의 조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우리가 죽음의 조에 걸릴 수도, 혹은 일본이 죽음의 조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다. 조추첨을 하고 양국의 입장이 어떻게 바뀔지도 모른다. 그리고 조추첨이 불리하든 유리하든, 우리나라는 우리가 가야할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다음 월드컵에서는 일본을 본받아 좀 더 장기적인 혜안을 가지고 대표팀을 운영해야 한다는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