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의 기적같은 우승, 이것이 축구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12. 2. 10:11 K리그 이야기


지난 주말에는 기성용, 김보경이 출장했고, 손흥민이 두 골을 넣었다. 김보경이 다시 주전으로 돌아왔다는 것, 팀 내에서 기성용의 입지가 엄청나다는 것, 손흥민의 골결정력은 혀를 내두를 정도라는 것을 확인했다. 하지만 더욱 더 중요한, 그리고 더 큰 이벤트가 있었다. 바로 그 것은 K리그 클래식 결승전이나 마찬가지였던 울산과 포항과의 경기였다. 그리고 이 경기는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골로 끝이 났다. 

울산의 우승이 무난해 보였지만, 지난 경기에서 덜미를 잡히면서 포항에게 마지막 기회가 생겼다. 승점이 2점 차이였지만 포항이 이긴다면 K리그 클래식의 챔피언 타이틀은 포항이 가져가게 되는 것이었다. 지난 부산전에서 후반 종료직전 아쉽게 역전을 허용한 울산이었고, 이 것은 K리그 클래식에 결승전이라는 타이틀이 붙은 경기를 선물했다. 

울산은 전체적으로 수비를 택할 수 밖에 없었다. 공격을 맡고 있는 두 개의 축인 김신욱과 하피냐가 나란히 경고 누적으로 결장해야했기 때문이다. 두 선수중 한 선수만있었어도 결과는 달라졌을지 모른다. 하지만 경기는 두 선수없이 치뤄졌고, 이겨야 하는 포항과 지켜야 하는 울산의 싸움으로 시작되었다. 

경기 양상은 역시나 포항의 공격, 울산의 수비로 진행되었다. 특유의 짧은 패스를 이용한 스틸타카가 빛을 발했지만 번번히 아쉬운 마무리때문에 골 찬스를 살리지 못했다. 수비진에 많은 선수들을 배치하며 수비에 무게를 둔 김호곤 감독의 전술덕분이기도 했다. 또한 울산에는 국가대표 골키퍼 김승규가 자리했다. 김승규는 두번정도의 결정적인 골찬스를 완벽하게 세이브해내면서 울산의 트로피 가능성을 계속해서 이어갔다. 

그렇게 후반 로스타임은 4분이 선언되고, 후반 49분 마지막일지도 모를 프리킥 찬스가 포항에게 주어졌다. 그리고 정말 거짓말같이, 드라마로 써도 욕을 먹을 정도의 '극장'이 펼쳐졌다. 프리킥이 김승규의 선방으로 막혔지만 리바운드볼을 몸을 날려 살려냈고, 결국 그 공이 김원일의 발 앞에 떨어졌다. 김원일은 혼전속에서 몸을 돌려 골대로 공을 보냈고, 그렇게 골이 들어가면서 1:0역전이 되었다. 

올 시즌 38라운드 K리그 전경기의 마지막 골이었고, 이 골은 우승을 결정짓는 골이었다. 시즌 내내 우승권을 놓치지 않았던 울산은 마지막 골에 눈물을 흘려야 했다. 지난 부산전에서도 종료직전 역전골을 허용하더니, 이번 경기에서도 역전골을 허용했다. 38라운드에서 22승 7무를 기록한 팀이었고, 마지막 두 경기에서도 패하지 않을 수 있었지만, 두 경기모두 종료직전의 골로 패하고 말았다. 그렇게 울산 팬들은 슬픔의 눈물을, 포항팬들은 환호와 감동의 눈물을 흘렸다. 

98년 포항과 울산은 플레이오프에서 만나 김병지의 헤딩 동점골과 백승철의 재역전 중거리슛이 나왔던 명승부를 펼친 기억이 있는데, 이번 경기는 아마도 K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큰 빅경기로 기억이 될 것 같다. 그만큼 엄청난 경기였고, 상황이나 경기 내용이나 두 팀간의 라이벌역사나 모든 것이 완벽한 경기였다. 

이렇게 큰 경기가 펼쳐진 날 K리그 챔피언에 관한 내용보다 해외축구 선수들의 활약상이 먼저보도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독차지하는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다. 하지만 그 어느곳에서 경기가 벌어진다고 하더라도 축구는 축구다. 그리고 어제 보여준 포항의 기적같은 명승부는 정말 축구중에 축구를 보여준 경기였다. 공은 둥글고, 그 어떤 일도 벌어질 수 있으며, 이런 영화와 같은 골을 만들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