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우 레버쿠젠 임대, '윈-윈'속에 담긴 이중성

Posted by Soccerplus
2013. 12. 14. 08:00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지난 청소년대회에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류승우가 제주에 입단한지 4일만에 레버쿠젠으로 임대되었다. 지난 여름 도르트문트와 레알 마드리드등 세계적인 강호들에게 러브콜을 받았던 류승우였지만 K리그에서 기량을 키우겠다라는 인터뷰를 연거푸하면서 참 좋은 선택이라는 평을 받은 적이 있다. 하지만 류승우는 그의 말을 실현시킨지 단 4일만에 레버쿠젠으로 임대되었다. 

독일 키커지에 따르면, 레버쿠젠이 완전이적조항을 가지고 있기도 하고, 류승우를 하위팀으로 재임대 시키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고 했다. 프로 계약은 맺었지만 아직 프로데뷔전은 치루지 않은 류승우가 어느 팀에서 데뷔할지는 아직도 정해지지 않은 팀이다. 분데스리가의, 그것도 우리나라의 손흥민이 뛰고 있고 챔피언스리그 16강에 오른 레버쿠젠으로의 1년임대이다. 완전이적조항까지 가지고 있으니 류승우를 높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일이다. 

앞에서 언급했듯, 아직 프로데뷔도 하지 않은 선수를 임대로 데려오겠다는 것 자체가 매우 파격적인 일이다. 그만큼 그를 훌륭한 재목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류승우가 아니었다면 다른 선수는 아마도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언론들은, 그리고 여론은 이 계약을 윈윈계약이라고 하고 있다. 일단 레버쿠젠은 그들이 원하는 선수를 얻었고, 그를 1년동안 데리고 있으면서 새로운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생겼다. 제주도 자신의 선수를 보내고, 최악의 경우 다시 데려와서 전력에 가담시킬 수 있으며, 그가 레버쿠젠으로 완전 이적한다면 거액의 이적료를 챙길수 있게 되었다. 최고의 수혜자는 류승우가 아닐까 싶다. 독일 진출이라는 기회를 얻은 동시에 K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진출시 주어졌던 5년간 복귀 금지 조항에서도 자유롭게 되었다. 그가 독일에서 실패를 하더라도 다시 K리그로 돌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명백한 편법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해외진출시 5년간 국내복귀 금지조항은 유망주들의 J리그 유출을 막기위한 조항이었다. 독일로 진출하는 류승우에게는 다른 범주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연한 조항이다.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이렇게 창의적인 방법으로 법을 지나쳐간 류승우를 따라 제2, 제3의 류승우가 나오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제주는 한순간에 류승우의 해외진출을 위한 도구가 되어버렸다. 

이번 계약에서 몇가지 의문점이 있다. 류승우의 독일 임대는 제주 입단 이후가 아닌 이전부터 시작되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럴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이미 많은 독일구단이 그에게 접촉을 했고, 류승우역시도 그 관심을 알고 있었다. 그의 에이전트는 인터뷰를 통해 많은 구단이 완전이적을 원했고, 레버쿠젠만이 임대가 가능했다는 말을 했다. 또한 제주와의 협상에서도 이러한 부분을 인지하고 넘어갔으리라는 생각이다. 이렇게 빠르게 결정이 났다는 것은 이미 계약체결 당시에 류승우의 임대가 어느정도 확정된 셈이다. 

제주가 대인배니, 박경훈 감독이 대인배라는 말은 K리그 입장에서는 상당히 기분이 나쁜일이다. 본인이 아예 K리그에서 뛸 생각이 없었고, 제주를 해외진출의 발판으로 이용한 셈이다. 제주가 레버쿠젠과 사전접촉사실을 알고도 그와 계약한 것이라면 제주는 단지 류승우의 보험으로 밖에 보이지 않는다. 독일에서 실패해도 와서 뛰어달라는 의미이다. 만약 제주가 레버쿠젠과의 접촉사실을 몰랐다면 어린 선수에게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정황상 후자가 맞는 것 같다. 박경훈 감독이 인터뷰에서 선수본인이 강력하게 원했다라는 말을 했고, 입단식도 성대하게 열었으니 말이다. 

류승우의 언행도 분명히 잘못되었다. 그는 윤빛가람같은 선배에게 배우고 싶다, 제주의 패스플레이에 녹아들고 싶다라는 말을 인터뷰에서 했다. 또한 K리그에서 실력을 쌓은 뒤 유럽을 노리겠다라는 말도 여러 자리에서 했다. 하지만 결과는 독일이었다. 그가 독일에서 잘 적응을 한다면 당연히 완전이적을 할 것이다. 제주는 단순히 그가 거쳐가는 수단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그의 인터뷰로 설레었을 제주와 K리그 팬들에게는 못할 일을 한 것이다. 

좋지 못한 선례를 남기게 되었다. 이렇게 된 이상 독일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었으면 하지만, 어느정도 사과는 하고 넘어가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다. 윈-윈이면 무엇하겠는가, K리그를 보호하기 위해 만든 해외진출시 복귀 불가조항이 이제는 유명무실하게 변해버렸는데 말이다.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선수가 리그의 근간을 흔들어 놓았다. 한 선수와 해외구단에게는 이득일지 모르나, 리그 전체로 보았을 때는 한숨이 나오는 일임은 분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