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궁합, 구자철 올겨울 볼프스 떠나라

Posted by Soccerplus
2013. 12. 24. 09:11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도, 자신과 궁합이 맞지 않으면 팀에서 제대로 된 활약을 펼칠 수 없다. 지금의 구자철이 그렇다. 볼프스부르크와 구자철의 궁합은 잘 맞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여름 마인츠의 열렬한 구애를 볼프스는 거절했지만 그를 잘 이용하지 못했다. 구자철과는 잘 맞지 않는 포지션과 역할을 부여하면서 그의 기량을 제대로 뽑아내지 못했다. 

구자철은 2011년, 아시안컵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볼프스부르크에 입성을 했다. 당시, 구자철은 좋은 아시안컵 득점왕으로 득점본능을 보였고, 볼프스에 입단하면서도 큰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분데스리가의 벽은 그렇게 쉽지 않았다. 많은 경쟁자들과의 경쟁에서 이겨내지 못했다. 마가트 감독이 그를 윙어, 공격형 미드필더, 중앙 미드필더, 수비형미드필더등 이곳저곳 일관성없이 투입을 하면서 한 포지션에 적응을 못했다. 

그 이후 구자철은 1년 반동안 아우구스부르크에서 임대생활을 하면서 폼을 완전히 되찾았고, 이때의 활약을 바탕으로 볼프스부르크에서 주전으로 입성했다. 하지만 팀에는 디에구라는 공격형미드필더가 자리를 했고, 여름 이적시장에서 바이에른의 루이스 구스타보가 영입되었다. 구자철은 구스타보와 디에구와 함께 중앙 미드필더에 위치했지만, 그에게 맞는 옷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설상가상, 구자철은 국가대표팀 차출 여파로 부상을 당했고, 이후 한경기에서만 교체출장하며 전반기를 사실상 날려버렸다. 

물론 볼프스가 구자철을 배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구자철과 디에구를 공존시키기 위해 좌우폭을 넓게 벌리고, 경기 템포를 느리게 가져갔다. 구자철의 공격본능을 살리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팀의 밸런스가 깨지면서 구자철이 출전했던 리그 9경기에서 팀은 3승 6패를 기록했다. 하지만 구자철이 부상당하면서 수비형 미드필더 2명을 두고 좌우폭을 좁히며 빠른 템포의 팀으로 변모했고, 신예 아르놀트가 등장하면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디에구와의 계약은 이번시즌까지지만 아르놀트의 등장으로 구자철의 입지가 좁아졌다. 독일 10대유망주인 아르놀트는 11경기에서 5골을 뽑아내는 득점력을 보여주면서 팀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구자철의 장기적인 경쟁자이고, 독일 선수라는 점과 19세의 어린선수라는 점에서 팀은 아르놀트를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다. 

겨울 이적시장, 구자철은 다시한번 이적을 준비해야한다고 생각한다. 그에게 오랜 시간동안 러브콜을 보내왔던 마인츠가 다시한번 그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리고 그에게는 친정이나 마찬가지인 아우구스부르크도 그를 다시한번 원하고 있다. 아우구스부르크 재임대설이 떠오르고 있다. 

볼프스부르크는 구자철에게 폼회복을 위한 기회를 주기 힘든 클럽이다. 팀의 자금력도 뛰어나 추가 영입이 언제든지 가능한 클럽이며, 현재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을 위해 한경기 한경기가 중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구자철이 볼프스부르크가 아닌 타클럽으로 이적을 하게 된다면 좀 더 안정적인 출장기회를 부여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구자철의 폼이 떨어진 것은 대표팀에도 좋지 않은 현상이다. 구자철이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중심을 잡아준다면 좌우 손흥민 이청용이 더 안정적이고 좋은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인데 그러지 못하고 있다. 이근호가 엄청난 움직임으로 걱정을 덜어주고는 있으나 전문 공격형 미드필더인 구자철과 김보경의 부진은 대표팀에게도 크나큰 손실이다. 

이번 겨울, 구자철에게 다른 팀에서의 기회가 주어진다면 미련없이 떠나야 한다. 월드컵을 앞둔 시즌이다. 24살 구자철에게는 많아야 3번의 월드컵이 남았다. 그 중 한 번의 기회를 이렇게 아쉽게 날려버린다는 것은 그에게도 국가에게도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그를 좀 더 중용해줄 수 있고, 안정적인 출장기회를 보장해주는 클럽으로의 이적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