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 '확인사살', 그가 원한 것이 이것이었나

Posted by Soccerplus
2014. 1. 6. 09:00 해외파 이야기/박주영


어제 새벽, 졸린 주말 새벽이었지만 끝까지 확인하고 싶은 것이 있었다. 바로 공격진의 줄부상으로 박주영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라는 작은 희망에 대한 확인이었다. 지루, 벤트너, 외질, 램지 등등 많은 선수들의 부상에도 불구하고 박주영의 '후보' 가능성은 높지 않았다. 선발로 나설수도 있을 것이라는 작은 희망을 가져보기도 했지만, 해외축구팬으로 그리 유익한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FA컵 64강이었지만 상대가 토트넘이었기에 무시할 수 없는 경기였다. 북런던 최고의 라이벌이었고 홈경기였다. 박주영은 이 경기에서 서브멤버로 자리했다. 그가 자리할 수 있는 원톱자리에는 티오 월콧이 선발로 자리했다. 박주영은 지난 10월 캐피털 원컵에서 교체투입된 것에 이어 다시한번 교체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서브 멤버로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매우 설레는 일이었다. 

그렇게 90분 흥미로운 북런던 더비속에 박주영의 이름은 불릴 기회가 없었다. 아스날이 2:0으로 어렵지 않은 승리를 가져온 탓에 공격수인 박주영을 시험해볼 기회도 주어지지 않았다. 지루와 벤트너에 이어 제3 공격수로 생각되었던 박주영이지만 그는 측면요원으로 분류되는 월콧에게도 밀리는 옵션이었다. 월콧이 부상으로 빠져나갔지만 나브리가 좋은 활약을 보였다. 

박주영은 몸한번 제대로 풀지 못한채 그대로 경기장을 빠져나가야 했다. 셀타 비고에서 복귀한 이후, 지난 여름부터 지금까지 아스날에서 한번의 기회를 찾기 위해 팀에 잔류했던 박주영이었다. 지난 위건에서의 이적은 어떤 일로 협상이 결렬된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박주영은 지난 여름 아스날에서 한 번 해보겠다는 의지를 보였던 것으로 알려져있다. 

그렇게 반시즌이 하염없이 흘렀다. 벵거감독은 그를 전혀 팀의 공격 옵션으로 생각하지 않고 있다. 박주영은 1군 훈련에서 매주마다 사진으로 확인이 가능하지만 그를 팀에서 가용자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이번 토트넘 전은 일종의 '확인 사살'이었다. 말이 조금 지나치다고 느껴질 수 있으나, 박주영의 현실을 제대로 알려준 경기였다. 일단 주력 공격수들이 줄부상으로 나설 수 없는 상황에서도 경기에 뛰지 못했던 점, 심지어 이 상황에서도 유망주 공격수인 젤라렘에게 밀려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제기되었던 점, 팀이 승리를 거의 확정지어 루즈한 분위기에서 막판이 진행되었음에도 그에게 몸풀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은 점, 모두 박주영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음을 확인시켜 준 것이었다. 

필자는 박주영의 열렬한 팬이다. 정말로, 박주영이 100% 회복해 많은 비아냥들을 이겨냈으면 좋겠다. 이번 월드컵이 박주영의 월드컵이 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스날에서는 필자를 비롯한 많은 팬들의 바램을 이뤄주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아니 힘들다. 기회가 앞으로도 주어지지 않을 것이다. 

빅리그가 아니어도 유럽 변방이어도, K리그도, 심지어 중동도 괜찮다. 그가 뛸 수 있는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디든 떠났으면 좋겠다. 어디가 되든 상관이없다. 그에게 실전감각을 회복시켜줄 기회와 시간이 필요하다. 박주영이 이번 겨울 어떤 팀과 연결되어있고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는 전혀 알 수가 없다. 그의 성향이 그렇기 때문에 답답하다고 해서 그를 탓하고 싶지도 않다. 

하지만 그가 어디가 되었든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박주영이 이번 여름, 어느 곳이든 기회를 잡아 경기에 나서길 바란다. 더 이상 아스날에서의 굴욕을 느끼지 않기를 간절히, 또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