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 솔샤르의 신형 엔진으로 거듭나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1. 16. 08:49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우리나라에게도 익숙한 인물인 올레 군나르 솔샤르 감독이 카디프에 취임하면서 김보경에게 긍정적이지 않은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많았다. 감독이 바뀌게 되면 팀의 운영방식과 선호하는 선수들이 달라지기 마련이고, 감독의 플레이를 잘 살려줄 수 있는 새로운 선수들이 영입되기도 한다. 괴짜 구단주의 횡포와 좋지 못한 성적으로 전임이었던 맥케이 감독이 해고되면서 김보경에게 다가올 변화는 당연한 일이었다. 

김보경에게 주어지는 기회가 더 줄어들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맥케이 감독은 챔피언쉽시절부터 김보경의 재능을 알아보았던 감독이고, 후반기 김보경을 중용하면서 그가 프리미어리그에서 활약할 수 있는 재능이라는 평을 내렸다. 물론 김보경이 조용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의 출장시간은 점점 줄어들었지만, 새로운감독보다는 전임 감독이 낫다라는 생각이었다. 거기에 솔샤르가 직접 서너명의 미드필더를 영입하겠다고 공인하면서 그에게 기회는 끝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솔샤르가 카디프에 들어오자마자 영입한 선수는 맨유 유스출신이자 그가 노르웨이리그 몰데에서 감독으로 데뷔한 뒤 가장 먼저 영입을 했던 선수인 매그누스 에이크럼이었다. 2선에서 뛸 수 있는 선수이기에 김보경의 직접적인 경쟁자가 될만한 선수였다. 또한 몰데에서 95년생 미드필더 매츠 달리를 영입했다. 두 선수 모두 맨유 유스출신이고 직접적으로 솔샤르의 가르침을 받았던 선수였다. 

하지만 김보경은 솔샤르 감독의 총애를 받고 있다. 솔샤르 감독이 부임한 뒤 두경기 연속 선발출장을 했다. FA컵 경기였던 뉴캐슬과의 일전에서, 그리고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 모두 선발출장을 했다. 두 경기 모두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출장한 것이었다. 뉴캐슬 경기에서는 가장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Man of the match에 선정되었고 웨스트햄과의 경기에서는 팀이 뒤지고 있음에도 교체되지 않고 풀타임을 소화했다. 팀의 공격진 가운데 가장 많은 볼터치를 기록했다.

특히 지난 주말열렸던 웨스트햄과의 경기는 김보경의 미래를 엿볼 수 있는 경기였다. 기록만 놓고 보면, 김보경은 51개의 패스를 했는데, 4-2-3-1 시스템에서 김보경을 제외한 다른 세 공격수들의 패스의 합과 같은 숫자였다(캠벨 14회, 오뎀윙기 24회, 크레이그 눈 13회). 김보경이 정해진 포지션이 없이 좌우를 휘젓고 다니면서 다른 공격수들과 미드필더의 볼을 받아주고, 다시 패스를 넣어주는 역할을 했다. 

사실상 김보경의 역할은 카디프의 공격엔진과도 같았다. 맥케이감독 말미서부터 조던 머치와 공존을 꾀하기 위해 중앙 미드필더로 나왔는데 솔샤르 감독이 부임한 뒤 아예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잡고 팀의 패스플레이의 중심을 맡게 되었다. 그도 그럴 것이 팀에서 볼소유를 해줄 수 있으면서 간결한 패스를 넣어줄 선수가 김보경 이외에는 마땅치 않다. 또한 실제로 김보경은 그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주고 있다. 

웨스트 햄전에서도 유리한 경기를 가져갔지만 골 결정력에서 아쉬움을 보이며 패배의 쓴잔을 들이켰다. 김보경은 이 가운데에서 골이 될 뻔 했던 아쉬운 중거리슛을 날렸지만 골라인을 넘어서지 않으면서 골을 기록하지 못했다. 앞으로 주어지는 선발기회에서 공격포인트를 기록해줄 수 있다면, 김보경의 카디프 시티에서의 생활은 안정적으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김보경은 찬스를 만드는 능력만큼이나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이다. 

또한 김보경은 기록상으로 6개의 키패스를 기록했다. 한 경기에 6개의 키패스라는 것은 무척이나 대단한 기록이었다. 21라운드의 경기들의 기록을 살펴보니, 김보경의 키패스기록은 21라운드에서 뛰었던 모든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것이었다. 에버튼의 미랄리스가 5개를 기록했고, 루카쿠, 윌리안, 아담 존슨등이 뒤를 이었다. 경기당 4.1개의 기록을 갖고 있는 다비드 실바가 이 부분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는데, 김보경이 얼마나 대단한 경기를 펼쳤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 이렇게 김보경의 패스감각이 살아난다면, 공격포인트는 저절로 따라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솔샤르와 박지성의 유대관계는 맨유시절부터 유명하다. 골결정력에서 문제를 보였던 박지성을 위해 솔샤르가 개인 지도를 해주었다는 일화가 있기도 하다. 그리고 실제로 솔샤르와의 유대관계 이후, 박지성은 골 가뭄을 탈출하며 역사에 남는 골들을 넣기도 했다. 그리고 솔샤르와 한국 선수와의 인연은 김보경으로 이어지고 있다. 솔샤르가 박지성의 후계자로 불리우는 김보경을 또 하나의 박지성으로 키워줄 수 있는 감독이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