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지훈-유재학 테이핑 논란, 이게 스포츠 맞나

Posted by Soccerplus
2014. 2. 17. 09:21 텔레비젼 이야기/세상 이야기



축구에 관한 글을 자주 쓰지만 중계가 되는 스포츠는 거의 다 챙겨보는 편이다. 농구, 배구, 야구 등 시간이 되는 한 닥치는대로 경기 중계를 본다. 스포츠를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자체로 즐겁기 때문이다. 프로들의 승부, 일반인에게는 한없이 대단해보이는 그들의 경기를 통해 많은 즐거움을 느낀다. 굳이 MLB나 NBA를 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리그도 충분히 재미있고 볼 만 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여전히 많은 부분에서 우리나라 프로리그는 프로답지 못한 부분이 있는 모양이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래야 그럴 수 밖에 없다. 울산 모비스와 안양 KGC와의 KBL 경기에서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장면이 발생했다. 연속해서 함지훈의 수비 스위칭 실수로 득점을 허용한 유재학 감독은 화가 끝까지 났다. 그리고는 작전 타임을 부르고 함지훈의 입에 테이핑을 하라며 소리쳤다. 장난인 줄 알고 테이핑을 주저하던 함지훈에게 '이 새끼야' 라고 소리쳤다.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함지훈은 입에 하얀 테이프를 붙였다. 

옆에 앉아있던 두 명의 용병선수들은 터져나오는 실소를 참지 못했다. 너무나 부끄러운 순간이었다. 이 어디 프로 스포츠에서 나올 수 있는가. 아니 스포츠에서 그런 상황이 나올 수 있는가. 30살의 성인에게 아무리 화가 나더라도 수천의 팬들이 보고 있고,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시청자들이 보고 있는 상황이었다.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해서? 프로 감독이 순간적인 화를 참지 못한다는 것이, 그래서 그렇게 인격 모독적인 행위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프로라는 이름이 무색했다. 말을 안듣는 아이들을 가르친다고 했더라도 이럴 순 없는 법이다. 헌데 생중계가 되고 있는 프로 스포츠에서 서른살의 선수를 상대로 입에 테이프를 붙이라니. 반성을 하라는 것인가, 아니면 많은 사람들앞에서 수치심을 주고 싶었던 것인가. 능력이 있는 유재학 감독이라는 것을 알지만 이는 말도 안되는 처사이다. 더 놀라운 것은 유재학 감독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가대표 감독이라는 점이다. 국가대표에서도 태극마크를 달고 이런일이 벌어질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나 걱정스럽고 수치스럽다. 

이에 대한 반응 역시도 실망스러웠다. 유재학 감독은 경기 이후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과를 시인하기보다 변명을 늘어놓았다. "내 의도는 아니었지만", 그렇게 보여졌다면 선수나 농구팬들에게 미안하다라는 말을 했다. 의도는 아니었지만 이라는 말은 대체 무슨 뜻인가. 수많은 팬들앞에서 입에 테이프를 붙인 것은 어떤 의도였는가. 그 험악했던 분위기에서 장난을 친것인가. 

이후 "지훈이도 붙이면서 내 눈치를 보며 슬쩍 웃음을 보였다. 우리 팀에서는 흔하고 평소 있을 수 있는 일인데 농구팬들 입장에서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 의도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이렇게 보여져서 선수나 팬들에게는 미안한 마음이다" 라고 말했다. 슬쩍 웃음을 보이고, 흔하고 평소 있을 수 있는일이라고? 그렇게 흔히 화를 참지 못하고 선수에게 버럭하고 맘에 안드는 행동을 하면 선수의 입에 테이프를 붙인다고? 선수들이 너무나 불쌍하다.

이 장면만 편집된 것이 인터넷을 통해 돌아다니고 있다. 평소 프로 농구에 관심이 없었던 사람들이 이 장면만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그리고 이 장면이 외국으로 나가게 된다면 외국 사람들이 한국 프로 농구를 보고 무슨 생각을 하겠는가. 프로라는 이름을 갖고 있지만 하는 행동은 아마추어만도 못한 것이다. 너무나 실망스럽다. 안이하게 넘어갈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책임을 지고 진심어린 사과를 하길 바란다. 다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