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피탈원컵 결승, 기성용 1년전 우승을 추억하다 (맨시티 선더랜드)

Posted by Soccerplus
2014. 3. 1. 08:0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캐피탈원컵, 리그컵은 잉글랜드 팀들이 치르는 경기중에 가장 적은 비중을 갖고 있는 경기이다. 리그와 FA컵만큼 중요한 경기는 아니다. 주요 강팀들은 이 대회를 포기하고 2군들이나 유망주들의 컨디션을 점검하는 기회로 사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팀들에게는 캐피탈원컵이 큰 의미를 지니기도 한다. 리그 우승이나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은 아니지만 트로피는 욕심나는 팀들, 그런 팀들에게 캐피탈원컵은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지난 시즌 스완지시티는 첼시를 꺾고 결승에 오른 뒤, 4부리그 팀이었던 브래드포드를 만나 5:0의 대승을 거뒀다. 스완지시티는 이를 통해 유로파리그 진출권을 얻었고, 이를 통해 윌프레드 보니와 같은 선수를 얻기도 했다. 

필자는 지난 해 유럽 축구 여행을 다녀왔고, 15경기를 직관하였는데 그 중 딱 한경기가 트로피를 두고 경쟁하는 경기였다. 바로 스완지의 캐피탈원컵 경기였다. 이 경기에서 기성용은 선발출장했고 EPL 진출 한시즌만에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76000석에 달하는 웸블리가 가득찼었던 경기였다. 당시 깜짝 놀랐던 것은 4부리그 팀인 브래드포드와 홈 경기장이 20000석을 조금 넘는 스완지시티의 경기였지만 웸블리를 가득 채울정도로 뜨거웠던 영국의 축구 열기였다. 또한 수많은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고 온 필자를 보고 반가워해주기도 했고 기성용에 대해 칭찬을 해주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라우드럽과 사이가 틀어져 선더랜드로 임대해왔지만, 당시만해도 기성용은 스완지의 핵심전력이었다. 라우드럽은 치코 플로레스가 부상으로 결장했던 결승전에서 기성용을 중앙 수비수로 투입시키며 신뢰를 보이기도 했다. 기성용은 후반 20분경 팀의 주장이자, 현재 스완지의 감독대행인 개리 몽크와 교체되며 관중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1년전 스완지의 우승은 스완지 역사상 100년만에 처음이었다. 국내에서는 크게 보도되지 않았지만 스완지는 축제 그자체였다. 당시 혼자서 태극기를 들고 기성용을 응원하러 갔던 필자는 의도치않게 주변자리의 웨일즈인들의 뽀뽀세례를 받기도 했다. 그만큼 격한 분위기에서 치러지는 경기였다. 경기가 진행되고 우승이 가까워질 수록 팬들의 열기는 더해갔다. 또한 브래드포드의 팬들도 약한 전력으로 결승까지 오른 팀을 끝까지 응원했다. 막바지에는 경기장이 떠나갈정도로 응원하는 브래드포드 팬들을 상대로 스완지 팬들이 박수를 쳐주는 훈훈한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1년전 기성용의 팬이고 한국인이라는 사실만으로 필자는 웸블리의 스타가 되었다. 태극기를 들고 있는 유일한 팬이었고 많은 스완지 팬들이 포옹을 해주거나 사진을 찍자는 요청을 했다. 참 즐거운 경험이었다. 스완지의 팬들은 우승에 대한 기쁨을 감추지 않았고 웸블리는 물론이고 웨일즈로 돌아가는 기차안에서도 응원가가 울려퍼졌다고 한다. 

스완지는 일찌감치 캐피탈원컵에서 탈락했지만 시즌 내내 강등권을 헤매고 있는 선더랜드는 맨유와 첼시를 꺾고 결승에 안착했다. 기성용은 팀내에서 유일하게, 그리고 올시즌 EPL 모든 선수들 가운데 유일하게 캐피탈원컵 트로피를 2회연속으로 들어올릴 가능성이 있는 선수이다. 기성용은 첼시와의 경기에서 결승골을 넣으면서 팀을 4강으로 이끌었고, 맨유와의 4강전에서도 맹활약하면서 팀을 결승으로 이끌었다. 결승 상대는 맨시티이다. 선더랜드가 우승을 하려면 끝판왕 맨시티를 넘어야 한다. 리그 순위가 3위로 쳐지긴 했지만 한경기를 덜 치렀고 아스날, 첼시와 함께 우승경쟁을 하고 있으며 이번 시즌 69득점으로 가공할 위력을 자랑하고 있는 팀이다. 

하지만 두 팀 사이의 최근 5경기 전적은 5전 3승 1무 1패로 선더랜드가 우위이다. 지동원의 첫키스를 장식했던 경기서부터, 시즌 두번째 승리이자 거스 포옛 감독의 선더랜드 리그 첫승의 제물도 맨시티였다. 선더랜드는 유독 맨시티에게 강했다. 이번 경기는 또한 누구의 홈도 아닌 웸블리이다. 맨시티의 우위가 예상되지만 탄탄한 수비라인을 구축하고 역습을 구사한다면 선더랜드에게도 반전의 기회는 분명히 있다. 그리고 그 주인공이 기성용이 된다면 그의 주가는 다시 한 번 엄청나게 높아질 것이다. 

결승전이라는 무대, 또한 이 경기에 한국인이 뛴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많은 기대가 된다. 맨시티 역시도 이번 경기에서 우승컵을 차지하기 위해 사력을 다할 것이다. 결승까지 올라온 마당에 힘을 비축할 이유는 없다. 경기의 핵심은 기성용과 야야 투레가 맞붙는 중원이 될 것이다. 기성용이 야야 투레와의 매치업에서 실마리를 풀어줘야 선더랜드가 공격과 역습에서 효과를 볼 수 있다. 아담 존슨, 보리니의 한 방에 기대를 걸어본다. 맨시티는 도전자라기 보다는 강자의 입장에서 초반부터 골을 넣으며 여유롭게 진행하길 원할 것이다. 페예그리니 역시도 맨시티 부임 이후 첫 우승은 물론이고 리그와 함께 더블을 노리고 싶을 것이다. 

기왕이면 한국인이 있는 선더랜드의 우승, 그리고 기성용의 맹활약을 기대한다. 이번 경기에서 기성용이 중요한 활약을 한다면 선더랜드 우승의 MVP로 선정될 가능성도 적지않다. 8강전부터 4강 1차전 2차전에서의 활약이 눈부셨던 기성용이다. 과연 선더랜드와 맨시티의 경기 결과는 어떻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감을 감출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