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총출동 프로야구 개막전 중계, 조금은 불편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3. 30. 08:00 K리그 이야기


프로야구가 개막했다. 사직에서는 비가 오는 바람에 경기가 취소되었지만 다른 세 경기는 비에도 무리없이 진행이 되었다. 필자 역시도 한국 프로야구의 팬이다. 시범 경기 중계도 시간이 될때는 챙겨보며 개막을 기다렸다. 응원하는 팀이 패해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시즌이 개막했다는 것 만으로도 기쁘다. 내일은 작년 플레이오프이후 처음으로 직관도 갈 예정이다. 경기 중계를 지켜보았고, 잠실 경기장의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는 듯 했다. 

하지만, 조금 불편했다. 프로야구의 개막이 있는 것은 알겠지만 굳이 모든 TV 채널에서 야구를 틀어주어야 했을까? KBS1 TV를 제외하고, 모든 지상파 채널이 프로야구 개막전 중계를 예고했다. 사직에서 비가 오는 바람에 경기를 중계하지 못했지만, 다른 경기는 모두 중계가 되었다. 두산과 LG의 잠실경기, 기아와 삼성의 대구 경기가 지상파 채널을 통해 중계되었다. 남은 한 경기는 지상파로 방송되지 않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많은 채널에서 방송되었다. 야구를 방송하는 케이블 4사에서 모두 넥센과 SK의 경기를 방송했다(MBC SPORTS PLUS, SBS SPORTS, KBS NSPORTS, XTM)

또한 경기가 끝나자마자 모든 채널에서 어제의 개막전을 정리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네개의 채널에서 모두 하루의 야구경기를 정리하는 프로그램을 했다. 야구 경기를 틀어주는 케이블 4개의 채널에서 장장 3시간 30분 동안 같은 경기를 틀고, 이후 1시간 동안 크게 차이없는 야구 정리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이다. 

개막전이고, 이 경기가 매우 중요한 경기임은 이해하지만 3경기에서 펼쳐진 경기를 6개의 채널에서 중계할 이유가 있었을까? 방송이 철저하게 시장의 논리에 움직인다고 하지만, 하나의 똑같은 경기를 4 개의 방송국에서 같이 한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시간이 남을 때 스포츠 채널을 이리저리 왔다갔다하면서 보길 좋아하는데, 모든 채널이 같은 경기를 하니 답답함 그자체였다. 전파 낭비라고 밖에 생각이 되지 않는다. 



'야구 공화국' 이라 해도 과언은 아닐 것 같다. 언젠가부터 K리그 경기 중계를 보기가 어려워졌다. 국가대표팀 경기는 앞다투어 중계를 하려고 노력하지만 K리그는 지난 시즌 8경기 밖에 방송에 나오지 않았다. 송종국과 안정환 해설위원을 영입하며 월드컵 채널을 다시한번 선포한 MBC는 2013년 K리그 중계를 하지 않았다. 물론 월드컵에는 다시 축구이야기를 할 것이다. 

광고에 용이한 야구는 매일같이 모든 경기가 생중계된다. 광고 사업자들과 저녁 6시~10시 사이의 광고를 미리 계약을 해둔다. 돈의 논리에 돌아간다. 주말에는 해외축구 경기와 겹치기도 하고, 아시아 챔피언스리그나 K리그는 이 경기에 밀려 중계되지 못한다. 지상파가 세경기를 가져가는 바람에 한 경기밖에 남지 않는 야구중계를 케이블 4사가 모두 틀어놓았다. 광고 계약 때문인지, 아니면 올 시즌 개막을 기념해 시청률을 떠나 시험을 해보기 위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이는 보기에 그리 좋지만은 않았다. 

같은 시간 K리그에서는 올시즌 우승후보로 평가받는 울산과 서울의 경기가 펼쳐졌다. 포항과 상주는 6골을 주고받는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두시간 뒤에는 전북과 성남이 경기를 했다. 하지만 중계를 해줄 스포츠 채널이 모두 야구를 틀어놓으니 이 채널에서 축구 경기를 볼 수 없었다. 내일은 프로배구 챔피언 결정전이 있는 날, SBS 스포츠는 이 경기때문에 야구경기중계를 하지 않는다. 하지만 경제 채널 SBS CNBC을 통해 야구 경기를 방송할 예정이다. 지극정성이 아닐 수 없다. 

야구를 좋아하는 팬이다. 하지만 어제의 중계는 조금 민망할 정도였다. 국가적인 열풍이 부는지도 잘 모르겠다. 개막전 전날 모든 스포츠 채널이 앞다투어 시즌 프리뷰를 하고, 모든 경기를 생중계한다. 스포츠 채널에게는 프라임타임과도 같은 6시30분부터 10시까지는 물론, 이전에는 프리뷰, 이후에는 리뷰 프로그램을 보낸다. 하루에만 야구에 족히 5시간 이상을 투자하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스포츠 팬들에게는 이러한 처사가 탐탁치 않을 수 밖에 없다. 

나 역시도 불편하다. 대표팀 경기에는 혈안이 되고, 월드컵 시즌이 되니 앞다투어 해설자들을 영입하는 처사도 그리 곱게 보이지 않는다. 축구에만 집중하라는 말이 아니다. 스포츠 채널이 아닌 야구채널처럼 보이는 채널들, 그리고 막강한 힘을 갖고 있는 지상파채널들 모두 다른 종목에도 관심을 보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