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저우 리피 콧대 꺾은 전북 최강희, 통쾌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4. 3. 09:06 K리그 이야기

마르셀로 리피 감독은 세계적인 명장이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 이탈리아 대표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유벤투스와 인테르 밀란의 감독을 맡았을 정도로 이탈리아에서는 전설적인 명장이다. 우리나라의 김영권 선수가 일본에서 중국으로 이적한 이유도 바로 이 세계적인 명장 리피 감독 때문이었다. 올해 나이 66세, 노장 감독이지만 광저우는 리피를 계속해서 붙잡아 두기 위해 필사적이다. 올해를 끝으로 은퇴설이 나돌았으나 3년 재계약을 맺었고 연봉이 약 150억원에 이른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아시아 챔피언스 리그를 보다보면 우리나라 K리그에서는 볼 수 없는 희안한 광경들을 보게 된다. 과거에는 중동 클럽과 많이 마주쳤었기에 중동 리그 특유의 비매너들을 많이 보았다. 침대 축구는 당연한 일이었고, 엄청난 홈텃세를 느끼게 된다. 3년전에는 수원 원정을 와서 알 사드가 난투극을 벌이기도 했다. 최근에는 중국 클럽들이 성장하면서 중국의 비매너를 느끼는 중이다. 중국의 무개념은 언론에서부터 비롯하는데, 최강희 감독은 지난 광저우 원정에서 수준 이하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최강희 감독이 대표팀 감독시절 국내파를 위주로 팀을 꾸려 좋지 못했는데, 해외파 위주로 꾸린 홍명보호는 그리스를 완파했다, K리그에 문제가 있느냐는 질문이었다. 최용수 FC 서울 감독에게는 리피 감독앞에서 강남 스타일을 출 것인가라는 수준 이하의 질문을 받기도 했다. 

세계적인 감독인 마르셀로 리피지만 환경적인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것 같다. 중국 클럽의 감독이지만 매너는 유럽의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어느새 중국 매너가 몸에 베어버렸다. 리피 감독은 경기 전날 있었던 기자회견에 불참했다. 그전날 11시에 도착을 해서 다음날 오후 2시에 있던 기자회견의 시간을 맞추지 못하겠다는 말도 안되는 이유였다. AFC주관 경기는 경기 전날 감독의 기자회견 참석을 의무화하고 나오지 않으면 1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한다. 리피는 1만 달러를 줄테니 알아서 하라며 기자회견에 무단 불참했다. 

지난 경기에서 전북은 광저우에게 3:1로 패했다. 광저우 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속에 이해가지 않는 판정이 경기를 망쳤다. 전북은 2:1로 뒤진 상황에서 정인환이 골을 넣었지만 공격자 반칙이라는 이유로 골을 취소당했다. 아무런 문제될만한 접촉이 없었으나 열광적인 응원에 동요된 심판이 잘못된 판정을 내린 것이다. 최강희 감독은 이 경기가 끝난 뒤 광저우가 우승을 하라며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이렇게 판정을 내리면 어떤 팀도 광저우를 이길 수 없다는 뜻이었다. 

2주만에 다시 만난 두 팀의 대결은 신흥 라이벌전 다웠다. 경기전날 리피 감독이 콧대를 세우며 기자회견에 불참하자, 전북 선수들은 오히려 전의를 불태웠다. 최강희 감독은 골키퍼와 포백라인 5명중 3명을 바꿨고, 공격진에서는 레오나르도를 선발투입하는 강수를 뒀다. 또한 선수들의 의지도 강했다. 지난 경기에서의 아쉬움을 털어내려는 듯 선수들은 타의 추종이 불허한 압박으로 상대를 괴롭혔다. 디아만티, 가오린, 엘케손 등 정상급 공격수들이 손을 쓸 틈이 많지 않았다. 

후반전 정혁이 퇴장 당하면서 수비라인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오히려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보였다. 이 경기를 무조건 이기겠다라는 의지였다. 선수들의 의지가 강력했고, 이 의지는 골로 연결되었다. 후반 30분, 뒷공간을 파고든 레오나르도가 이재성의 패스를 받아 그대로 발리슛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이 장면은 아스날 시절 알렉스 송과 반 페르시의 로핑 패스 후 발리슛을 연상케했다. 골이 연결되면서 1:0이 되었고, 남은 시간 광저우의 공세를 효율적으로 막아내면서 승리를 지켜냈다. 

최강희 감독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꼭 이겨야 하는 경기였고, 져본다는 생각을 해본적이 없다는 말을 했다. 선수들이 수적열세에도 오히려 더 강력한 모습을 보여준 장면에서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 주축 미드필더인 김남일 선수도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에서 광저우에게 또지면 축구화를 벗으려고 했다면서 어떤 각오로 경기에 임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었다. 경기는 이렇게 끝났고, 리피 감독은 끝까지 기자회견에 나오지 못한 핑계를 대면서 졸렬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전날 콧대 높은 모습과는 다소 상반된 풀이 죽은 모습이었다. 지난 경기에서 어설프게 패배했을 때 너무나 속이 아팠지만, 이 경기의 승리로 인해 그 아팠던 속을 달랠 수 있었다. 

광저우를 잡으면서 전북은 본선 토너먼트 진출 가능성을 한껏 높였다. 포항도 산둥 원정에서 4:2로 승리하며 K리그 클럽의 위상을 드높였다. 하지만 최강희 감독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말한 한 마디는 새겨들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단지 염려가 되는 건 지금처럼 구단들이 투자가 위축된 상태로 수년이 지나면 격차는 벌어지고 퀄리티는 떨어질 것이다. 축구는 개인의 기술이 중요하지만 팀이 집중을 할 때 만드는 힘은 크다. 우리 선수들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