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경의 검은 완장, 조금은 슬펐던 축구

Posted by Soccerplus
2014. 4. 20. 07:30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전국이 세월호 침몰 사건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듯 하다. 아직도 구조작업은 더딘채로 계속되고 있고, 수많은 가족들이 뜬눈으로 밤을 지새고 있다. 전국이 애도의 물결로 가득찬 가운데, 드라마와 예능이 모두 결방되고 있다. 또한 야구장에서도 응원을 하지 않고 있고, 축구장에서도 애도의 물결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 금요일에는 류현진 선수가 시즌 3승을 거둠과 동시에 락커룸에 세월호에 대한 애도의 표시를 했다. 그리고 주말 유럽축구에서는 우리나라 선수들의 애도가 이어졌다. 

김보경 선수는 어제 펼쳐진 카디프와 스토크 시티와의 경기에서 선발출장했다. 지지난주까지 명단에서 제외되더니 지난주부터 선발로 나오고 있다. 물론 최고의 폼이라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카디프는 갈길이 멀다. 이번 스토크 전에서 꼭 이겨야 했다. 이번 경기 전까지 승점 28점으로 19위, 이번 경기를 이기고 남은 4경기에서 2승정도를 거둬야 잔류가 가능한 상황이었다. 팀은 절실했다. 

물론 김보경도 팀의 잔류가 절실했겠지만, 그에게는 또 다른 절실함의 이유가 있었다. 바로 지구 반대편 조국의 슬픈 소식이었다. 그리고 김보경은 오른팔에 검은 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섰다. 다른 경기보다 훨씬 더 결의에 찬 모습으로 보였다. 김보경의 마음속에서는 지난 금요일 류현진과 같이, 멋진 활약으로 조국에 기쁨을 전달하고자 하는 생각이 있었을 것이다. 

그의 검은 완장의 의미를 아는지, 영국 방송도 그의 모습을 자주 잡았다. 공을 잡을 때 마다 김보경의 표정은 결연해보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김보경의 활약은 미미했다. 지난 경기보다 몸이 더 무거워보였다. 또한 전반 막판 파울을 범해 팀의 유일한 실점으로 이어진 패널티킥을 허용하기도 했다. 사실 파울로 불기 애매한 상황이었다. 현지에서도 패널티킥을 주기 어려워보인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지만 주심은 단호했다.

그렇게 골을 허용한 뒤, 팀은 동점골을 넣었다. 후반 초반, 김보경의 패스를 받는 프레이저 캠벨이 패널티킥을 얻어낸 것이다. 위팅엄이 골을 넣었고, 선수들은 모여서 세레모니를 했지만 익숙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김보경은 세레머니에서 빠져있었다. 그의 마음이 어떠했는지를 알 수 있었던 부분이다. 또한 골을 넣은지 3분 뒤, 카디프 선수들이 다시 세레머니를 하는 순간이 발생한다. 하지만 골은 무효 선언이 되었다. 오프사이드였던 것이다. 골대 바로 앞에 있던 김보경은 6명이 모인 세레모니에 함께하지 않았다. 그에게는 한 골의 즐거움을 누리는 것보다 이역만리의 조국이 훨씬 더 걱정스러웠나보다. 

축구장의 애도 물결은 국내에서도 다르지 않았다. K리그 경기장에서는 모든 행사를 자제했고, 선수들은 골을 넣은 뒤에도 세레머니를 자제하고 본인의 진영으로 돌아갔다. 또한 팬들도 검은 바탕의 걸개를 마련해 마지막 기적을 바라는 마음을 드러냈다. '기적처럼 태어났으니 기적처럼 돌아오라', '우리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습니다', '부디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무사귀환을 기도합니다' 등 다른 팀을 응원하는 서포터즈들이었지만, 무사생환을 바라는 마음은 다같았다. 

김보경과 홍정호, 구자철과 지동원, 윤석영과 이청용등 출동가능한 해외 리그 선수들이 모두 출장했고 K리그도 평소와 같이 진행되었지만 축구장에는 슬픈 기운이 맴돌았다. 우리의 마음은 모두다 같을 것이다. 마음이 아프다. 아직도 마음이 아프고, 너무나 간절하다. 나의 마음도 이 모든 사람들과 다르지 않다. 제발, 무사히 더이상의 희생자 없이 이 일이 끝나기를 바랄뿐이다. 아직도 기적을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