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 웸블리행 불발이 아쉬운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5. 18. 08:00 해외파 이야기/다른 선수들


윤석영은 해외파 가운데 가장 풀리지 않은 케이스였다. 풀럼과 분데스리가의 클럽등 여러 클럽의 제의를 뒤로하고 QPR을 선택했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지난 시즌 단 한번도 공식 경기에 나서지 못했고, 팀은 2부리그로 떨어졌다. 1부리그의 스타로 만들어주겠다고 해서 택한 QPR이었지만 결과는 2부리그였다. 2부리그에서도 본인의 자리에 레드냅의 옛 제자인 아수 에코토를 데려오면서 이번 시즌 출전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윤석영은 그렇게 서서히 잊혀졌다. 

하지만 윤석영은 시즌 후반 기회를 잡았다. 에코토가 결장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왼쪽 풀백 자리에 공백이 생긴 것이다. 윤석영은 심기일전하며 본인의 자리에서 최선의 활약을 다했고, 결국 에코토가 복귀하고 나서도 팀에서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게 되었다 심지어 시즌 중반에는 던캐스터로 긴급 임대를 가기도 했고, . K리그 복귀나 타팀으로의 이적이 점쳐지기도 했다. 하지만 윤석영은 이제 팀에서 이적이 불가능한 중요한 자원으로 자리매김했다. 

QPR은 이제 시즌 마지막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시즌 모든 경기가운데 가장 중요한 경기다. 다음 시즌 EPL 승격을 결정짓는 경기다. 더비 카운티와의 결승전에서 승리를 거둔다면 다음 시즌 빅리그로 재진입 할 수 있다. 더비 카운티는 과거 기록적인 최소 승점 기록으로 1부리그에서 강등된 팀이지만, 이번 시즌 다시 승격을 노리고 있다. 어찌되었든 단판승부고, 경기가 쉽게 끝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윤석영이 애매한 위치에 놓이게 되었다. 

FIFA의 규칙에 의해 월드컵 최종엔트리에 포함된 선수들은 결승전이 열리는 24일에 뛸 수 없다. 하지만 QPR은 윤석영을 결승 엔트리에 올리길 원한다. 하지만 홍명보 감독은 윤석영이 빨리 돌아와서 대표팀에 합류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선권은 홍명보 감독이 갖고 있고, 중국 리그 선수들에게 좋지 않은 선례를 보여줄 걱정에 그를 불러들였다. 중국 구단에 속해있는 몇몇 선수들은 아직 선수단에 합류하지 않았는데, 윤석영이 대표팀에 합류하지 않은 것을 안다면 중국 팀도 떼를 쓸것이라는 예상에서 였다. 아쉬운 부분이다. 

윤석영이 1주일 정도 늦는다고 해서 중국 구단 소속 선수들이 늦게 오리라는 보장은 없다. 이미 4일 정도 늦어진 윤석영의 입국이고 본인도 팀의 결승전에 의욕을 보이고 있다. 한시즌 반을 팀에서 의미없이 보내다가 주전으로 도약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은 것이다. 레드냅 감독의 특성상 한번 기회를 준 선수에게는 계속해서 기회가 돌아갈 가능성이 높고, 윤석영은 왼쪽 풀백 자리에서 분명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에코토가 토트넘에서 임대를 온 선수이기에 다음 시즌에는 경쟁자가 없어지는 상황이다. 

또한 월드컵이라는 큰대회를 앞두고 영국에서 가장 큰 대회중 하나인 챔피언쉽 승격 플레이오프 결승전을 치른다는 것도 대단한 기회다. 웸블리를 가득채울 팬들을 앞에두고 본인의 실력을 뽐내는 것은 선수에게는 크나큰 경험이다. QPR이 런던 소재 클럽이기는 하지만 1부리그에 있었을 때에는 가장 적은 관중을 수용할 수 있는 구장을 갖고 있었고, 2부 리그에서도 열광적인 응원을 기대하기는 힘든 클럽이다. 하지만 십만에 가까운 관중들이 가득 들어차는 웸블리에서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월드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28일에 카메룬과 일전을 치루지만 우리나라에는 김진수라는 풀백이 있다. 윤석영이 굳이 선발로 출장하지 않아도 다른 주전 선수가 있는 상황이다. 윤석영이 없다고 해서 큰 전력의 누수는 없는 상황. 24일 경기가 끝난 뒤 귀국해도 20일 정도의 시간이 있다. 하지만 월드컵이라는 큰 대회 앞에서 3경기에서 한경기도 나오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윤석영이 이렇게 큰 대회를 경험하지 못하는 것은 아쉬운 일이다. 만약 윤석영이 대표팀에 돌아오고 QPR이 승격을 하지 못한다면 윤석영에게는 너무나 아쉬운 경기가 될 것이다. 어느정도 이해를 해주고 윤석영의 사기를 북돋워주는 편이 나았다고 본다. 

윤석영이 아니더라도 다른 선수를 뽑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도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23인이 아닌 30인 명단으로 시작을 했다면, 박주호역시도 대표팀에 부름을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애초에 23인이 아닌 한자리를 놓고 박주호와 윤석영이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었다면 어땠을까. 박주호의 부상정도가 어느정도인지는 몰라도 이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여러모로 아쉽다. 다음 시즌, 기성용과 윤석영이 나란히 EPL에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었다. 물론 아직 QPR의 승격가능성은 열려있지만, 큰 대회를 뛰지 못하고 귀국해야 하는 윤석영의 심정이 어느정도는 이해가 가기에 더욱 더 아쉽다. 그 아쉬움, 대표팀 경기에서 시원하게 날려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