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 레전드 칭호, 진짜 그 '레전드' 맞나요?

Posted by Soccerplus
2014. 5. 20.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은퇴를 선언한 박지성 선수가 맨유에서 레전드 칭호를 받게 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에 다시 한 번 축구계가 떠들썩해졌다. 박지성은 분명히 큰 일을 해낸 선수이고 맨유에서 무려 205경기를 소화하며 7시즌동안 자신의 역할을 확실하게 해냈다. 이미 말을 하면 입이 아플정도로 우리나라를 넘어 아시아 축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선수다. 

그런 박지성이 맨유로부터 레전드 칭호를 부여받게 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맨유가 먼저 박지성에게 제안을 했고, 박지성이 레전드 칭호를 받아들이게 되면 박지성은 맨유의 홍보 대사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박지성이 선수생활에서 가장 많이 뛰었던 팀이기도 하고, 또 팀에 좋은 영향을 미친 박지성의 은퇴에 헌정 영상까지 만들면서 레전드에 상응하는 대우를 해주었다. 

국내팬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박지성의 입지가 이정도였구나라고 다시 한 번 놀라고 있다. 박지성이 맨유의 레전드로 자리하게 된다는 것은 정말로 큰 업적이다. 많은 지인들이 내게 질문을 해왔다. 믿을 수 없어서 였을 것이다. 박지성이 진짜로 맨유의 레전드가 되는 것이 맞냐고. 

맨유의 공식 홈페이지에 가면 레전드의 목록이 나와있다. 맨유는 자체적인 레전드의 기준을 갖고 있기도 하다(http://www.manutd.com/en/Players-And-Staff/Legends.aspx). 우리가 아는 선수들의 이름도 적지 않다. 웨인 루니, 리오 퍼디난드, 라이언 긱스, 보비 찰튼, 조지 베스트, 마크 휴즈, 브라이언 롭슨, 폴 스콜스, 개리 네빌등 대단한 선수들의 이름이 있다. 400경기 이상, 100골 이상을 넣은 선수들에게 레전드의 칭호를 붙여준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지성에게 주어지는 레전드의 칭호는 무엇일까. 레전드라기 보다는 '홍보대사'의 느낌이 더 강하다고 본다. 레전드의 기준을 정해놓은 것도 사실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지만 (전설, 이라는 것은 팬들의 마음이 정하는 것이라 생각) 박지성의 업적은 앞서 언급한 선수들에 비해 훨씬 못미친다. (심지어 저 명단에는 데이비드 베컴도, 에드윈 반 데 사르도 없다)


얼마전 방한한 퀸튼 포춘도 레전드이지만 저 명단에는 들어가 있지 않

다. 특별한 의미를 가진, 특별한 공헌을 한 선수에게 레전드의 칭호를 부여 한다고 하는데 퀸튼 포춘은 남아공 출신의 선수로 100경기를 조금 넘는 경기를 뛴 선수다. 박지성에 비해 미약한 활약을 펼쳤지만 그는 레전드로 맨유를 대표해 세계를 돌아다니고 있다. 만약 그가 남아공출신이 아니라 영국출신이었다면, 그는 그저 평범한 맨유의 선수로 기억될 것이다. 

박지성 역시도 이와 거리가 멀지 않다고 생각한다. 박지성이 아시아 출신으로 분명히 큰 공헌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팬들이 생각하는 레전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퀸즈 파크로 이적하지 않고 두 시즌 정도를 더 맨유에서 보내고 맨유에서 은퇴를 했다면 모를까, 2012년부터 그가 경기에 나오지 못한 적이 훨씬 더 많았다. 박지성은 엄밀히 말하면 맨유의 아시아 홍보대사로 임명되었고, 그 임명직의 역할이 레전드라고 생각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박지성의 업적을 폄하할 생각은 전혀없다. 이 블로그에 들어와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박지성을 선수로 인간으로 존경하는 사람중 하나이다. 하지만 확실히 해야할 것은 확실히 해야한다. 맨유에서의 활약은 우리에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레전드라는 인식을 갖기에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맨유가 그의 가치를 알아보고 먼저 레전드를 제의한 것은 참으로 반갑고 좋은 일이지만, 생각해보면 맨유도 박지성만큼 좋은 홍보대사는 없다. 이미 아시아에서 최고의 선수로 자리매김한 선수이지 않은가. 본인도 축구 행정가로의 꿈이 있기도 하고. 

레전드라는 말에 혹할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내 언론은 이 레전드라는 말이 정말 그 '레전드'인양 보도 하고 있는 듯 하다. 조금 더 확실하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그리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