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월드컵 중계 포기, 축구팬이 동감하는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5. 26. 08:00 K리그 이야기


지난 남아공 월드컵은 그간 월드컵과는 달리 3사 중계가 아닌 SBS의 단독중계로 진행되었다. SBS가 모든 경기를 생중계 한다고는 했지만, 축구팬들은 답답함이 적지 않았다. 당시까지만해도 무명에 가까운 배성재 캐스터가 차범근 해설위원과 한국경기를 맡는다고 했을 때, 많은 팬들은 기대보다는 걱정이 아쉬웠던 기억이 있다. 3사 중계를 통해 원하는 캐스터와 해설의 중계를 보는 것은 월드컵을 보는 시청자 입장에서 하나의 특권이었다. 

그리고 이번 대회는 SBS의 단독중계가 아닌 3사 중계로 진행된다고 한다. MBC는 안정환과 송종국 등 월드컵 영웅들을 메인 해설위원으로 데려왔고, KBS도 이영표 위원과 5년계약을 이뤄내며 뒤쳐지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전통의 강자인 SBS는 배성재 차범근의 투톱을 갖고 있으며 자신들의 스포츠채널 해설위원들을 대거 월드컵에 중용할 것으로 알려졌다. 세가지 채널로 볼 수 있는 월드컵이 기대되는 이유였다. 

그리고 각각의 채널은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해설을 제외하더라도 많은 부분에서 신경을 쓰는 모습이었다. 박지성이 내한한 두 경기를 공중파에서 중계하기도 했고, 월드컵 프로그램을 신설하면서 시청자들을 붙잡아두려 노력하고 있다. 기존과는 다른 파격적인 CF를 내보내기도 한다. 

목요일에 펼쳐진 PSV와 수원과의 경기에서 KBS 중계는 그간 공중파 축구 중계와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었다. 경기가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KBS의 축구 중계능력이 이정도였구나를 느끼는 경기였다. 헬리캠이 동원되어 스루패스의 줄기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고, 선수들의 동선을 잘 읽어내 경기에 몰입될 수 있는 중계를 보여주었다. 20대의 카메라가 동원되고, 한 경기에만 80명에 가까운 인원이 동원되었다고 하니 이번 월드컵에 들이는 공이 얼마나 큰지를 알 수 있다. 

하지만, KBS의 월드컵이 무산될 위기에 놓여있다. KBS의 스포츠국 간부 5명이 사퇴를 한 것이다. 그리고 이번 월드컵 메인 아나운서로 낙점되었던 이광용 아나운서가 KBS 제작 거부에 동참하면서 지난 경기도 조우종 아나운서가 캐스터를 맡았다. 물론 거금을 들인 KBS의 월드컵이 무산되지는 않겠지만, 월드컵 중계에 큰 문제가 생겼다는 것은 분명하다. 

스포츠국에서 월드컵이 갖는 의미는 대단히 크다. 제작거부에 나선 이광용 아나운서는 자신의 꿈이 월드컵을 중계하는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으며, 4년에 한번씩 돌아오고 대회의 집중도가 큰 월드컵만큼 큰 행사는 없다. 특히, 지난 대회를 SBS의 독점중계로 건너뛰어야 했기에 KBS는 분명히 이 대회에 이를 갈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스포츠국의 간부들은 지금 KBS에 닥친 문제를 좌시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고, 결국 사퇴를 결정했다. 

축구팬의 입장에서 월드컵에서 볼 수 있는 채널이 하나 줄어드는 것이지만, 이만큼의 불편함은 당연히 감수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언론학을 전공한 학생으로서 지금의 언론계가 제대로 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KBS 뉴스가 단축방송을 하고 있는 것도, 그리고 여러 PD들이 제작거부에 들어간 것도 우리는 기성언론을 통해 전해들을 수 없다. 눈을 뜨고도 코를 베이는 기분이다. 월드컵을 오랫동안 준비해왔던 간부진들이 왜 사퇴를 했겠는가. 

언론을 정권의 나팔수로 사용해 여론을 장악하겠다는 생각은 너무나 잘못된 생각이다. 너무나 답답함을 느끼고, 기존 언론에 대해 불쾌감을 느끼는 사람이 한둘이 아닐 것이다. 지금 이런 상황에서 월드컵이 대수겠는가. 월드컵 중계 거부를 통해 언론의 문제점을 고칠 수 있다면 월드컵을 포기해도 괜찮다. 한 축구팬으로서, 그리고 축구에 열광하는 대한민국 축구의 열렬한 서포터로서 KBS 스포츠국을 응원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