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범근, '박지성 고생했다' 진심담긴 뭉클한 한마디

Posted by Soccerplus
2014. 6. 9. 08: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한국 축구의 레전드를 뽑자면 단연 첫번째로 차범근의 이름일 것이다. 그리고 두번째를 뽑는다면, 아직은 동시대를 살고 있는 느낌이라 모르겠지만 그 다음은 박지성이 아닐까. 한국 국적으로 세계를 호령한 두 명의 선수, 바로 차범근과 박지성이다. 동시대에 선수로 뛰어보지 못한 두 선수의 만남이 성사된다면 어떤 느낌일까? 

얼마전 그라운드에서 '박지성 드림컵'을 통해 두 레전드가 한 유니폼을 입고 뛰었다. 바로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 덕분이었다. KBS는 우리동네 예체능과 인간의 조건을 통해 간판 중계진인 조우종 아나운서와 이영표 해설위원을, MBC는 아빠 어디가를 통해 김성주 캐스터와 안정환 해설위원을 간접광고 하고 있지만, SBS는 강자의 입장에서 큰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박지성의 런닝맨 출연과 함께 차범근의 만남이 방송에 올랐다. 월드컵을 위해 자사 중계진을 야금야금 내보내던 타사 방송사에 강력한 펀치를 날린 것이다. 

개인적으로 유럽 축구 여행을 가면서 많은 팬들이 박지성이나 기성용같은 한국 선수들을 알고 있었지만, 과거의 선수들을 알고 있는 경우들은 드물었다. 하지만 차범근은 예외였다. '붐~근' 이러면서 한국 선수의 이름을 말하는데,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들이 차범근의 이름을 연호하자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단순히 독일에서만 차범근을 알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영국에서, 스페인에서, 이태리에서도 차범근을 알고 있었다. 그의 위상이 얼마나 높았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차범근 위원이 시청자들에게 호감을 사고 있는 이유는 냉철한 전력 분석가의 능력도 있겠지만 축구계의 최고의 입장에서도 선수들에게 따뜻한 조언을 아끼지 않으며 진심으로 대한민국을 응원하는 마음이 말한마디에서부터 드러나기 때문이다. 그의 직속후배라고도 할 수 있는 손흥민이나 독일 후배들인 구자철, 홍정호를 상대하는 차범근의 마음은 따뜻한 아버지의 마음과도 같다. 그가 '따뜻한 축구'를 칼럼형식으로 연재하는 것도 그의 성품이 잘 드러난다.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직속 후배이자, 차범근 축구상을 탔던 박지성에게도 그의 따뜻함은 예외가 아니었다. 이번 촬영이 계획된 것인지, 아니면 방송대로 갑작스러운 요청인지 (아무래도 전자인 것 같다)는 모르겠지만, 박지성과 처음 전화통화를 하면서 박지성이 인사를 하기전에 차범근이 가장 먼저 건넨말은 바로 '그동안 고생 많았다'라는 말이었다. 수천마디 말보다 단 한마디가 마음에 와닿았다. 

박지성이 지금 해외파들의 선구자라지만, 지금보다 30년전의 환경은 얼마나 척박했겠는가. 외국에 나간다는 것 자체가 어려웠던 시절, 차범근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은 고생을 했을 것이다. 그런 어려움을 누구보다 잘알기에, 이제 막 은퇴를 한 박지성에게 건넨 첫마디는 '그동안 고생 많았다'였다. 과거의 차범근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그리고 우리에겐 최고의 스타 박지성이 얼마나 힘들었는지를 추측해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리고 박지성을 처음 만나고 나서도 가장 처음 말했던 이야기도, '그동안 고생 많이 했다고 이야기 해주고 싶다'였다. 박지성은 여전히 그에게 하늘같은 선배인 차범근의 얼굴을 쳐다보지도 못할 정도로 어려워 했지만, 차범근의 진심어린 한마디를 받아들고 뭉클한 표정을 숨기지 않았다. 그의 말투에서 박지성을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를 알 수 있었다. 뒤이어 이어진 차범근의 다큐에서도 염증으로 입원을 한 박주호의 소식을 듣고 단숨에 병원에 달려가는 모습에서도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같은 말이어도 누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진심이 느껴짐에 있어서 차이가 크다. 비록,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서 이뤄진 두 레전드의 만남이었지만, 더 큰 레전드가 이제 막 은퇴한 다른 레전드에게 건넨 따뜻한 마음은 스크린으로도 충분히 느껴졌다. 그래서 더 따뜻했고, 더 뭉클했던 장면이었다. 두 레전드들에게 너무나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