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의 소소함을 느낄 수 있었던 함부르크, 브레멘 여행[유럽 여행/ 독일 여행/독일 북부 여행/ 브레멘 여행/ 함부르크 여행]

Posted by Soccerplus
2014. 8. 29. 16:21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유럽 여행 이야기

오늘부터 작년 유럽 여행기를 올려보려고 한다. 지금처럼 잉여로운 시간도 많이 없고, 사진을 보는데 나중에 더 생각날 것 같아서. (여행 정보를 찾으시는 분들이 이 글을 보고 계시다면 큰 도움은 되지 않을 수는 있지만, 그래도 그 도시가 갖고 있는 감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그 과정에서 느꼈던 느낌이 무엇인지 비교해보면 좋을 것 같아요.)

모든 여행의 시작과 끝은 축구였지만, 내가 가서 축구만 본 것은 아니다. 각국 주요 도시를 다니면서 (혼자서) 생각을 많이 했던 것 같다. 유럽여행을 3번째 가는 것이고, 심지어 이 여행은 내가 6개월동안 유럽에서 살면서 다녔던 여행이지만 늘 기분에 따라 분위기에 따라 그 도시가 주는 느낌은 다르다. 

나의 첫번째 포스팅 여행지는 바로 독일 북부의 함부르크와 브레멘이다. 당시 함부르크와 아우구스부르크의 경기가 있었고 독일 북부도 겸사겸사 가볼겸 해서, 1달간의 부활절 방학의 첫번째 여행지로 이 곳을 선택했다.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 사실상 처음이었고, 적응을 하기 힘든 것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고생을 꽤나 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때가 몇일이냐면 3월 16일이다. 사진을 볼 수 있듯이 독일 (및 영국 등등 북쪽에 위치한 유럽)은 3월 중순임에도 추웠다. 정말 무지 추웠다. 여행을 다니기 싫을 정도로. 혹시나 이때 유럽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분이라면 따뜻하게 잘 준비해 가야 할 거에요. 

함부르크 공항을 나와 함부르크 중앙역으로 나왔다. 철도의 역사가 긴 독일의 주요 도시 기차역은 대부분 커다랗고 멋지게 생겼다. 함부르크는 여행지로 유명한 것은 아니지만 나름 독일 2위의 항구 도시다. 독일의 북단에 위치하고 있으며 바다와 인접해있다. 여기서 더 올라가면 아마 덴마크가 나올 거고, 중부 유럽이라기보다는 북부 유럽 느낌이 더 강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사람들이 죄다 검은 옷을 입고 있고 있다. 추울 때 가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뭔가 사람들이 생각하면 떠올릴 독일의 모습과 흡사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사람들은 물론 친절하고, 제갈길을 가는 분위기였다. 

내가 묵었던 곳은 Generator Hostel Hamburg 였다. 제너레이터 체인은 깨끗하고 기본적인 것은 거의 완벽에 가깝게 해결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와이파이가 생각만큼 잘 터지지 않는다. 계속해서 연락을 해야했던 나는 무지 답답했고, 글을 쓰기 위해 카페로 갔던 기억이 있다. 인터넷이 안됐으니까 2층에 있던 PC를 사용하기도 했는데 한글도 안되고 불편하기도 했다. 핸드폰은 Vodafone에서 10유로짜리 유심칩을 사서 충전해서 썼었다. 

이게 내가 함부르크에서 먹었던 첫끼니다. 함부르크 역에가면 푸드코트 비슷하게 있는데 거기 피자헛에서 먹은 피자 2조각 + 음료 1 잔 이렇게 해서 아마 3.99유로를 받았던 것으로 기억한다. 배고픈 여행자에게는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이 별로 없지만 독일 물가가 전체적으로 쌌고, 이렇게 패스트푸드 느낌으로 피자를 먹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혼자 돌아다닐때 가장 안타까운 것은 밥을 혼자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때때로 둘이 아니면 먹을 수 없는 음식이 있다. 티본 스테이크라든지, 학세라든지. 그런걸 먹지 못해서 아쉬웠다. 그럴땐 동행을 구하거나 호스텔 내에서 친구를 사귀면 되는데 나같은 경우에는 굳이 친구를 사귀지 않아도 된다는 주의였다. 

축구 관람기는 썼으니 패스하도록 하지만 아우구스부르크에서 함부르크로 원정온 구자철이다. 이날 경기에서 아우구스부르크가 1:0으로 함부르크를 이겼고 손흥민, 구자철, 지동원이 모두 나와서 잘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은 세 선수가 모두 다른팀으로 가있다는 것도 신기한 일인 것 같다. 

역 앞의 큰 길가를 따라서 쭉 걷다보면 시청사가 나온다. 시청사 하나하나가 모두 예술이다. 역사가 느껴지기도 하고 웅장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이날은 일요일이어서 사람이 없고 한산하다. 그리고 너무 추워서 어디 들어가고 싶어도 들어갈 곳이 없었는데 시청사에서 미술 기획전 같은 것을 해서 안에서 몸을 녹였던 기억이 있다. 내가 기억하는 3월 17일의 온도는 영하 2도정도? 무지막지하다. 

그리고 조금 더 걷다보면 알스터 호수가 눈앞에 펼쳐진다. 이 호수는 인공 호수라고 하는데 상당히 컸다. 호수 옆에 사람들이 앉아서 쉴만한 공간도 있었고, 자리도 많았지만 보다시피 얼음이 녹지 않을 정도로 추운 날씨, 다들 커피 한잔으로 몸을 녹이고 있었다. 저때만큼 커피가 절실한 때도 없었던 것 같다. 가난한 베낭 여행객에게는 2유로도 아껴야 할 돈이기에 잠자코 한바퀴를 돌았다. 바람이 많이 불지만 여름에는 정말 시원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한 도시의 매력을 한 번에 잡아채기란 어렵다고 생각한다. 이런 측면에서는 함부르크에게는 상당히 불리한 때에 여행을 갖다. 함부르크의 매력을 제대로 느끼지 못할 때에 온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후에 다시 한 번 해가 쨍쨍 비칠 때 알스터 호에 앉아서 시원한 아이스 커피를 먹는다면 느낌은 또 다를 것이다. 


함부르크하면 유명한 것이 바로 햄버거!다. Hamburg, Hamburger는 본디 독일 함부르크 지방에서 고기를 갈아서 익혀먹던 것이 기원이 되어서 독일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가 지금의 햄버거가 되었다고 한다. 함부르크에 오면서 다양한 수제 햄버거나 아니면 조금 다른 햄버거 스타일을 맛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별로없다. 이리 저리 수소문해서 알아본 결과 JIM BLOCK이라는 햄버거 체인 가게가 있었다. 무슨 버거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대표 메뉴처럼 보이는 버거를 시켰다. 맛은 그닥 (맛없다라기 보다는 전세계 어딜가서나 맛볼 수 있는 맛). 내가 함부르크에서 정보를 잘 찾지 못했던 건가? 아니면 함부르크가 마케팅을 못하고 있는 건가. 조금 아쉬웠다. 

그렇게 계속 걷다보면 (오래되서 어떻게 갔는지는 모른다) 이렇게 거대한 배들이 많이 모여있는 항구가 나온다. 유럽 최대 규모의 항구이고 독일 제1의 항구도시이니 그 규모가 얼마나 큰지는 상상할 수 있을거다. 여기에는 사람들도 많았고, 일요일 치고 상당히 바쁜 분위기였다. 여기에서 미니어쳐 아일랜드라는 곳을 찾아가보고 싶었는데, 돈이 없기도 하고 귀찮기도 해서 굳이 가지는 않았다.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상당히 재미있고 사진찍을게 많은 것 같았다. 사실 내가 함부르크를 들린 이유는 그런 것들을 보기 위함이 아니라 축구 경기를 보기 위함이었으므로 아쉽지만 패스했다. 

다음 날, 베를린으로 넘어가기전 브레멘을 찾았다. 함부르크에서 1시간이면 갔다 올 수 있는 거리. 북독일에서 큰 도시들 중 하나지만 함부르크보단 작은 도시이다. 함부르크보다 더욱 더 아기자기한 느낌을 주는 도시이기도 하다. 내가 브레멘을 찾은 이유는 어린 시절 엄마가 읽어주었던 '브레멘의 음악대' 때문이었다. 브레멘에 대해서 아는 거라고는 정!말!로! 이것 밖에 없었다. 브레멘의 음악대. 내용도 잘 기억나지는 않지만 한시간 기차타고 여유부릴 시간은 있을 것 같아서 다녀왔던 곳이 바로 브레멘이다. 

브레멘 역사에서 나오자마자 풍차가 반겨준다. 바람이 많이 분다는 방증일까, 아니면 그냥 관광객들 보라고 만들어 놓은 것일까. 이 곳도 북유럽의 강한 바람이 영향을 미치는 곳임은 분명하다. 함부르크보단 나았지만 3월 18일의 브레멘은 추웠다. 일요일이 지나서 그런지 사람도 많았고, 날씨도 나름 괜찮았다. 

브레멘 중앙역에서 한 20분정도 걸으면 나오는 시청사다. 생각보다 엄!청! 크다. 한 프레임에 담기도 힘들어서 저만치 멀리가서 찍었던 기억이 있다. 인구가 55만밖에 되지 않는 곳에 이렇게 크고 멋진 시청사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독일에 오면 시청사가 다들 멋있다. 각 도시를 대표한다는 느낌이 들기도 하고. 

브레멘은 작은 골목길에 이렇게 소소한 인형들 같은 것을 판다. 브레멘의 음악대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을까? 함부르크가 거대한 느낌의 도시였다면 브레멘은 소소하고 아기자기한 맛이 있는 도시였다. 중국인 관광객들이 대규모로 와서 구경을 하기도 했다. 함부르크에서는 보지 못한 광경이었다. 

나는 이 동상을 보러 여기까지 왔는지도 모르겠다. 브레멘에 버려진 동물들이 음악대를 만든 다는 내용이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엄마가 50권으로 된 세계 명작 동화를 읽어줬던 기억이 브레멘의 유일한 기억이다. 하지만 그 어렸을 때의 희미한 기억은 큰 힘을 갖고 있다. 나를 함부르크에서 브레멘까지 오게 만든 힘. 사람들의 기억이란 대단한 힘을 갖고 있다. 사실 보면 별건 아니지만, 그래도 이미지가 중요하다. 어쨌거나 이 동상을 보고 난 어렸을 때의 생각에 잠겼으며 그 때로 잠시나마 돌아갈 수 있어서 좋았던 것 같다. 

관광지로의 매력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지만, 독일 북부는 나름의 매력을 갖고 있다. 거대한 도시의 함부르크, 이렇게 소소하지만 역사를 갖고 있는 브레멘. 독일을 여러 곳 다녀봤지만 가는 곳 마다 다른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 (모든 유럽이 그렇지만) 좋았다. 혼자 다니는 여행이 처음이라 상당히 걱정도 많이하고 떨렸던 것 같다. 무엇보다 날씨가 너무 춥고 해가 일찍 져서 여러군데를 돌아다니기도 힘들었고. 맥주도 한잔 안사마시고 돌아다녔던게 지금 생각해보면 아쉽기도 하다. 

주변에 유학을 가거나 교환 학생을 떠난다면 함부르크나 브레멘에 하루 정도 여행을 올 수 있겠지만, 굳이 여기까지 와서 하루를 투자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물론 살기에는 좋은 도시임은 틀림없다. 한편으로는 날씨도 좋지 않았고, 일요일이라 상점이나 가게가 다 닫아서 조금 아쉬운 여행지이기도 했다. 하지만 여행을 하면서 여행지에 연연하며 아쉬워하기보다는 그 순간순간을 즐기며 했던 생각을 곱씹을 수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서 여행을 하는데 첫 발을 내딛었기에 기억에 남는 여행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