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3 충격패 맨유, 돈으로 승리를 살 순 없었다 (레스터시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Posted by Soccerplus
2014. 9. 22.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이번 여름 이적 시장의 키는 단연 맨유였다. 퍼거슨 시절과는 전혀 다른 이적 시장의 행보를 보이면서 앙헬 디 마리아와 라다멜 팔카오라는 월드클래스 선수들을 사왔다. 달레이 블린트와 마르코스 로호의 영입이 그리 크게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큰 규모의 영입이었다. 여름 이적시장이 열리자마자 영입한 루크 쇼와 안데르 에레라 까지 포함하면 주전 선수들을 6명이나 사온 것이다. 맨유는 기존의 로빈 반 페르시, 웨인 루니, 후안 마타라는 자원에 디 마리아와 팔카오가 합류하면서 세계 최강의 공격진을 갖추게 됐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발표한 시즌 일정은 맨유에게 매우 유리하게 보였다. 마치 맨유의 부활을 잉글랜드 FA가 기다리는 듯했다. 스완지, 선더랜드, 번리, QPR, 레스터시티, 웨스트햄이 시즌 첫 6연전 상대였다. 초반 기세를 잘 이어나간다면 우승도 기대해볼만할 정도로 좋은 일정이었다. 그러나 맨유는 시즌 첫 3경기를 매우 암울하게 시작했다. 3경기에서 승리를 얻어내지 못했고, 개막전에서는 올드트래포드 홈에서 스완지에게 망신을 당했다. 

하지만 디 마리아와 블린트, 마르코스 로호가 합류하고 안데르 에레라가 복귀한 QPR전은 달랐다. 4:0 완승을 거뒀고, 수십년만에 맨유의 최고 점유율 기록을 갈아치웠다. 완벽한 경기였고, 공격진의 엄청난 파괴력에 맨유를 우승후보로 꼽는 팬들도 나타났다. 팔카오가 제 컨디션을 되찾고, 반 페르시의 폼이 올라온다면 맨유의 공격력은 더욱 더 강해질 것이라 생각됐다. 그리고 이 엄청난 공격수들 사이에서 누가 주전자리를 차지할지도 궁금해졌다. 

레스터시티에게 시작하자마자 2골을 폭격할 때까지만해도 이 기대감은 충족되는 듯 했다. 처음 호흡을 맞춘 팔카오와 반 페르시가 한 골을 만들어내고 디 마리아의 그림같은 골이 들어갈때까지만 해도 말이다. 그리고 레스터시티가 한 골을 반격할 때까지만해도, 아니 후반전을 시작한 뒤 팔카오가 골대를 맞추고, 에레라가 추가골을 넣을 때까지만 해도 그랬다. 에레라의 세레모니는 승리를 확정지어 기쁨을 표출하기보다는 앞으로 넣을 골이 더 많다라는 느낌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5:3이었다. 승리는 맨유가 아닌 레스터시티였다. 3:1에서 4골이 더 터졌으며 무심하게도 4골은 모두 레스터시티에서 터졌다. 맨유는 다시 한 번 악몽을 꾼듯 경기가 끝난 뒤에도 허탈한 표정을 보였고, 레스터시티는 마치 리그에서 우승을 한 듯한 환호성을 터뜨렸다. 맨유는 이번 이적시장에서 역대 기록을 경신하며 큰 돈을 투입했지만, 리그 최약체로 평가받던 레스터시티에게 굴욕의 역전패를 당했다. 

공격진은 화려했으나, 수비진은 구멍투성이였다. 에반스가 부상으로 교체되면서 부상에서 갓 회복된 스몰링이 투입되었으나, 스몰링의 몸상태는 정상이 아니었다. 또한 지난 경기에서 벽과 같은 모습을 보였던 마르코스 로호는 레스터의 제이미 바디에게 쩔쩔맷다. 어린 수비수 블랙캣은 수비진을 종횡무진하며 인생 경기를 만드는 듯 했으나, 가장 중요한 때에 백태클을 하면서 퇴장을 당했다. 블랙캣이 퇴장을 당하면서 맨유 선수들은 아예 의지를 잃어버린 듯 했다. 

심판의 판정도 맨유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했다. 2번째 골을 실점할 때, 하파엘의 파울을 불기 이전에 레스터의 반칙이 명백하게 있었다. 하지만 클라텐버그 주심은 이해할 수 없는 판정을 내렸다. 3:2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진정한 강자라면 이렇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정신을 다잡고 추가골에 도전하는 법이다. 어설픈 판정으로 PK를 허용했지만 반 할 감독은 감독석에 앉은채 미동도 하지 않았고, 선수들을 독려하지도 않았다. 퍼거슨이었으면 어땠을까? 얼굴을 붉히며 강력하게 항의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퍼거슨의 액션은 운동장의 선수들에게도 전달이 됐을 것이다. 주장 루니의 독려도 소용없었다. 경험이 많이 없는 선수들은 어처구니없는 실점에 당황했고, 3:3 동점을 바로 허용하고 말았다. 

이후 모든 실점장면에서 맨유의 경기 운영 능력은 실망스러웠다. 3:3을 허용한 이후, 두 골이 모두 실수에서 나왔다. 과거 맨유인력의 법칙을 뽐내며 어찌됐든 경기를 이기던 맨유가 아니었다. 그런 평정심과 승부 본능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엄청난 돈을 들여 세계적인 선수들을 데려왔고, 분명히 그에 걸맞는 개인 기량을 보여주었지만 선수들의 정신력이나 조직력은 아직 그에 걸맞진 않는 듯 하다. 이 패배로 인해 맨유는 더욱 더 조급해졌다. 충격적인 패배를 어떻게 딛고 일어날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