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G 축구 결승 진출, 승리에도 아쉬움이 남는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4. 10. 1. 08:00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2014 인천 아시안 게임 남자 축구 준결승에서 우리나라가 태국을 2:0으로 꺾으며 6개대회동안 결승진출을 하지 못했던 징크스를 날려버렸다. 한 수 아래의 상대로 평가되었지만 절대로 얕볼 수 없었던 태국을 상대로 승리를 했다. 우리나라는 이로써 조별리그 3경기, 16강 8강 4강까지 6경기를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며 6연승을 달렸다. 이제 금메달을 위해선 단 한 경기의 승리만이 남아있다. 유력한 우승후보였던 이라크를 꺾으며 결승에 올라온 북한과 다시 한 번 남북대결을 펼친다. 

일단 칭찬을 해주고 싶다. 사실 태국은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다. 태국에서 축구열기가 매우 뜨겁고, 많은 선수들이 프로 선수들로 구성되어있다. 실제로 태국 프리미어리그도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만나면 꽤나 강력한 전력을 갖추고 있다. 4강까지 올라오는 과정도 순탄했고, 8강에선 중국을 2:0으로 물리쳤다. 빠른 공격진을 자랑하는 태국에게 공격일변도로 나서다가 뒷공간을 위협받을 수 있다는 예상을 했었지만, 우리나라의 수비는 여전히 강력했다. 장현수는 이 대회 최고의 수비수이고, 그와 짝을 맞추는 김민혁도 충분히 좋은 자원이다. 

전반에만 두 골을 넣은 것도 매우 고무적이었다. 특히, 김신욱이 빠진 상태에서 크로스로 헤딩골을 기록했다는 것은 의미있다. 비판의 중심에 서있지만 이용재도 무언가 만들어내려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종호도 골을 기록하며 지난 경기에 이어 결정적인 한 방을 마련해주었다. 임창우의 오버래핑과 크로스는 인상깊었으며 박주호의 중원도 정말 좋았다. 

하지만 후반전의 경기 내용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선수들이 수비 일변도로 내려왔고, 태국을 상대로 잠그는 경기를 하며 후반 막판에는 아예 수비수를 한 명 더 투입하며 스리백을 서기도 했다. 손준호, 이재성은 패스 미스를 연발했다. 김진수는 중간에 부상을 당해 나갔다. 김승대는 특유의 날렵한 순간속도가 죽어버렸다. 뒷공간을 찾아가지만 전체적으로 운동능력이 떨어져 보였다. 이런 우리나라를 태국은 매섭게 밀어붙였고, 우리나라는 실제로 두차례정도의 위기에 직면하기도 했다. 

아시안게임은 늘 체력싸움이다. 특히 이번 대회는 더더욱 그렇다. 흥행을 위해 아시안게임은 조별리그 이후 8강토너먼트가 아닌 16강 토너먼트를 하게 되는데 그렇게 되어버리면서 8강 이후의 일정이 매우 빡빡해진다. 이틀을 쉬고 경기를 해야해서 젊은 선수들에게는 매우 힘든 일정이다.  그래서 선수들의 체력관리가 필수적인데, 특히 16강 이후부터는 이른 시간에 득점을 하고 후반에 교체를 통해 선수들에게 휴식시간을 줘야 한다. 

하지만, 이광종감독은 교체 카드를 적절하게 사용하지 않았다. 로테이션도 제대로 가동하지 않았다. 조별리그 3차전에서 몇몇 선수들을 쉬게 해주었긴 했지만, 이로 충분하지는 못하다. 김진수가 당장 부상으로 교체되어 나가버렸다. 부상으로 월드컵을 불참하고 몸을 늦게 만들면서 컨디션이 100% 올라오지 못했다. 하지만 김진수는 이번 대회에서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전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다. 부담이 될 수 밖에 없다. 

김신욱과 윤일록이 부상으로 경기에 나오지 못하면서 다른 선수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김승대가 에이스 역할을 하다가 주춤하고 있다. 안용우, 문상윤, 김용욱 등 로테이션 자원들이 나와도 되는 경기 흐름이었다. 주전들이 체력이 완전히 빠져서 뛰지도 못하고 있는데 교체는 후반 10분을 남기고서야 이뤄졌다. 이재성, 손준호의 체력이 떨어진 것이 눈에 보인다. 이재성은 울산에서도 주전으로 뛰고 있지만 올시즌 풀타임 대회가 처음인 선수다. 당연히 체력관리가 힘들 수 밖에 없다. 손준호도 올시즌 프로에 데뷔한 신인이다. 이런 선수들의 체력을 아끼고, 결승에 올인을 해야할 타이밍이 바로 어제 경기의 후반전이었다. 

후반전 10분 이후, 선수들의 체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위기가 찾아오기 시작했다. 결승을 위해서라도, 그리고 선수들의 부상방지를 위해서라도 교체카드를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야했다. 지칠대로 지친 우리나라는 바로 내일저녁 북한과 일전을 벌여야 한다. 김신욱의 출장가능성이 없어졌다면, 더더욱 공격수들을 아껴야 했다. 아쉬운 부분이다. 북한은 4강에서 연장경기를 하면서 우리보다 더 체력상태가 좋지 않은 상황이지만 결승전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고, 상대는 죽기살기로 덤빌 것이다. 좀 더 앞을 내다볼 필요가 있었다. 

물론 이광종 감독의 공이 크다고 생각한다. 2000년 초부터 유스팀 선수들을 길러오며 각급 대표팀 감독을 했던 이광종 감독이다. 아시안 게임에서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2년 뒤 올림픽에서도 지휘봉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애정을 갖고 지켜보고 있으나, 조금 더 선수들 체력관리가 신중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16강부터 4강까지 6일동안 3경기를 치루며 선발라인업이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그리고 우리는 8일간 4경기를 치루게 된다.

 우리나라가 꼭 금메달을 땄으면 좋겠다. 늘 아시아 무대에서 우승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기회가 찾아왔고, 이제 그 기회를 잡아야 한다. 선수들의 체력문제가 결승전에서 우리나라의 발목을 잡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