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챔스 데뷔골, 새로운 역사의 시작

Posted by Soccerplus
2014. 10. 2. 12:56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손흥민이 벤피카와의 챔피언스리그 본선 2차전에서 골을 넣었다. 그의 챔스리그 본선 데뷔골이다. 최종 플레이오프에서 2경기 연속골을 넣긴 했지만, 챔피언스 리그 본선이 아니라 예선 경기였다. 손흥민은 지난 시즌에도 챔스 8경기에 나왔지만 2개의 어시스트만 기록했을 뿐, 골을 넣지는 못했다. 챔스 본선 10경기만에 넣은 첫 골이다. 

대단한 경기였다. 손흥민이 컨디션이 좋은 날이면 어김없이 보여주는 좋은 장면들이 계속해서 나왔다. 1골과 1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여러차례의 돌파는 물론 팀 슈팅의 절반을 그가 기록하며 공격진에서 가장 믿음직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었다. 손흥민은 키슬링, 벨라라비, 찰하노글루와 선발출장했고 이 가운데에서 단연 에이스의 면모를 풍겼다. 이번 시즌 6골을 넣었는데, 그 중 5골이 결승골이었다. 손흥민이 얼마나 팀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공을 잡을 때 마다 슛으로 연결하고자하는 그의 움직임은 대단히 인상적이었다. 공격진영에서 공을 잡으면 슛을 하거나 동료들에게 날카로운 패스를 넣어주면서 상대를 어렵게 만들었다. 흔히 '손흥민 존'이라고 불리우는 패널티박스 바깥의 사이드 부분에서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기대감이 생겼다. 키슬링의 첫번째 골도 그의 발에서 시작됐다. 패널티 박스 바깥 손흥민 존에서 볼을 잡았고, 상대를 바디 페인팅으로 제친 뒤 지체없이 오른발로 슛을 날렸다. 벤피카의 골키퍼는 줄리우 세자르였는데, 손흥민의 슛을 완벽하게 처리하지 못했다. 골키퍼 맞고 튀어나온 볼을 키슬링이 밀어넣으면서 첫 골이 터졌다. 

이어서 터진 손흥민의 데뷔골은 그의 클래스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벨라라비의 크로스가 땅으로 왔고 손흥민의 오른발에 걸렸다. 손흥민은 침착했다. 줄리우 세자르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역방향으로 슛을 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구석으로 빨려들어갔고, 줄리우 세자르는 골문을 통과하는 공을 바라만 봐야했다. 손흥민의 챔스리그 첫 골이 드디어 기록되는 순간이었다. 

우리나라 선수가 챔스리그에서 골을 넣은 것이 3년 반 전이다. 첼시와의 챔스리그 4강전에서 박지성이 골을 넣었던 것이 마지막이었다. 개인적으로 그 때 박지성이 골을 넣으며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을 때 블로그를 시작했었는데 이제는 박지성이 은퇴를 하고 그 자리를 손흥민이 잇고 있는 모습을 보면 감회가 새롭다. 박주호, 기성용 등 여러 선수가 챔스리그를 경험했지만 손흥민이야 말로 박지성의 후계자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적임자가 아닌가 싶다. 

새로운 역사가 쓰여졌다. 10경기만에 마수걸이 골을 넣은 손흥민이지만 앞으로 치를 경기가 훨씬 더 많다. 아직 22세의 어린 나이를 감안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발전하고 더 많은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지난 시즌보다 이번 시즌에 더 나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고, 시즌이 시작한지 한달 반만에 6골을 넣었다. 리그, 챔스를 가리지 않은 골이며 이 기세로 간다면 이번 시즌 개인 최고 기록에도 도전함은 물론이고 리그 15골 이상을 넣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로저 슈미트 감독이 부임하면서 손흥민의 활용도가 더욱 더 많아졌다. 측면에서 중앙으로 움직이는 동선을 자주 보였던 지난 시즌과는 달리 중앙에서 측면으로 빠지거나, 혹은 벨라라비와 찰하노글루와 콤비플레이를 통해 라인을 뚫는 모습이 자주 보인다. 속공 위주의 공격이었던 팀이 지공에서도 강력해졌다. 손흥민도 과거의 치고 달리기로만 골을 넣는 것이 아니라 골대 앞 혼전 상황이나 수비수들이 자리를 잡고 있는 상황에서도 더 여유있게 볼을 잡고 공격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시즌보다 팀도, 손흥민도 득점 루트가 더욱 더 풍부해진 느낌이다. 

앞으로 더 기대가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아시안 게임 불참으로 인해 개인적으로 어려운 시간을 보냈을지도 모르지만, 그만큼 손흥민의 기량을 팀과 감독이 인정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어린 손흥민에게 더 많은 기회가 올 것이라고 생각하며, 더욱 더 발전해 세계를 호령하는 공격수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