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팀 원톱 후보, 손흥민도 고려해야 한다

Posted by Soccerplus
2014. 12. 23. 08:00 해외파 이야기/손흥민

대표팀의 아시안컵 23인 명단이 발표됐다. 그리고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신예 이정협의 발탁이다. 상주 상무에서도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않았던 선수다. 또한 이에 반하여 늘 논란의 중심이던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제외됐다. 늘 논란속에서도 대표팀에서의 자리는 있었던 박주영이지만, 이번 새로운 감독에게는 그리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모양이다. 당연한 수순이라고 본다. 

박주영이 아스날로 이적한 이후, 대표팀에는 무게를 잡아줄 원톱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했다. 이동국도 그렇고, 김신욱도 대표팀에서 빛을 발했다고 말하긴 어려웠다. 이번 아시안컵이 김신욱이 대표팀의 간판 스타로 자리잡는 대회가 되길 바랬지만, 그는 결국 아시안게임의 부상여파로 2회연속 아시안컵 엔트리에 오르는데에 실패했다. 

슈틸리케 감독은 엔트리를 발표하면서 3명의 선수를 공격수 포지션으로 발표했다. 조영철과 이근호, 그리고 이정협이다. 이정협이 그래도 원톱의 조건에는 부합하지만 A매치는 한 경기도 뛰지 않은 선수다. 조영철은 대표팀에서 보여준 활약이 미비하다. 이근호가 그래도 가장 공격수로서 가치가 높은 선수라고 생각하지만, 이근호도 원톱의 자질을 갖춘 선수는 아니다. 오히려 폴스 나인에서 10번의 역할이나 후반전 교체투입되어 엄청난 활동량으로 활로를 뚫어주는 역할이 제격이다. 

슈틸리케의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의미심장한 질문이 들어왔다. 바로 손흥민의 공격수 기용에 관한 이야기였다. 손흥민을 원톱으로 기용할 가능성이 있느냐에 대한 질문에서 슈틸리케는 그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으며, 사우디전에서 조금은 달라질 대표팀을 공개하겠다는 대답을 했다. 그리고 이 대답을 보며 내심 반가웠다. 손흥민의 원톱 가능성이 분명히있고, 실력으로나 대표팀의 색깔로 보았을 때 손흥민의 중앙배치가 큰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대표팀에서 2선 공격자원으로 뛰고 있다. 소속팀에서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자유롭게 공간을 넘나들며 골키퍼와 1:1찬스를 많이 만들어내기도 한다. 함부르크 시절에는 공격수로 더 많이 나왔었고, 레버쿠젠에서도 활발하게 움직이며 포지션에 구애받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골을 넣는 능력은 우리나라에서는 따라올자가 없고, 상대방의 뒷공간을 공략하거나 원투패스로 침투해가는 동료에게 이어주는 패스도 수준급의 선수다. 위치로 보았을 때는 측면 윙포워드의 포지션이지만 역할로 보았을 때는 그의 포지션에 국한되지 않는다. 

대표팀에는 경쟁력을 지닌 2선자원들이 많다. 이청용, 구자철, 남태희, 이명주, 한교원, 여기에 손흥민까지 있다. 이청용과 손흥민이 양쪽을 맡고, 다른 공격수가 원톱으로 자리했었다. 하지만 경쟁력있는 선수들이 2선에 많이 포함되어있고, 1선의 중앙 공격수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면 손흥민을 중앙으로 이동시키고 2선의 풍부한 자원들을 더 활용하는 것이 그리 무리한 전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어짜피 조영철이나 이근호등 세컨탑 성향의 움직임이 짙은 선수들이 공격진에 자리할 것이라면, 손흥민이라고 그 역할이 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대표팀은 전통적으로 오른쪽 라인보다 왼쪽 라인에 강점을 갖고 있다. 이영표-박지성이 자리했던 시절은 물론이고, 지금도 왼쪽 풀백으로만 3명의 선수가 유럽에서 주전으로 활약하고 있다. 여기에 손흥민까지 자리하고 있다. 쟁쟁한 풀백들의 존재는 앞에 자리하게 될 왼쪽 측면 공격수에게는 상당히 큰 도움이다. 윤석영이 부상으로 제외되었지만 여전히 박주호와 김진수가 있다. 아시아에서는 양과 질로 보았을 때 비교할만한 나라가 많지 않다. 손흥민의 중앙이동으로 왼쪽라인이 헐거워 질 것이라는 생각이 그리 들지 않는다. 

이정협이 새로 합류했다고 해서 큰 기대를 하는 팬들도 많은 것 같지만, 이정협의 선발 이유는 분명하다. 186cm의 우월한 신체조건을 갖고 있는 타겟형 스트라이커로 기용할 것이라고 직접 슈틸리케 감독이 설명을 했다. 후반전 중반 이후 교체카드로 쓸 가능성이 높다. [2선과 공을 주고 받으며, 골을 넣을 수 있는] 주전 공격수로는 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 대표팀에선 이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가 현재는 손흥민뿐이라고 본다. 물론 상대에 따라 전술의 변화를 가져가야 하겠지만, 손흥민의 원톱 포지션 변경도 분명히 고려해 봐야 한다. 

박주영이 대표팀에 제외되면서 원톱에 대한 이야기가 정말 많이 나오고 있다. 물론 박주영이 팀에 주춧돌이 되는 선수는 아니었지만, 그만큼 대표팀의 원톱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손흥민이 있음에 그렇게 큰 걱정은 되지 않는다. 대표팀의 새로운 에이스이자 아시안컵 전 선수들 가운데 최고의 선수가 우리팀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한 일이다. 우리는 그리고 이 최고의 자원을 어떻게 더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한다. 늘 틀에 박힌 생각보다는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