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도움 기성용, 스완지의 만능 열쇠였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2. 08: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기성용의 차출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하고, 개인적으로는 2012/2013 시즌에 가장 많이 직관을 다녔던 두 팀의 경기였다. 그리고 결과는 1:1로 끝났다. 2시즌 전, 스완지와 QPR은 로프터스로드에서 만났었는데 그 경기는 박지성의 QPR데뷔전이었다. 5:0 스완지의 완승으로 끝났고, 이 경기를 통해 당시 셀틱 신분으로 이적할 팀을 결정짓지 못하던 기성용은 스완지로의 이적을 결심하게 된다. 이 두 팀은 한국인과의 인연이 많은만큼, 생생히 떠오르는 기억도 적지 않았다. 

그리고 두 시즌 뒤, 기성용은 다른 팀에 1년을 임대다녀오는 등 우여곡절을 겪었지만 팀의 핵심멤버로 성장했다. 2011/2012 시즌 바르셀로나의 사비를 제치고 유럽 전체 패스 성공률 1위를 기록했던 레온 브리튼의 입지는 이제 기성용의 그것에 밀리는 듯 하다. 이번 경기에서 시즌 19번째 선발 출장을 한 기성용은 다시 한 번 최고의 활약을 보이면서 팀의 무승부에 기여했다. 후반전 예상치 못한 상황이 나오면서 팀의 패배가 확정적인 상황이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측면으로 내려가 보니에게 어시스트를 올리며 차출전 마지막 경기에서 팀에 소중한 승점 1점을 안겼다. 

강했던 QPR의 압박, 르로이 페르의 중거리 슛

하위권에 쳐져있으며 홈에서 매우 강한 QPR은 이번 경기에 대한 준비를 단단히 하고 나왔다. 원정 경기에서 모두 패했기에 홈경기에서 해볼만한 상대인 스완지에게는 승리를 거둬야 하는 상황이었다. 찰리 오스틴과 르로이 페르, 바비 자모라를 중심으로 많은 활동량을 가져가면서 상대를 피지컬로 밀어붙였다. 존조 쉘비가 빠지고 레온 브리튼이 선발로 나왔던 스완지의 약점을 공략한 것이다. 수비진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않았던 스완지는 점유율 축구로 이를 막아내려했지만 컨디션이 무지 좋았던 르로이 페르의 30M 중거리슛이 작렬하면서 끌려가게 된다. 

풀리지 않는 경기, 몽크 감독의 선택

스완지는 전체적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았다. 특히 이번 경기를 마지막으로 네이션스컵에 차출되는 윌프리드 보니의 공백을 메우고자 바페팀비 고미스를 선발 투입시켰으나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얇은 선수층은 박싱데이 일정 내내 원정을 다니며 지칠대로 지쳐있었고 핵심 윙어인 몬테로도 부상으로 제외되었다. 키어런 다이어가 최악의 컨디션을 보이며 그야말로 차포를 다 떼고 경기를 하는 느낌이었다. 

후반 중반까지 끌려가지 몽크 감독은 이례적인 교체를 한다. 팀의 에이스인 시구르드손을 빼고 보니를 투입하면서 투톱으로 전형을 바꿨다. 그리고 공백이 생기게 되는 공격형 미드필더에 기성용을 전방배치했다. 1:0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기성용은 활발한 움직임으로 볼을 운반했고, 종료 10분전에는 결정적인 프리킥 찬스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체력이 떨어진 시구르드손보다 훨씬 더 나은 모습이었다. 

라우틀리지의 퇴장, 그리고 측면 미드필더 기성용

하지만 종료직전, 말도 안되는 판정이 나오면서 스완지의 꿈은 사라져갔다. 칼 헨리가 라우틀리지에게 양발태클을 했고, 그 과정에서 라우틀리지가 격한 반응을 했다. 정작 원인을 제공했던 칼 헨리에게는 옐로카드가 주어졌고, 넘어졌다 일어나는 과정에서 왼발로 헨리를 가격했다는 판정을 받은 라우틀리지는 퇴장을 당했다. 마지막 희망을 잃어버리는 듯 했다. 하지만 스완지는 끝까지 1골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 기성용도 코너킥을 전담하고 수비에서부터 공격까지 팀 플레이에 큰 도움을 줬다. 

그리고 인저리 타임, 마지막 스완지의 공격이 시작되었다. 기성용의 위치를 찾았지만 그가 보이지 않았다. 이 당시 기성용이 피로 누적에 의한 부상으로 빠진 줄 알았다. 하지만 기성용은 오른쪽 미드필더 자리에서 공을 잡았다. 측면 미드필더의 역할이었다. 라우틀리지가 빠지면서 측면 크로스를 위해 오른쪽 측면에 빠져있었던 것이다. 기성용은 그대로 중앙으로 볼을 드리블 하며 두 명을 따돌렸고, 지체없이 윌프레드 보니에게 볼을 연결했다. 보니는 이를 토킥으로 마무리 지으며 극장골을 넣었다. 그야말로 기성용의 진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스완지에선 최고였지만, 체력이 걱정된다

기성용은 이 경기에서도 팀에서 가장 많은 패스(69회)를 뿌리며 중심 선수로 맹활약했다. 하지만 이제 일주일 앞으로 다가온 아시안컵에서 체력이 달리지는 않을지 걱정스럽다. 이번 시즌 팀의 20경기중 19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한 경기도 교체로 나왔다. 19경기중 18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했고, 이제 다시 대표팀에서도 핵심멤버로 활약해야 한다. 계절과 시차가 완벽히 반대인 호주에서 제 기량을 보여줄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하지만 그의 경기 감각과 컨디션만큼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지금 우리나라 선수들 가운데 가장 폼이 좋은 선수이다. 기성용이 없는 대표팀 중원은 상상할 수 없다. 딥라잉 플레이메이커에서 공격형 미드필더로, 그리고 측면 미드필더까지 변신해 골을 도움한 기성용의 활약이 아시안컵에서 이어지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