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집과 변화' 슈틸리케 매직, 이라크전도 통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1. 26. 23:13 대표팀/월드컵 이야기

이런 것을 마법이라고 말하는 것 같다. 우리나라 대표팀이 이라크를 꺾고 27년만에 아시안컵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우리 나라는 27일에 벌어질 호주와 UAE의 승자와 아시안컵 트로피를 놓고 다투게 되었다. 우리나라는 이라크를 2:0으로 완벽하게 무찔렀고, 이란을 꺾는 이변을 일으키며 4강에 올라왔던 다크호스를 3-4위전으로 내려보냈다. 이제 27년만에 결승전이고 55년만에 우승을 기다리게 된다. 

박지성도 못했던, 이영표도 못했던 아시안컵 결승행을 부임 4개월차 슈틸리케가 해냈다. 정말 놀랍고 대단하다. 경기마다 화려한 플레이를 보이고 선수들의 조화가 극대화됐던 지난 2011년 아시안컵에서도 4강에서 무너졌었다. 하지만 이번 대표팀은 대회가 시작하기도 전에 김신욱과 이동국이 부상으로 낙마했고 대회가 시작하고 첫 경기에서 이청용이, 조별예선 마지막 경기에선 구자철이 낙마했다. 에이스급 선수 4명이 대표팀에서 하차했다. 오만, 쿠웨이트같은 약팀들을 상대로 1:0 의 어려운 승리를 했고 수비진도 위기를 자주 허용했다. 하지만 슈틸리케가 해냈다. 결승을 기대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겠지만 지난 4년전처럼 확신에 찬 기대도 아니었다. 

무실점이다. 대단하다. 사실상 베스트 11이 나왔던 조별예선 첫경기에서 나왔던 포백라인 (김창수-장현수-김주영-김진수) 가운데 세 명이나 바뀌었다. 그만큼 대회 도중 부침이 많았다는 증거다. 슈틸리케 감독은 수비진의 불안을 고치기 위해 센터백 라인을 바꾸는 위험을 감수했고, 이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이번 경기에서는 1:1 찬스를 하나도 내주지 않았고, 상대가 우리 진영에서 편한 위치에서 골찬스를 잡지도 못했다. 바꿀 것은 확실히 바꾼다. 

선수들이 부상당하면서 애초에 생각했던 베스트 11을 가동할 수 없었다. 써드 골키퍼 정성룡을 빼고 모든 선수들이 경기에 나왔다. 아시안컵 모든 팀들 가운데 유일한 기록이다. 그리고 슈틸리케는 8강부터 베스트 라인을 확정짓는다. 이명주, 조영철이 전력외로 판단된 듯 하고 장현수, 한국영, 한교원은 서브로 출장할 선수들로 확정을 지었다. 조별예선은 담금질을 위한 시기였다면 8강부터 확정된 라인업을 가지고 상대를 만났던 것이다. 

하지만 고집할 것은 고집한다. 조별예선에서 김진수의 활약은 그리 좋지 않았다. 공격도, 수비도 어딘가 부족해보이는 활약이었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김진수를 고집했다. 그리고 김진수는 우즈베키스탄전 결승골, 그리고 이라크전 결승골을 어시스트하며 팀의 살림꾼 노릇을 했다. 이영표 위원은 그를 두고 자신보다 훨씬 더 나은 선수라는 이야기라고 했다. 지난 우즈벡전 이번 이라크전 김진수가 없었다면 승리를 장담하기 어려웠을 정도로 숨은 MVP였다. 아시안컵과 대표팀에 적응하면서 김진수는 월드컵전 박주호와 윤석영을 밀어내던 그때의 포스를 되찾았다. 

박주호와 기성용의 중원라인도 마찬가지다. 기성용의 파트너가 누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많았다. 한국영, 이명주, 박주호, 장현수 등 중앙 미드필더를 소화할 수 있는 모든 선수들이 후보군이었다. 박주호가 선택됐고 처음에는 호흡에 어려움이 있었다. 동선도 겹쳤고, 두 선수의 시너지를 발휘하기가 어려웠다. 하지만 슈틸리케는 밀어붙였다. 그리고 5경기가 지난 지금 두 선수의 호흡은 매우 좋아졌다. 박주호가 조금 더 수비적인 역할에 집중하고 기성용이 오버래핑을 하면서 동선 문제가 해소되었고 이를 바탕으로 기성용을 왼쪽 윙포워드로 사용하기도 했다. 

그가 직접 발굴하여 선발출장하고 있는 이정협은 이번 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를 보다보면 그가 볼을 잡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다. 이번 경기에서도 단 29번의 터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90분을 소화한 우리나라 선수가운데 가장 적은 수치다. 하지만 그가 기록한 29번의 터치가운데 두 번이 골로 연결됐다. 이번 대회에서 우리 나라 선수들 가운데 가장 많은 공격포인트를 기록하고 있다. 눈에 보이는 공격포인트보다 그의 움직임을 주목한 슈틸리케의 안목이 빚어낸 결과다. 

좋지 않아보이는 경기력에도 승리를 거듭하며 무실점으로 결승까지 온 슈틸리케다. 감독으로 커리어가 그리 화려하지 않은 슈틸리케에게도 감독 커리어에서 가장 큰 경기가 될 것이다. 이미 많은 팬들이 그를 지지하고 있다. 결과로 말을 하고 있고, 내용도 좋아지고 있다. 작년 가을 아시안게임이 생각난다. 그 대회에서도 경기력에 대한 논란이 있었지만 결국 무실점으로 우승을 기록했었다. 이번 대회도 무실점 우승이 가능한 상황이다. 우린 경기를 치를수록 강해지고 있고, 4일의 휴식기간이 주어진 우리는 결승에 오를 다른 팀보다 하루 더 휴식이 가능하다. 27일 경기가 매우 치열하면 치열해줄수록 우리는 유리하다. 퇴장이 나오거나 승부차기 결과가 나온다면 더할 나위없다. 

이번 아시안컵이 55년 우승갈증을 풀어줄 대회가 되길 바란다. 정말 좋은 기회다. 호주든 UAE든 누가 올라와도 우리는 할 수 있다. 지난 브라질의 아픔을 딛고 한국 축구의 르네상스가 다시 찾아오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