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런 파듀, 이청용 원한 이유는? (이청용 크리스탈 팰리스 이적)

Posted by Soccerplus
2015. 2. 3. 09:41 해외파 이야기/이청용

겨울 이적 시장 마지막날, 이청용이 EPL 복귀에 성공했다. EPL 중하위권을 달리고 있는 크리스탈 팰리스로의 이적이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지지난 시즌 윌프레드 자하의 맹활약으로 승격에 성공했고, 지난 시즌 잔류를 하고 올 시즌 중위권의 명장 앨런 파듀를 뉴캐슬에서 데려오면서 프리미어리그에 오래도록 잔류를 꾀하고 있는 팀이다. 이청용은 계약 기간이 5개월밖에 남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볼튼도 그에게 많은 이적료를 요구하진 않았다. 막판까지 이적료 협상과 주급 협상이 길어지면서 이적이 되지 않을수도 있었지만 결국 이청용은 본인이 서야할 무대에 다시 돌아왔다. 

2009년 볼튼으로 입단해 그 시즌 볼튼 올해의 선수상을 탔고, 다음 시즌에도 맹활약하면서 빅팀으로의 이적이 가능한 선수로 떠올랐다. 하지만 톰 밀러에게 태클을 당하면서 선수 커리어가 완전히 망가졌다. 이청용의 부상과 함께 볼튼도 강등당했고, 이청용은 볼튼에서 뛰는 동안 네 명의 감독과 함께했다. 2013 시즌 후반 볼튼이 무섭게 치고올라올 때, 그리고 최근 닐 레넌 감독이 부임하면서 호조를 보이고 있을 때 모두 이청용의 맹활약 시기와 겹친다. 리그를 평정할 활약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이청용의 활약도가 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은 지대했다. 그런 이청용이 볼튼을 떠난다니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 

앨런 파듀 감독은 뉴캐슬에서 장기 계약을 했던 감독이다. 6년 계약을 하면서 뉴캐슬의 상징이 될 줄 알았지만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직을 했다. 크리스탈 팰리스가 앨런 파듀를 데려오면서 뉴캐슬에게 물어준 위약금만 5백만 파운드 (약 8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EPL에서는 잔뼈가 굵은 감독이며 뉴캐슬 부임 시절 강팀에게 강한 모습을 보여주던 감독이기도 하다. 크리스탈 팰리스로의 이적이 반가운 이유중 하나는 이 앨런 파듀 감독의 존재 때문이다. 

앨런 파듀 감독은 뉴캐슬 시절부터 이청용을 원했었다. 뉴캐슬의 이적 루머에 늘 등장하던 이름이 이청용이었다. 이청용이 부상에서 회복되면서부터 링크가 뜨기 시작했다. 볼튼이 이청용에 대해 높은 이적료를 고수해왔기에 이적은 성사되지 않았지만, 적어도 앨런 파듀 감독이 이청용을 스쿼드를 채우기 위해 데려다 놓은 선수는 아니라는 것이 증명된다. 

지난 주, 이청용의 크리스탈 팰리스 이적이 확정적인 것처럼 나왔지만 무산되었다. 이유는 주급 문제 때문이라고 알려졌다. 이청용은 볼튼에서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팀내 최고 주급을 받았다. 챔피언십에서는 최고 수준의 주급이다. 또한 이청용은 5개월 뒤면 이적료 없이 자유롭게 이적이 가능하다. 어차피 상위 리그의 관심을 확인한 상황에서 주급을 삭감하면서까지 이적할 생각은 없었다. 주급은 선수의 자존심과도 같은 의미이기 때문이다. 크리스탈 팰리스는 재정이 넉넉한 편이 아니다. 이청용이 볼튼에서 받던 주급을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과 비교해도 탑5안에 들 정도 수준이다. 이적료는 적게 지불했지만 그만큼 출혈이 있는 영입이라는 뜻이다. 그만큼 앨런 파듀 감독이 이청용의 영입을 강력하게 원했다는 반증이 될 수도 있다. 

앨런 파듀 감독이 이청용을 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팀에는 다소 부족한 창의성을 불어넣기 위한 선택으로 보여진다. 또한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선수들이 마땅치 않다는 이유도 있다. 앨런 파듀는 4-2-3-1에 가까운 4-4-1-1전술을 사용한다. 4-4-2를 쓸 경우도 있지만 공격수들의 활약이 그리 좋지 않다. 중앙 미드필더로 나오는 세 명의 선수를 보면 호주 국가대표 주장인 마일 예디낙을 비롯해 조 레들리, 제임스 맥아서등 굉장히 거칠고 터프한 스타일의 미드필더들이 많다. 중앙을 맡을 힘은 있지만 테크닉은 떨어지는 선수들이다. 이 세 선수가 중앙에 나오거나 셋 중 둘이 나올 경우에는 공격형 미드필더를 두었다. 조 레들리가 가장 많이 출장했지만 최근에는 아스날 출신의 마루앙 샤막이 나오기도 했다. 공격수 출신인 샤막은 공격형 미드필더를 소화하기엔 잘 맞지 않아 보인다. 결국 이청용이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할 가능성이 높다는 뜻이다. 김보경과 윤석영의 동료였던 조던 머치를 데려온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측면으로의 활약도 가능하지만 중앙보다는 가능성이 낮아보인다. 제임스 펀천과 야닉 볼라시에는 주전으로 활약하면서 꾸준한 활약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시즌 맹활약했던 펀천의 기복이 심하지만 잘할 때는 팀의 에이스 노릇을 해주고 있다. 볼라시에는 꾸준하다. 볼라시에는 팀의 23경기중 19경기를, 펀천은 23경기중 17경기를 선발로 나왔다. 또한 팀을 프리미어리그로 승격시켰던 윌프레드 자하도 있다. 

팀이 강등권에서는 벗어나 있지만 팀내 최다골이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일 예디낙 (5골) 이라는 점에서 앨런 파듀 감독이 공격적인 고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피지컬적인 면에선 우수하지만 기술적인 면에서는 떨어지는 크리스탈 팰리스 선수들의 성향을 볼 때 이청용의 경쟁력은 충분하다. 처음부터 선발로 쓰지는 않겠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면서 주전으로 자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파란만장했던 볼튼 시절은 뒤로하고 새로운 팀에서 승승장구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