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4호골, 스완지의 에이스임을 증명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5. 2. 8. 03:14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기성용이 스완지 복귀전에서 4호골을 넣었다. 아시안컵이 끝나자마자 팀에 복귀하여 골을 넣은 것이다. 스완지는 기성용의 골에 힘입어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기성용이 없었다면 최근 6경기 4승 2무의 홈 무패기록도 끝났을 뻔 했다. 기성용의 골도 중요하지만, 기성용이 윌프레드 보니가 빠진 스완지에서 에이스임을 증명하는 경기였다. 

기성용이 아니었다면 보고싶지 않았을 경기였다. 경기가 매우 답답했고, 선수들의 실수도 계속됐다. 보니가 떠났고 이번 경기에서 무슨일인지 시구르드손이 결장했다. 간간히 번뜩이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라우틀리지도 나오지 못했다. 바로우, 존조 쉘비, 다이어, 고미스 등 공을 잡을 때 마다 기대보다는 걱정이 되는 선수들이 선발로 나왔다. 기성용은 이번 경기에서 스완지 데뷔전을 치른 잭 코크와 3선 라인에 자리잡았다. 

팀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였던 윌프레드 보니가 떠난 후유증은 컸다. 4-2-3-1을 쓰고, 패스 위주의 플레이를 하는 팀에서 상대 수비들을 끌어주고 동시에 골을 넣어줄 수 있는 선수의 존재감은 대단하다. 바페팀비 고미스가 앞으로 그 역할을 해야하지만 세밀하거나 골 결정력이 좋은 것과는 거리가 먼 선수다. 피지컬은 워낙 뛰어나 상대 수비를 상대로 버텨줄 수는 있는 선수지만 볼터치가 둔탁해 2~3회 이상의 볼간수는 기대하기 어려운 선수이다. 오늘 경기에서도 정말 열심히 뛰어주었지만 그에 비해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다. 

기성용의 활약을 말하기 전에, 걱정이 앞선다. 기성용의 고생길이 열린 듯한 느낌이다. 수비진과 미드필드진까지는 수준급의 전력을 갖췄지만, 기성용의 전방 동료들의 레벨이 한단계 떨어졌다. 이번 경기에선 시구르드손도 없었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팀플레이가 되지 않았다. 매우 개인주의적인 플레이로 일관한 존조 쉘비의 중거리슛은 위협적이지 않았고, 기성용이 전방 침투를 해들어갈 때도 다른 선수들이 볼간수를 하지 못해 빼앗기거나, 혹은 다른 공간을 이용하다가 빼앗기는 장면이 많았다. 기성용은 아시안컵을 다녀왔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왕성한 체력을 뽐냈고, 남은 시즌 스완지의 에이스로 팀을 이끌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물론 다른 선수들이 못해서 '상대적으로' 기성용이 에이스가 된 것은 아니다. 이번 경기에서 양팀에 나왔던 25명의 선수들 가운데 기성용은 가장 뛰어난 선수였다. 이번 경기에서도 패스 성공률 91%를 기록했고, 직접 골을 넣기도 했다. 팀이 끌려가자 전방 침투의 빈도를 높여가며 상대에게 부담을 줬다. 몸싸움이면 몸싸움, 패스면 패스, 그리고 공격 가담이면 공격 가담까지 상대 수비수들에겐 버거운 상대였다. 기성용은 전반 세트 피스 기회에서도 골을 기록했지만 정말 간발의 차이로 오프사이드가 선언되기도 했다. 

시즌 초반 기성용의 영향력은 이렇게 지대하지 않았다. 지난 시즌에는 아예 다른 팀에서 뛴 선수였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하면서, 기성용은 팀의 핵심 선수로 자리를 잡아갔다. 보니와 시구르드손 이외에는 믿을맨이 없는 팀의 전력에 확실한 안정감을 불어넣어줬다. 이번 시즌에도 전체 미드필더 가운데 패스 성공률 4위를 기록하며 들쭉날쭉한 존조 쉘비와 노쇠화와 부상으로 과거 기량을 잃어가고 있는 브리튼의 옆을 책임졌다. 수비형 미드필더 잭 코크를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한 것도 기성용의 수비 부담을 줄이고, 공격적인 재능을 더욱 더 살리기 위함이었다. 

그리고 기성용은 개리 몽크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팀에 믿을만한 선수들이 없는 상황에서 기성용은 '소년 가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에이스가 빠진 '난세'에서 많은 선수들이 영웅이 되려 노력했지만, 경기가 지나면 지날수록 기성용의 비중이 커져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전방에서 난사를 하던 존조 쉘비도 교체되었고 둔탁했지만 활발했던 고미스의 움직임도 줄어들었다. 하지만 기성용은 지치지 않는 체력으로 후반 막판까지 빈 공간을 찾아나섰다. 문제는 기성용이 창출해낸 공간을 다른 선수들이 이용하지 못했다는 것이지만. 

시구르드손이 빠른 시일내에 돌아와서 기성용에게 쏠린 부담을 어느정도 분담해야 할 것이다. 체력적인 부담이 표면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계속 누적될 수 있고, 부상의 우려도 있다. 팀을 위해서는 더더욱 그렇다. 에이스로 자리매김한 기성용의 가치를 느낄 수 있었던 경기라 좋기도 했지만, 앞으로의 고생길이 걱정되기도 하는 경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