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몰랐던 대학생인 나, FTA에 화나지 않을 수 없는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1. 11. 23. 07:00 텔레비젼 이야기/세상 이야기
88만원 세대라 하면 88만원 세대겠지요. 그먼저 88만원세대가 무엇인지도 제대로 몰랐다는 이야기부터 고백을 해야겠습니다. 오랜시간동안 정치에 관심이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저, TV에 나오는 국회의원들 싸우는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한심한 족속들이라고 생각을 하며, 관심이 아예 없었습니다. 조중동이 보수인줄도 모르면서, 언론관련전공을 택한 한심한 족속이라고 말할수도 있겠지요. 어쩌면 지금 20대의 대부분의 모습이 될수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고등학교 내내 언어 선생님들이 말하는 '신문 사설을 읽으면 언어영역에 도움이 된다'라는 말만 믿으며 중앙일보 사설을 읽고 다녔으면서도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습니다. 그냥 보수와 진보의 기준도, 그리고 어떤 사람이 어떤 사상을 대표하고 있는지도 몰랐습니다. 지난 대선역시 투표하지 않았고, 그렇게 대학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학교에는 똑똑한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대부분의 친구들이 '진보'의 입장을 표방하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물론 그중에는 노선의 차이도 있겠지만 말이죠. 작년 6월 선거에서 한명숙 후보를 찍지 않고 오세훈전 시장을 찍은 친구에게 '보수'라고 말하며 비아냥거리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른 채, 저도 같이 웃고 있었습니다. 마땅히 대학생이면 그래야 한다는 책임감이 어느정도 깔려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수능이라는 보호막아래 사회로 부터 철저히 격리되어있었던 저는, 본격적으로 사회로 나오게 된 뒤, 멀게만 느껴졌던 정치인들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주변을 철저히 바꾸어 놓을 수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많은 친구들은 대기업위주의 질서가 갖춰지고 있는 지금의 현실을 비판하면서도 막상 대기업 취업이라는 이율배반적인 꿈을 꾸고 있습니다. 언론관련 전공이기 때문에 종편에 대한 반대가 극심한 친구들이 많으면서도 막상 종편입사가 가능하다면 그들이 좋아하는 SNS에 자랑을 하며 행복해 할지도 모르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많은 사람들의 생활 속에서, 일단 내 생활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요. 그리고 내가 조금 더 행복해 진다고 해서, 남들이 덜 행복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이 모습은 어찌보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FTA의 이야기를 하기 전에,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사회적 변화를 많이 깨닫고는 합니다. 저는 좌빨도 아니고, 그렇다고 종북도 아니고, 전라도 출신도 아닌 평범한 대학생이지만, 나의 생각을 말하는 것이 너무나 무서워졌습니다. 그리고 그 반대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자신의 생각을 말하면 '한나라당 알바'라는 이유없는 비난과 욕설이 난무하는 인터넷 창일테니 말이죠. 그 어느때 보다 사회의 분열이 심해짐을 느낍니다.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면, 옆 테이블에서 소주한잔 마시면서 FTA통과는 당연한거야! 라고 말하는 아저씨들의 이야기를 몰래 엿듣게 되는 경우도 있고, 가족들과의 모임에서 정치얘기가 나오면 좋지 않게 헤어지고 맙니다. 도대체 이놈의 정치가 뭐라고.

아직 직업도 없는 대학생인 저에게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말하기가 어렵게 만들어 지는 것, 저는 그것이 불만입니다. 너희들 20대는 트위터, 인터넷, 블로그등의 말도 확신도 안서는 이야기, 혹은 믿을 수 없는 '선동'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것이 진리인양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진리를 이야기 해 주시기는 하셨나요? 말하지 않으니 아직 모자란 어린 친구들이 찾아 나섰고, 모자란 식견으로 모자란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그리고 얻은 생각을 말하면, 아니랍니다. 저에게만 한정된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의 정치가 돌아가는 이야기가 그래보입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런가요? 아직 잘 모르는 친구들이 잘 몰라서 반대를 하고 있다는데, 혹은 그렇게 확신에 찬 한미FTA의 미래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는데 왜 귀를 닫고 자신들의 마음대로 하려는지를 모르겠습니다.

FTA가 통과되어서 우리의 삶이 좋아질수도 있습니다. 여러가지 이야기가 나올 수 있겠죠. 하지만 한나라의 미래가 달린 일을 왜 이렇게 급하게, 그것도 반대여론이 이렇게 많은데 문을 닫고, 날치기로 해야할까요. 그게 궁금합니다. 왜 이래야하는지를, '대한민국이 이정도 밖에 안됩니까?'라는 물음을 하기전에, 과연 우리가 정당하게 경쟁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었는지를 반문하고 싶습니다.

비단 조중동뿐 아니라, 이제는 공중파 방송들도 보이지 않는 정권의 서포터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미약하게나마 언론을 배우면서 느낀 것은, 어떤 사건의 일면만 말을 해도, 충분히 하나의 기사가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이 좋은 부분으로 쓰일수도, 나쁜 부분으로 쓰일수도 있고, 제가 그 언론의 얄팍함에 속아넘어간 것인지 아닌지도 다시한번 생각해 볼일입니다만, 한쪽은 잘못된 면만 부각해서 말하고 있고, 다른 한쪽은 좋은면만 부각해서 말하고 있습니다. 좋은면도 있고, 나쁜일도 있겠죠. 하지만, 이러한 일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이 추운날씨에 물대포를 맞으며 자신들의 이야기를 할 곳을 찾고 있는데 국회앞에는 다시한번 산성이 쌓여버린 모양입니다.

이미 소통의 창을 단절해 버린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는 '나꼼수'도 혹은 '뉴데일리'도 한번도 접해본적이 없는 저지만, 대국민 담화를 하겠다는 말에도 그냥 이 위기만 넘기고 말겠다는 예상을 하고 포기를 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없다고는 말할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왜 제가 이런 글을 쓰면서도 아, 이걸 써도 되나? 라는 생각이 들게 만드는 것이 내가 지금 민주주의공화국에 살고 있는 것이 맞나라는 혼란스러움에 빠져들게 합니다.

오로지 오해다, 잘몰라서 그런다, 괴담이다라고 말하면서 정작 한나라의 운명을 결정지을 비준을 비공개로 처리한다는 것이 너무나 모순적인 사고가 아닐까요? 저에게 무지하다고 하는 사람들, 아직도 잘 모른다고 하는 사람들, 답이 없다고하는 사람들에게 '결과는 미래가 말해줄 것'이라는 이야기말고 무엇이 그렇게 절실했는지를 되묻고 싶습니다. 언젠가 해야겠죠. 나라를 미국에게 넘겨준 날이라는 말도, 제2의 건국이라는 말도 믿을 수 없습니다. 같은 일을 갖고 이렇게 이야기가 달라질 수가 있는지, 국회를 많이 차지하고 있단 이유로, 절차대로 진행을 하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연행하고 막아도 되는지, 왜 소통을 하지 않는지, 묻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