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핵이빨, 수아레즈 심해도 너무 심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4. 22. 08:00 축구이야기

제가 초등학생때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당시 일요일 아침이면 공중파 방송국에서 권투경기를 해주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세계의 유명한 주먹들이 우리나라 공중파 브라운관을 통해 비춰졌었죠. 그리고 어린 제가 좋아했던 선수는 단연 마이크 타이슨입니다. 핵주먹이라는 이름이 좋았고, 뭔가 악동이미지의 느낌이 어린 저에게는 동화책에나 나올법한 인물로 생각되었습니다. 

그리고 어느 일요일 아침, 아버지와 함께 타이슨의 경기를 시청했습니다. 홀리필드라는 선수와의 대결로 기억합니다. 그날 어린 저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복싱경기중 타이슨이 상대선수의 귀를 물어뜯어버린 것입니다. 경기는 그대로 끝났고, 스포츠에서 저럴수가 있다는 것을 믿을수 없었습니다. 어깨너머로 배운 스포츠맨쉽이라는 것에 대한 의문도 들었습니다.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날일이지만 이런 일을 다시 기억하게 된 밤이었습니다. 복싱장도, 레슬링장도, 이종격투기장도 아닌 축구경기장에서 이런 일을 다시 보게 될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세계 최고의 리그의 최고의 팀들간의 대결에서 나왔습니다. 첼시와 리버풀의 대결이었고 이 경기에서 수아레즈가 첼시의 수비수인 이바노비치를 깨물었습니다. 처음엔 장난인줄 알았습니다. 정말로요. 하지만 리플레이를 다시보니 수아레즈가 화를 이기지 못해 이바노비치를 깨물더군요. 

이날 경기의 주인공은 원래대로라면 수아레즈가 아니어야 했습니다. 리버풀에서 7년동안 부임하면서 빅이어를 안겼던 베니테즈가 안필드로 돌아오는 날이었으며, 토레스가 다시한번 안필드 팬들앞에서 파란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했던 날이었습니다. 거기에 이번 겨울에 첼시에서 리버풀로 이적한 스터리지도 경기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리버풀은 최근 2시즌동안 첼시에게 패한적이 없을정도로 첼시에게 강했고, 첼시는 챔스리그를 위해 1승이 절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심판의 다소 애매한 추가시간 판정에 대한 불만족스러움은 있었습니다만, 경기는 굉장히 재밌게 끝났습니다. 96분 30초에 극장골이 터지면서, 경기가 2:2 무승부로 끝났습니다. 그리고 여러모로 오늘 경기의 주인공은 루이스 수아레즈가 되었습니다. 어시스트도 하고 핸들링으로 패널티킥도 내어주고 극장골도 넣었고, 경기중에 선수를 깨물기도 한 선수였습니다. 

심해도 너무 심한게 아닌가 합니다. 제가 아는 스포츠중에 치아를 사용하는 스포츠는 없습니다. 하물며 축구 경기장에 상대선수를 깨물다뇨. 경기중의 화를 주체 못해서 상대팀 수비수를 깨문다? 이는 마치 자기 먹을 것을 빼앗아 가면 상대를 공격하는 약육강식의 동물의 세계에서나 가능한 일입니다. 요즘 초등학생들도 친구를 깨물지는 않을 것입니다. 

루이스 수아레즈는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선정한 올해의 선수 6인의 후보에 들고 올시즌 33경기에서 23골을 넣으면서 득점왕을 눈앞에 두고 있는 뛰어난 선수입니다. 바이에른 뮌헨의 과르디올라가 그를 원한다는 기사가 나기도 했죠. 하지만 그의 실력만큼이나 그의 멘탈에 관한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는 선수입니다. 실력으로 멘탈을 커버해주기에는 너무 심한 일들을 많이 저질렀습니다.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상대의 골을 손으로 막아 수(手)아레즈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고, 에브라와는 인종차별로 또 경기출장정지를 당했습니다. 그 이후 에브라와의 만남에서는 악수를 거부하기도 했고 풀럼과의 경기에서는 퇴장당하면서 상대편 관중에게 손가락욕을 하기도 했습니다. 이뿐만아니라 많은 경기에서 비매너적인 플레이를 하면서 논란을 불러일으킨 선수지만 그럼에도 그의 실력은 그를 리버풀의 주전 공격수로 유지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문제는 수아레즈가 상대를 깨문 전례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가 리버풀로 옮겨오기전 네덜란드 리그에서 상대편 선수를 물어버렸습니다. 상대 선수의 쇄골부분에 빨간멍자국이 날정도로 강력하게 말입니다. 네덜란드 리그가 국내에선 많이 알려져있지 않기에 회자되지는 않았지만 당시 중징계를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리고 출장정지징계중 리버풀로 이적했습니다. 수아레즈가 지금 당장 네덜란드로 이적한다면 그는 남은 징계를 이행한 뒤 경기에 출장할 수 있습니다. 

한번 잘못을 했던일을 또 다시 했다는 것에대해 너무 어이가 없습니다. 심판이 보았다면 당연히 퇴장을 당했어야 할 일이며, 경기가 끝나고도 중징계가 예상됩니다. 힘이 아닌 공을 가지고 승부를 해야하는 그라운드위에서 경기가 잘 풀리지 않는다고, 화가 풀리지 않는다고 상대 선수를 물어버리는 일은 프로축구에서는 일어나서도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런 일을 제가 생중계로 보았다는게 믿기지가 않습니다. 

비매너적인 플레이를 한두번 할수도 있습니다. 선수라고 감정컨트롤이 완전히 될수는 없죠. 하지만 이런일이 수없이 반복이 되고 그로 인해 비난과 징계를 받으면서도 또 다시 이런 말도 안되는 일을 저질렀다는 것은 프로 선수로의 자격이 의심스럽습니다. 실력은 월드클래스지만 멘탈은 동네 유치원꼬마보다 못한 수아레즈, 이번엔 정말 심해도 너무 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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