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정히 바라본 박지성의 QPR행 실패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3. 5. 1.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지난 주 일요일 경기에서 퀸즈 파크 레인저스가 레딩과 득점없이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두 팀이 나란히 강등을 하게 되었습니다. 국민 클럽에서 국민 비호감 클럽으로 전락한 팀이기에 이제는 차라리 잘 되었다는 생각을 하기도 하지만, 박지성 선수와 윤석영 선수의 앞날을 생각하면 답답하기만 합니다. 

너무 제가 충격을 받았었던 지라 날짜도 기억이 나는데 작년 7월 5일이었습니다. 몇일전부터 퀸즈파크레인저스가 새로운 한국선수를 영입한다는 기사가 나왔었고, 기성용 선수와 이청용 선수, 그리고 당시 광주의 이승기 선수의 이름이 나왔습니다. 그 누구도 박지성 선수의 이름을 추측하지 않았습니다. 맨유라는 클럽에서 그해 위기를 겪기도 했습니다만 박지성이 그런 클럽을 갈것이라는 생각을 하지 못했죠. 그리고 박지성 선수가 이적을 한다고 발표가 되면서 한국이 떠들썩했습니다. 비단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죠. 

하지만 구단주의 청사진이 알려지고 꽤나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습니다. 그라네로, 세자르, 보싱와, 음비아가 들어왔고 호일렛과 같은 선수들의 영입도 당시에는 알짜영입으로 많은 팬들이 환영했습니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상황이 너무나 달랐습니다. 첫 경기에서 스완지에게 5:0으로 대패했고 이는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시작부터 QPR은 줄곧 강등권을 벗어나지 못했고, 결국 시즌이 끝나기 3경기전에 강등을 확정지었습니다. 

박지성의 잘못된 선택

많은 한국팬분들이 박지성 선수를 안타까워합니다. 그리고 저도 그렇게 느낍니다. 왜 박지성 선수가 이런 팀에 가서 고생을 해야하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습니다. 시즌중반에 박지성 선수는 주장자리를 빼앗기는 치욕을 겪어야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어떤 면에서는 박지성 선수의 잘못도 있었음을 지적하고 싶습니다. 박지성 선수가 경기에서 잘못을 했다기 보다는 그의 선택에 관한 문제입니다. 물론 이 역시도 결과론일수는 있습니다만, 너무 비난적인 자세로 글을 봐주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박지성이 맨유 마지막해에 퍼거슨 감독이 그를 많은 경기에서 외면했지만, 그만큼 그를 잘 이해하고 있는 감독도 없었습니다. 결과적으로 박지성 선수가 퍼거슨을 떠난 것은 그의 실수였습니다. 지난시즌 막판 7경기동안 경기에 나오지 못하다가도 결승전과 마찬가지였던 맨시티전에 그를 선발투입했던 것은 여전히 그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증거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분명히 그의 노력으로 맨유에서 발전을 거듭한 면도 있습니다만, 퍼거슨이 없었다면 수비형윙어라는 새로운 포지션의 등장도 불가능했습니다. 

수준이하의 감독이 이끄는 팀을 선택했다

하지만 퍼거슨의 수준에 한참 미달하는 감독인 마크 휴즈나 해리 레드냅은 그의 공격력보다 수비력에 주목하게 됩니다. 누구보다 뛰어난 돌파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화끈한 슛팅력을 갖지도 않은 선수입니다. 하지만 팀의 전술을 이해하는 능력이나 공간을 만들어내고 동료를 이용하는 능력만큼은 최고의 선수죠. 하지만 그정도까지의 잠재력을 끌어낼 수 있는 감독이 아니었습니다. 박지성 선수는 그가 이적하면 당연히 그가 에이스의 자리를 가져올 것이라 생각했겠고, 우리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만 그는 팀의 에이스를 맡을 유형의 선수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조력자에 가까웠죠. 

이런 선수의 특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시즌초반부터 그에게 많은 역할을 부여하면서 큰기대를 했던 마크휴즈나, 그와는 정반대로 그의 역할을 아예 과소평가해버린 레드냅모두 그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습니다. 두 감독역시 전략가이기보다는 직관에 의한 선택을 많이 하는 감독입니다. 마크 휴즈의 후임으로 레드냅이 온것은 박지성 선수에게는 운이 안좋은 일이긴 했습니다만, 마크 휴즈를 알면서도 QPR을 선택한 것은 사실 할말이 없는 선택입니다. 지난 시즌의 극적인 잔류도 휴즈의 전략적인 면보다는 시세가 갑작스럽게 크레이지모드를 달리며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팀플레이어 박지성, 하지만 QPR은 팀이 아니었다

박지성은 팀플레이어입니다. 하지만 QPR은 팀이 아니었습니다. 아예 새판을 짜는 팀이었고, 그렇기에 팀웍이 좋을리가 없었습니다. 경기가 3경기나 펼쳐졌던 8월말에도 QPR은 선수영입에 힘을 썼습니다. 역시나 팀을 만들기에는 또 시간이 걸렸죠. 선수들의 컨디션은 들쑥날쑥했고, 베스트멤버또한 없었습니다. 수비진이 너무허약해 대량실점을 하기 일쑤였죠. 팀이 많은 투자를 하고 그만큼의 기대를 받았던 시즌에 부진이 계속되면 조급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런상황에서 감독이 경질되고 새로운 감독이 된 레드냅의 마음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입니다. 

박지성 선수가 팀 플레이를 유연하게 만들어 주면서 팀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들어 주는 선수라면 타랍과 같은 선수들은 한방으로 무언가를 기대하게 만들어 주는 선수였습니다(적어도 레드냅에게는). 감독은 조급했고, 계속해서 로또와 같은 한방을 기대했죠. 박지성 선수가 팀에 녹아들어 팀의 승점에 곱하기를 해주는 선수라면, 개인기로 한 둘을 제치고 골을 넣을 수 있는 선수들('레드냅'에겐 타랍)은 승점에 더하기를 해주는 선수입니다. 한경기에 영향을 미치지는 못하지만 시즌 전체의 경기력과 조직력을 담당할 수 있는 선수입니다. 하지만 QPR에서는 그런 여유가 없었습니다. 

QPR로 임대되어 많은 스카우터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타운젠드가 대표적인 승점을 더해줄 수 있는 선수일 것입니다. 경기를 보면 상당히 탐욕이 있습니다만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줄 한 방이 있는 선수입니다. 임대되어 오자마자 전경기에 선발로 나왔고, 이는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팀플레이가 제대로 되지 않아 있는 QPR이라는 팀에서 박지성 선수가 순수 개인기량으로 경기의 분위기를 바꿔놓을 가능성은 다른 공격옵션보다 높다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특히 윙어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로 포지션이 분류되면서 그런 경향이 더 심해졌죠. 

성실한 팀플레이어기에 어느 상황에서도 자신의 능력을 보여줄 것이라 믿었습니다만, 상황이 워낙 좋지 못했습니다. 여기에 감독의 선입견도 한몫을 했죠. QPR에 능력있는 감독이 없었고, 그로 인해 조직력을 갖추지 못해 팀플레이어인 박지성이 팀플레이를 할 기회가 줄어들었고, 그런 상황에서 승점에 대한 압박이 큰 레드냅이 왔고, 팀을 만들기보다는 개인기량위주의 한방이 있는 선수들을 주로 사용했고, 박지성을 공격적인 옵션으로 바라보지 않게 되면서 박지성은 주전자리에서 밀려났습니다. 여기에 부상이라든지 레드냅의 말도안되는 용병술이 터지면서 박지성도 QPR도 최악의 상황이 되었죠. 

박지성 선수의 자서전에서 제게 큰 울림을 줬던 말이 생각납니다. 어떤 좋지 않은 일이 벌어진다면 자신의 탓이 98%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야 자신에게 고쳐야 할점을 생각하고 더 발전할 수 있다고. 물론 저역시도 박지성 선수의 크나큰 팬이고, QPR이라는 구단에서의 박지성 선수를 너무나 안타깝게 생각하지만, QPR을 선택한 박지성 선수의 선택에도 어느정도 잘 못된 판단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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