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완지vs맨시티 직관기, 팬들은 결장한 기성용을 찾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5. 5. 08:00 유럽 축구 여행 이야기


지난 2월 초부터 영국과 독일, 그리고 스페인을 거치면서 축구경기를 닥치는대로 봤습니다. 교환학생인 저에게도 경제적인 부담이었지만, 언제 또 이런 기회가 올지 몰라 정말 열심히도 쫓아다닌 것 같습니다. 총 14경기를 보았으니, 1주일에 한경기씩은 본 셈이네요. 저도 제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그리고 어제 저는 이 길고긴 축구 여행의 마지막 종지부를 찍었습니다. 제가 살고 있는 곳과 6시간이 걸리는 스완지로 향했습니다. 이 한 경기를 보려 카디프를 포함한 2박 3일 여행을 계획했죠. 사실 축구로 하루를 써버리면 나머지는 절반이 이동시간이더군요. 

올시즌 스완지의 경기만 4경기를 직관했고, 그만큼 애정이 많이 생겼습니다. 특히 제가 영국에와서 가장 즐거웠던 기억을 만들어준 캐피털 원컵 결승전을 잊지 못하기에, 스완지경기를 보고자 해습니다. 많은 한국 선수들의 싸인을 받았지만, 기성용 선수의 싸인을 받지 못한 것도 큰 이유가 되었습니다. 

아침부터 일찍 서둘러 3시간전에 경기장에 도착하였습니다. 선수들을 보기위해서는 팬들이 붐비는 경기후보다 경기전이 훨씬 낫기 때문이죠. 하지만 왠일인지 경기장이 조용했습니다. 관계자에게 물어보니 이미 4시간전에 선수들이 안으로 다 들어갔다고 하더군요. 이런 불상사가 있다니

 바람이 매우 심하게 부는 스완지의 리버티 스타디움앞에서 두시간을 서성이다가 받아든 선발명단에는 기성용 선수가 없었습니다. 아예 명단에 제외되어버린 것입니다. 순간 너무 당황스러웠습니다. 그가 벤치에도 없다는 것을 확인하자 너무 억울했습니다. 물론 EPL의 스완지와 맨시티의 경기를 보는 것도 좋은 경험이겠습니다만 그래도 제가 여기까지 온 이유의 절반이상을 차지하는 기성용 선수가 선발도, 벤치에도 없다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습니다. 한국 인터넷망을 찾아보니 경미한 부상이 있다고 하더군요. 

언제 다시와서 경기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그냥 의욕이 떨어졌습니다. 축구를 14경기째보는데 그 가운데 가장 좋은 날씨였습니다. 무려 선글라스를 쓰고 경기를 봤으니 말이죠. 그만큼 지금껏 이곳의 날씨가 너무 좋지않아 경기마다 덜덜떨면서 봤던 기억이 절반이상이었는데, 어쩐지 운수가 좋은날이었습니다. 



경기도 0:0으로 두 팀모두 이렇다할 찬스없이 답답한 경기가 진행되었습니다. 갑자기 옆에 앉아있던 노신사가 저에게 말을 걸더군요. 한국에서 왔니? 기성용이 왜 나오지 않았는지 모르겠다. 그가 나오지 않아 경기가 답답하다.라는 말이었습니다. 브리튼이 지금 그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은데, 브리튼보다 기성용이 있을 때 더 안정감이 생긴다며 팀의 가장 중요한 전력중 하나라고 했습니다. 수비는 치코, 미드필더는 기성용, 공격수는 미추를 뽑더군요. 제가 한국사람이라 립서비스를 해주는 것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말입니다. 

그리고 경기가 중후반에 이르렀을 때,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와 아버지의 대화가 저의 귀에 들어왔습니다. 키(기성용)가 어디갔냐고, 미추도 일찍 교체되고 왜 아구스틴이 나오냐면서 라우드럽이 벌써 다음시즌을 대비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오지랖넓은 제 옆의 노신사께서 저의 이야기를 듣고 경미한 부상이 있다고 말을 전했습니다. 그러자 저에게 심한 것은 아니냐고 물었고 저는 그런것은 아니라며 안심시켰습니다. 

경기는 답답하게 0:0으로 끝났습니다. 경기가 끝나고 혹시나 기성용 선수가 경기를 뛰었던 선수들과 함께 나올 지도 모를 것이라는 생각에 그를 기다렸습니다만, 역시나 헛수고였습니다. 다른 선수들은 모두 보았지만 기성용 선수는 아예 경기장에 오지 않았거나 먼저 빠져나간듯한 모습이었습니다. 오늘따라 한국에서 온 팬분들도 10명도 안될정도로 소수정예였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 이곳에서 한국분을 만나 경기장앞의 맥주를 한잔할까해서 경기장앞의 펍으로 향했습니다. 


정말 수많은 스완지팬들이있고, 낯설은 동양인들이 오자 갸우뚱하다가 기성용선수를 생각했는지 코리아를 이야기하더군요. 어디가서 아시아인의 행색으로 코리아소리를 듣기 힘든데, 이곳은 역시 기성용선수의 영향이 대단한 곳이었습니다. 거기서 바에 앉아 자연스럽게 현지팬들과 어우러졌는데, 저희가 오자 오늘 기성용 선수가 나오지 않았던 것에 대한 이야기로 초점이 맞춰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시즌, 기성용 선수의 활약에 대한 평가까지도 저에게 해주더군요. 

상당히 기분좋은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조 앨런이 나가면서 그 자리를 누가 채울까에 대한 걱정을 했는데, 이번 시즌 기성용이 그 빈자리를 잘 채워주었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조 앨런과 성향은 다르지만 오히려 팀에 더 잘 녹아든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 이야기가 나오자 주변 팬분들이 조앨런과 기성용중 누가 더 낫냐의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반반) 시즌초반에 날카로운 슛을 많이 했는데 후반에는 그런 모습이 보이지 않아 안타까운 생각이 든다고도 하더군요.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자신들도 기분이 좋다며 맥주를 공짜로 먹고, 기성용 선수에 대한 애정까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반 시즌정도를 함께 하면서, 영국사람들의 생활에서 축구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에게는 '경험', '관광'이지만 이들에게는 '일상'이자 '인생'인 축구에 한국인 선수들이 등장한다는 것은 상당히 기분좋은 일입니다. 기성용 선수가 아무 이유없이 명단제외된 것이 오늘이 처음인 것으로 기억하는데, 그런 것을 우리뿐만아니라 이들도 충분히 인지하고 있고, 기성용 선수의 능력을 인정하고 있다는 것에 기분이 좋았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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