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아스날전 78분, 뜨거운 여름 예고하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5. 8.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퀸즈 파크 레인저스가 강등을 확정지으면서, 팬들의 관심이 조금 멀어진 듯 합니다. 남은 경기에서 윤석영 선수가 어느정도 경기에 나오느냐의 여부가 그나마 관심거리였습니다. 음비아, 레미, 박지성, 삼바, 보싱와, 세자르등 주요 선수들이 이제는 소속팀의 경기보다 이적을 준비하는 것 같았습니다.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을 상대함에도 불구하고 QPR의 관중석에는 곳곳에 빈자리가 보이기도 했습니다. 현지팬들도 이제는 관심이 조금씩 뜨고 있다는 증거로 봐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지난 아스날전에서는 기대도 하지 않았던 박지성 선수가 선발로 나왔습니다. 다음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팀을 떠날 것이 유력한 박지성 선수를 선발 기용시킨다는 것이 처음엔 이해가 되지도 않았습니다만, 뭐 시즌 내내 레드냅의 머릿속은 이해할래야 할 수가 없었죠. 그리고 더욱 더 놀라운 것은 박지성 선수가 좌측윙어로 나왔다는 것입니다. 레드냅하에서 이번 시즌 처음으로 윙어포지션을 부여받아 선발출장했습니다. 너무나 놀라웠죠. 

레드냅 감독은 박지성 선수의 공격적인 능력을 철저히 무시했습니다. 그랬기에 박지성 선수를 중앙에, 그것도 수비로 쳐진 위치에 기용을 했습니다. 하지만 공격이 필요한 윙어의 포지션에서 박지성 선수를 투입했다는 것은 올 시즌 내내 그의 행보를 살펴본다면 믿기 힘든 일이었죠. 팀이 지든 말든 이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박지성 선수의 움직임만을 계속해서 보았습니다. 그리고 가히 이번 시즌 가장 좋은 임팩트였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물론 경기력만으로 따지면 시즌 초반 몇몇경기에서 더욱 더 빛이 났지만, 이날 경기는 여러가지 상황을 따지고 본다면 단연 가장 중요한 경기였습니다. 

다음 시즌 이적이 확실시 되는 상황에서, 박지성 선수가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을 상대로도 전혀 밀리지 않는 기량을 여전히 갖고 있음을 알게 해줬습니다. 사실, 상당히 걱정스러웠던 부분은 많은 클럽이 박지성 선수의 표면적인 기록이나, 레드냅에게 외면받았던 사실들을 생각하면서 그에게 관심을 갖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대로라면 남은 경기에서도 그에게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었고, 그렇다면 이대로 잊혀질지도 모른다라는 조바심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스날이라는 빅클럽의 경기에, 팀의 강등을 앞두고 바겐 세일로 나온 선수들을 보기위해 많은 관심이 쏠렸습니다. 강등된 팀의 선수들은 대부분 싼 값에 이적시장에 나오기 때문에 많은 구단들의 관심을 받게 됩니다. 어쩌면 이번 시즌 QPR을 향해 스카우터들의 가장 많은 눈이 몰린 경기일지도 모릅니다. 

박지성은 78분을 뛰었고 타랍과 교체되었습니다. '맹활약'이라고 말하기엔 민망하지만 그래도 충분히 빅클럽을 상대로 본인의 폼이 아직 죽지 않았다라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킬패스를 3개나 기록하면서 양팀통틀어 최다 킬패스를 뿌렸고, 크로스와 드리블, 그리고 여유있는 볼키핑까지 다른 큐피알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활약을 맨유시절과 비교하는 것은 그에게 상당히 실례가 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말 경기에서 보여준 박지성의 동선과 오프더볼에서의 움직임은 여전히 살아있었지만 경기를 뒤집는 플레이로는 연결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는 박지성 선수의 문제가 아니라, 동료들이 그의 움직임을 이해하고 있지 못하기에 생긴 일입니다. 단순히 기록으로만 판단할 수 없는 영리한 움직임은 큐피알에서 한시즌을 망쳤어도 여전히 살아있었습니다. 공을 잡고 움직이지 않아도 상대를 위협할 수 있는 움직임말입니다. 단지, 그를 이용할 수 있는 지능적인 선수가 팀에 없을 뿐입니다. 

폭발적인 드리블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여전히 공격적인 위치에서도 제역할을 다해낼 수 있는 선수라는 것을 증명했습니다. 그의 기량하락때문에 팀에서 주전을 차지하지 못한 것이 아니라, 단순히 레드냅의 오산이었다는 것역시도 보여준 경기였습니다. 상대는 아스날이었고, 이번 시즌 불안불안한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리그에서 손꼽히는 팀중에 하나입니다. 이런 팀을 상대로 밀리지 않았다는 것 자체로도 박지성 선수의 경쟁력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박지성 선수의 글을 쓸때마다 몇몇분들은 그의 기량이 이제는 EPL수준이 아니다라며 반론을 제기하셨지만, 이번 경기를 보신다면 그런 이야기를 하진 못할 것입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에서 여전한 활약을 보여주었습니다. 꾸준한 경기출장을 하지 못하는 가운데서도, 팀웍이 잘 맞지 않는 팀에서도 이정도의 활약을 충분히 보여줄 수 있음을 증명한 경기였습니다. 

이번 경기의 활약으로 그를 영입대상으로 생각했던 팀들에게는 확신을 주었을 것입니다. 많은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멀티플레이어에, 안정된 기량과 엄청난 경기경험, 거기에 아시아 시장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박지성 선수입니다. 너무나 걱정하지 않아도, 다음 시즌, 이적을 하는데에는 문제가 없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역시도 어느정도의 걱정은 했었습니다만, 그런 걱정을 해소해준 아스날전의 78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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