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거슨 은퇴, 그가 없었다면 지금의 박지성도 없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5. 9.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사실 이곳 시간으로 어제, 퍼거슨이 은퇴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기는 했습니다만 수많은 찌라시중 하나일 것으로 생각해 그냥 무시했습니다. 하지만 나오는 기사들의 무게감이 남달랐고, 점점 공신력을 갖춘 언론에서 이야기가 나왔고, 이 곳 시간으로 오늘 아침, 퍼거슨 감독이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의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이번 주말에 열릴 스완지와의 경기가 그의 올드트래포드 최종전이 될것이고, 그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팀을 이끄는 것은 앞으로 딱 2경기밖에 남지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그도 은퇴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만, 박지성 선수가 처음 맨유에 입단했던 8년전부터 지금까지 늘 이야기가 나왔던 부분이었기에 저는 이번에도 대수롭게 여기지 않았습니다만 드디어 퍼거슨의 시대는 저물었습니다. 다음 시즌부터는 새로운 감독이 올드트래포드의 벤치를 이끌 것이고, 퍼거슨이 껌을 씹는 모습 얼굴을 붉으락하며 맹렬하게 심판에게 항의하는 모습도 보지 못할 것입니다. 맨유에서만 27년을 머물렀고 38개의 트로피를 따냈으며 세계 최고의 가치를 지닌 맨유라는 클럽의 상징과도 같은 감독입니다. 

27년의 세월동안 맨유라는 클럽의 지휘봉을 잡을 수 있었다는 것은 그의 능력이 얼마나 대단했는지를 알려줍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을 생각하니 자연스럽게 박지성 선수의 맨유시절이 떠오릅니다. 그가 27년동안 함께했던 많은 선수들가운데 한명일 뿐이지만, 박지성 선수는 퍼거슨과 함께 7년을 있으면서 맨유의 중흥기를 이끌었습니다. 첼시와 아스날에 밀리며 리그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지 못했던 맨유였습니다만, 박지성 선수의 맨유입단후 7시즌 중 4시즌의 리그트로피, 1시즌의 빅이어를 들어올렸습니다. 

사실 박지성 선수의 은사라고 생각하면 히딩크 감독과 퍼거슨 감독을 떠올립니다. 히딩크는 그를 발굴해 유럽무대의 중심으로 이끌어준 감독이라고 한다면, 퍼거슨은 그런 박지성을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선수들과 최고의 플레이를 할 수 있게 만들어준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퍼거슨이 아닌 다른 감독이 이끄는 팀으로 갔더라면 지금의 박지성은 있기 힘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박지성을 아끼고 그의 능력을 우수하게 여겼던 감독이었습니다. 입단할 때에는 많은 활동량과 드리블이 좋았던 선수였습니다. 지금보다 훨씬 더 다이나믹한 플레이를 보여주었던 박지성이었죠. 하지만 두 차례의 장기부상과 거듭된 국가대표팀 차출이후의 무릎 부상은 그의 운동능력을 감소시켰습니다. 맨유라는 빅클럽에서 수개월의 부상을 두차례나 당했을 정도라면, 분명히 다른 경쟁자들이 자리를 잡고도 남았을 것이지만 퍼거슨은 그를 기다렸습니다. 그의 기량을 높이샀기 때문이죠. 

두차례의 장기 부상을 당한 뒤, 박지성 선수를 예전과 같은 롤에 두기는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퍼거슨 감독은 박지성 선수가 매우 영리한 선수이고 활동량이 줄지 않았으며 수비력이 뛰어나다는 점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하여 '수비형윙어'라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내게 된 것이죠. 호날두, 루니, 테베즈, 베르바토프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한 팀에 있었음에도 박지성 선수의 자리를 챙겨주었습니다. 자칫 공격적으로 쏠릴 수도 있었던 맨유의 밸런스를 가장 잘 맞춰줄 수 있는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박지성 선수는 퍼거슨의 전술적인 키 역할을 해냈습니다. 단순히 수비형윙어뿐만아니라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나서 '센트럴 팍'이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마지막 시즌 새로운 윙어들의 가세와 그들의 폼이 워낙 좋았기에 박지성 선수의 기회가 점점 줄어들긴 했습니다만, 박지성 선수의 맨유시절을 그 누구도 우습게 여길수는 없습니다. 

퍼거슨이 아니었다면, 박지성 선수가 지금의 자리에 있을 수 있었을까요? 그렇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선수의 특성을 잘 아는 감독이었고 전술적 역량이 뛰어난 퍼거슨이었기에 그를 이렇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죠. 퍼거슨처럼 압도적인 존재감을 가진 감독이 아니었더라면 타팀으로 갔어도 그 감독은 바뀌어 있었을 것입니다. 아스날을 제외하면 EPL빅클럽의 감독의 목숨은 늘 위태롭기만 했었습니다. 

QPR로 이적해 그의 역량을 끌어올리지 못했던 두 감독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특히 해리 레드냅과의 비교를 해본다면 퍼거슨이 얼마나 박지성에게는 큰 은인이었는지를 알 수 있죠. 단순히 수비적인 면만보고 박지성을 등한시했던 레드냅은 결국 QPR을 강등의 길로 이끌었습니다. 

단순히 전술적인 관계를 떠나 인간적으로도 퍼거슨은 참 좋은 감독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늘 천사만 같은 감독은 아니었습니다만 박지성 선수에게는 애정이 넘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박지성 선수가 세계 최고의 선수라는 것을 본인만 모르고 있다라는 말, QPR과의 경기에서 벤치까지 걸어와 악수를 건냈던 일, 박지성에게 미안하다며 직접 편지를 보냈던 일등 박지성에 대한 애정은 이곳 저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국 축구의 위상을 몇단계나 높였던 박지성 선수였고, 그의 축구 인생에는 늘 좋은 은사들이 함께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퍼거슨 감독이 없었더라면 '맨유'라는 클럽의 박지성, '챔스리그 결승 선발'의 박지성은 생각하기 힘들었을 수도 있습니다. 세계축구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중 한명이겠지만, 한국인들에게도 참 특별한 의미를 가진 감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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