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베컴 은퇴, 또 한명의 우상이 떠난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5. 17. 09:36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고등학교시절이었습니다. 당시 저희 학교에서는 체육대회를 앞두고 있었고 체육대회 축구 반대표로 선정된 저와 저의 친구들은 유니폼을 맞추는데에 여념이 없었습니다. 다른 반들과 치열한 눈치싸움을 했고, 당시 갈락티코 1기였던 레알 마드리드의 유니폼을 선점했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의 마킹을 누구로 할지 정해야 했습니다. 보통은 잘하는 친구가 먼저 정하고, 실력이 좀 떨어지는 친구가 남은 것을 정하는데 제 차례에는 인지도 있는 선수가 남아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단 한명 베컴의 이름이 남아있었습니다. 베컴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수려한 외모덕분에 친구들이 부담스러워서 선택하지 못했던 것이었죠. 그리고 저는 큰맘먹고 베컴을 선택했습니다. 

결과는 대성공이었습니다. 그해 체육대회 축구경기에서 우승을 차지했던 저희반 친구들은 여후배들의 인기를 한몸에 독차지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도 실력에비해 과분한 인기가 찾아왔습니다. 왜냐면 저의 등에 남들보다 인지도가 높은 선수의 이름이 새겨져있었기 때문입니다. 몇일동안은 '베컴오빠'로 불리우는 영광을 얻기도 했습니다. 축구는 몰라도 베컴은 아는 사람들이 예상외로 굉장히 많았던 것입니다. 그때부터 제가 제일 좋아하는 선수는 베컴이 되었습니다.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레알 마드리드로 이적을 하면서도 적지않은 나이였고, 이후 미국 MLS무대로 옮겨가면서 밀란으로 임대를 오기도 했고, 이번 시즌 후반기에는 파리 생제르맹에서 뛰고 있는 베컴입니다. 그리고 어제, 베컴이 이번 시즌을 끝으로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얼마전 이곳나이로 38세가 된 베컴입니다. 한국나이로 39세이니 정말로 대단한 자기관리입니다. 겨울마다 유럽으로 임대를 와서 뛰었고, 여름에는 MLS에서 뛰었으니 휴식기도 없이 그나이에 현역생활을 했다는 것이 대단한 일입니다. 

베컴을 생각하면 축구만큼이나, 아니 축구보다도 더 생각이 나는게 그의 화려한 외모입니다. 2002년 우리나라에서는 닭벼슬머리를 하면서 주목을 끌었고, 그 이후에 금발의 머리를 묶기도 하고, 삭발도 하고, 여러가지 헤어스타일을 보여주었지만 여전히 그는 미남입니다. 오히려 나이가 들면서 중후한 매력까지 갖추면서 나이를 무색케하고 있습니다. 

외모를 떠나 축구내에서 그를 생각해본다면 당연히 그의 킥능력을 생각하게 됩니다. 지금에 와서야 축구공의 탄도도 높아지고 축구화의 기술도 좋아져서 무회전킥과 같은 새로운 유형의 프리키커들이 등장했습니다만, 부로가 몇년전까지만해도 프리킥의 대부분은 인사이드로 감아서 때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베컴은 그 부분에서 독보적인 정확도와 커브, 그리고 뒤쳐지지 않는 파워를 자랑했습니다. 그의 프리킥을 스페셜로 만들어도 십분이상을 봐야할 정도이며, 정말로 숨이 머질정도의 매력을 자랑합니다. 

우리나라에 해외축구리그 중계가 없었고, 스포츠뉴스의 단신으로나 해외축구가 소개되던 시절, 베컴의 크로스에 이은 반 니스텔루이의 마무리는 저를 맨유팬이 되게 했습니다. 엄청난 궤적을 그리면서 골키퍼가 손을 쓸수 없으면서도 공격수의 머리에 정확하게 떨궈주는 그의 크로스는 너무나 매력적이었으며, 그의 특유의 폼역시도 멋있었습니다. 흔히들 '공좀 찬다'하시는 분들이면 프리킥을 찰 때 베컴의 포즈를 따라해본 적이 다들 있으실 것이라 생각됩니다. 

베컴의 킥능력과 그를 이용한 패스는 그를 받쳐줄 뛰어난 축구지능이 없으면 효율적으로 이용할 수가 없습니다. 무엇보다 공간을 이해하는 능력이 있어야 하며, 그를 받쳐주는 공격수와의 호흡도 중요합니다. 반 니스텔루이와 호나우두등 당대 최고의 공격수와 함께했기에 그의 크로스가 빛났고, 잉글랜드대표팀에서 한 때 크라우치가 중용받았던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의 크로스가 그만큼 위협적이었다는 것이죠. 

단순히 얼굴만 잘생기고 공잘차는 선수로 기억하시는 분들이 많지만 베컴은 분명히 세계적인 레전드로 남을 기량을 갖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특히 그의 화려함에 묻혀 그의 활동량이 부각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의 활동량은 맨유, 레알 시절에서도 팀내 3위권을 마크할 정도로 넓은 반경을 커버했습니다. 드리블 기술이 화려하지 않기에 좋은 위치에서 패스를 받기위해 많은 공간을 움직였고, 그만큼 그를 막기위해 상대 수비가 애를 먹어야 했습니다. 

더 좋은 위치로 공을 드리블해가서 더 정확하게 패스를 구사하는 것이 현재 윙어들의 역할이라면, 베컴은 멀리 있어도 가까이 드리블해서 패스를 하는 것보다 훨씬 더 정확하고 날카롭게 공을 전달할 수 있었기에 더욱 더 무서웠습니다. 드리블후 크로스를 올리는 클래식 윙어의 전성시대에서 베컴은 스탠딩 윙어라는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으면서도 그 파괴력에서는 어떤 윙어보다 뒤지지 않았습니다. 

100경기가 넘는 A매치 경기를 뛰었고, 축구종가 영국팀의 주장을 오랜시간동안 맡았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퍼거슨의 아이들로 전성기를 이끌었고, 레알 마드리드에서도 좋은 활약을 보였습니다. 유럽 클럽팀에서만 400경기가 넘는 경기를 뛰었고, 77골을 득점했습니다. 스콜스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긱스와 함께 지키던 퍼기의 아이들 가운데 또 한 명이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이제는 긱스밖에 남지 않았네요. 

슈팅 라이크 베컴이라는 영화가 만들어 졌을 정도로 세계적으로 뛰어난 인기를 자랑했던 베컴, 그는 오히려 외모에 실력이 묻혀버렸던 케이스입니다. 너무나 수려한 외모로 세계적인 팬들을 거느렸고, 그에 합당한 실력을 갖고 있는 선수였습니다. 저의 어렸을 때의 우상이 한 명 더 은퇴를 하네요. 시간이 참 빠름을 느끼면서 씁쓸해지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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