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그시절'영웅들의 은퇴, 그 씁쓸함에 대하여

Posted by Soccerplus
2013. 5. 21. 09: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얼마전, 세계축구계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사건이 있었습니다. 영원할줄만 알았던 퍼거슨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막을 내린 것이었습니다. 71세의 나이였지만 여전히 건재함을 과시했고, 매년마다 나왔던 그의 은퇴설에도 불구하고 팀을 최고로 이끌었던 퍼거슨이 진짜로 은퇴하다니, 믿을수가 없었습니다. 그의 은퇴 발표 전날 여러 유력언론에서 그의 은퇴를 예고했었습니다만, 그게 정말로 사실이 될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 퍼거슨은 그의 마지막 경기를 마치고 공식적인 경기를 끝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세계적인 축구스타도 마지막 경기를 치뤘습니다. 데이비드 베컴, 퍼거슨의 아이들이었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레알 마드리드, 밀란, 파리, LA갤럭시에서 선수생활을 했으며, 잉글랜드 국가대표로도 100경기를 넘게 소화했던 프리킥의 마스터 데이비드 베컴도 은퇴를 한 것입니다. 주장완장을 차고 경기에 나왔던 그는 경기장을 빠져나오면서 참았던 눈물을 흘렸고, 길고긴 선수생활을 마감했습니다. 많은 파리팬들에게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마지막까지 프로페셔널했던 그의 모습은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번 시즌은 유난히 스타들의 은퇴가 많게 느껴집니다. 퍼거슨과 베컴이 은퇴를 했고, 스콜스와 캐러거, 그리고 오웬과 가투소, 트레제게, 발락, 반봄멜등 우리의 새벽을 수놓았던 스타들이 은퇴를 합니다. 퍼거슨과 베컴때문에 더욱 더 이들의 무게감이 두텁게 느껴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난히 사연많고 인기많은 선수들이 은퇴를 했습니다. 아참, 그리고 우리나라에게는 더없이 큰 은인이었던 히딩크 감독도 올시즌을 끝으로 은퇴합니다. 

그냥 마음이 씁쓸합니다. 이 선수들과 퍼거슨 감독들과 저에게는 일련의 관련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해외축구를 오랫동안 보아온 팬으로써, 이들의 플레이는 어렸던 저에게도 큰 충격이었습니다. 베컴과 스콜스가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축이었던 시절도 기억이 나고, 2006년 트레제게의 눈물, 2002년 우리나라를 무너뜨렸던 발락의 골, 박지성의 동료였던 반봄멜, 유달리도 더 사연이 많은 선수들 같습니다. 

우리나라에 해외축구중계가 본격적으로, 체계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은 박지성 선수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출이후지만 그전에도 해외축구생중계가 있었습니다. 그당시에는 MBC공중파에서 챔피언스리그 중계를 해주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2003년 고등학교시절 레알과 맨유의 경기를 생중계로 보았던 기억도, 2005년 박지성 선수가 밀란을 상대로 맹활약을 하던 그때의 기억도 아직 생생합니다. 

그렇게 시간은 10년가까이 흘렀습니다. 한창의 전성기를 구가하던 이 선수들은 각자 다른팀에서 더 화려한 커리어를 장식했고, 시간이 흐르자 조금씩 활동반경이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렇게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98월드컵에서 원더보이로 이름을 날리던 마이클 오웬도 이제는 은퇴를 선언했습니다. 시간이 너무나 빠르게 느껴집니다. 

이들만 나이가 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만, 이들에 비춰지는 저의 세월도 흘러갑니다. 부모님몰래 새벽에 축구중계를 보던 고등학생은 이제 어엿한 어른이 되어 영국 현지에서 중계를 보고, 꿈에 그리던 그사람들의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으며, 그들덕분에 이렇게 유명블로거까지 되었습니다. 시간은 10년이 채 흐르지 않았지만, 그 사이에 일어났던 모든 일들은 10년 그 이상처럼 느껴집니다. 그만큼 이 스타들이 저에게 주었던 감동과 영감이 컸던 것 같습니다. 

이제 막 해외축구에 입문하셨거나 혹은 나이대가 어린 학생분들에게는 이들이 그냥 전설적인 이름으로만 기억되겠지요. 유럽축구중계가 시작되고, 그 화려함을 장식해주었던 이들의 활약은 아마 수많은 팬들에게는 잊지못할 기억으로 자리잡을 것입니다. 아마 한국의 유럽축구중계 1세대 스타들이 아닐까 생각이 됩니다. 이 이전 세대의 스타들만해도 국내에서는 중계로 자주 접하지 못했으니 말입니다. 

무언가 시간이 흐르고 추억이 되면 좀 더 그 일들이 크게, 가치있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것을 저는 친구들과 우스겟소리로 '추억 프리미엄'이라고 부르는데요. 지금 수많은 스타들의 활약이 매우 뛰어나지만 저에게는 이들의 플레이가 더욱 더 기억에 남을 것 같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들의 플레이를 더이상 볼 수 없다고 생각하니, 그만큼 세월이 빠르게 흘렀다고 생각하니, 씁쓸합니다. 

나이가 들었음을 실감하는 방법은 여러가지지만, 저에게는 축구 선수들의 세대교체만큼 강력한 척도는 없는 듯합니다. 얼마전 박지성 선수가 본인의 은퇴를 직접적으로 언급했을 때도 너무나 마음이 이상했는데, 이제는 정말로 그 일이 현실로 다가올 수 있음을 느낍니다. 아직도 저의 마음속에서는 2002년 월드컵 21번을 달고 뛰던 박지성 선수의 앳된 얼굴이 눈앞에 선한데, 이제는 은퇴를 바라보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시간이 좀 더 흐르면 호날두와 메시도 노장이 되어 은퇴를 선언할 것이고, 그 이후에는 또 새로운 호날두와 메시가 나와 우리의 새벽을 달구겠죠. 이렇게 선수들과 함께 세월이 흐른다는 느낌, 참 뭔가 이상하면서도 알 수 없는 기분이 듭니다. 확실한 것은 이 기분이 그리 좋지만은 않기에 씁쓸한 밤입니다. 

아참, 한가지 더 언급하고 싶은 은퇴가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선수커리어의 대부분을 뉴캐슬의 후보 골리로 뛰어야 했던 스티브 하퍼입니다. 그리고 하퍼도 지난 일요일 그들의 툰아미앞에서 은퇴경기를 치뤘습니다. 팬들은 그의 등번호인 37번을 기리며 37분 37초에 기립박수를 쳐주었습니다. 하퍼는 경기중 차오르는 눈물을 참을수가 없었죠. 수많은 스타선수들의 은퇴도 있지만, 이렇게 한 클럽에 청춘을 바친 충성스러운 선수의 은퇴역시도 우리에게 큰 영감을 전달해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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