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과 카가와의 맨유 첫시즌, 누가 더 잘했나

Posted by Soccerplus
2013. 5. 22.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저역시도 박지성 선수와 카가와 선수를 비교하는 것을 그리 좋아하지는 않습니다. 시대가 다르고, 환경이 다르며, 선수도 다르고, 포지션도 다른 두 선수를 동등하게 놓고 누가 더 낫다 아니다로 비교하는 것은 분명히 옳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에 박지성 선수의 글을 쓸 때 카가와를 언급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카가와 선수의 글을 아예 몇달동안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한시즌이 끝났습니다. 그리고 한국과 일본의 축구를 대표하는 두 선수의 비교는 이제서야 조심스레 해볼 수 있는 타이밍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선수의 조건이 너무나도 다르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큰 자취를 남겼던, 그리고 남길 두 아시아 선수의 비교는 굳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어도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맨유에서 7년을 뛰었던 박지성 선수지만, 이번 글에서는 첫번째 시즌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자 합니다. 

2005년 맨유, 그리고 2012년 맨유

8년전, 박지성 선수는 맨유에 입단을 하게 됩니다. 당시만해도 이 계약이 상업적인 요소가 많을 것이라는 생각이 우리팬들에게도 있었으며, 한 시즌을 내내 주전으로 뛰었습니다. 지금이야 센트럴 팍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중앙미드필더 출장이 많아졌습니다만, 그당시만 해도 맨유에서 박지성 선수는 윙어로 매경기를 출장했습니다. 반 니스텔루이와 루니가 투톱에 서던 시절이었고, 스쿼드도 지금보다 훨씬 얇았습니다. 당시 로이킨이 팀을 떠나고 스콜스가 부상으로 시즌을 통째로 날렸습니다. 중앙에 있어줘야할 두 선수가 빠지면서 후반기에서는 긱스가 중앙으로 옮겼고 수비형미드필더에 오셔가 들어왔습니다. 그러면서 박지성과 호날두가 좌우날개로 활약하게 되었죠. 

카가와 역시도 이번 시즌 퍼거슨의 선택을 많이 받았습니다. 특히 애쉴리 영이 부상과 부진으로 스쿼드를 들락날락하고 나니가 사실상 퍼거슨의 버림을 받은 이번시즌, 카가와는 중앙을 지향하는 좌측날개로 시즌 막판 많은 경기를 선발로 나왔습니다. 시즌 초반, 그의 포지션이 상당히 애매했고, 맨유의 4-4-2에서 설 곳이 없어보였습니다. 반 페르시가 들어오면서 루니와의 투톱도 생각해볼 수 없게 되었죠. 하지만 경쟁자들의 연이은 부진은 카가와에게 기회를 주었습니다. 퍼거슨 감독이 카가와를 알차게 이용해보겠다는 생각또한 솔직히 엿보였던 시즌이었습니다. 

스탯: 박지성 43경기 2골 7도움, 카가와 26경기 6골 6도움

단순히 스탯만을 비교해보면 카가와의 공격포인트가 경기수대비 더 나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카가와는 시즌 중반 부상을 겪어야 했습니다만, 그 기간이 길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박지성에게 기회가 더 많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지금의 맨유는 그 당시의 맨유보다 선수층이 더욱 더 두껍습니다. 당시 박지성 선수에게 단점은 골 결정력이 떨어진다는 것이었고, 카가와가 이번 시즌 보여준 장점은 주어진 찬스에서 차곡차곡 스탯을 쌓아나갔다는 것이죠. 단순히 골기록만을 본다면 카가와가 더 낫습니다. 

팀내 전술적 비중: 박지성>카가와

하지만 팀내 전술적 비중은 박지성의 첫시즌이 카가와의 첫시즌보다 훨씬 더 나았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카가와의 출장기록을 살펴보면, 사실상 주전으로 나왔던 시즌 막판에도 주요팀들과의 경기에서는 벤치에 머물렀습니다. 지난 3월 국가대표팀 경기이후 10경기에서 카가와는 4경기에서 선발로 나오지 못했는데, 그 경기가 첼시, 아스날, 첼시, 맨시티였습니다. 강팀들과의 경기에서는 사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박지성 선수역시도 당시 시즌 초반 리버풀, 첼시등과 같은 강팀들과의 경기에서 벤치를 지켰습니다만, 시즌 막판으로 갈 수록 전술적 비중이 높아졌습니다. 특히 시즌 막판 아스날전에서 리그 데뷔골과 시즌 최고의 활약을 펼치며 빅팀과의 경기에서의 가능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그리고 이후 시즌 경기중 가장 중요한 경기였던 첼시와의 경기에서도 풀타임 출장하면서 그 입지를 단단히 했죠. 물론 팀이 부상병동이었던 까닭도 분명히 있습니다만, 당시 윙어가운데 출장수 2위였습니다. 1위는 호날두였고 긱스보다도 더 많은 경기를 나왔던 시즌이었습니다. 

경기력: 박지성>카가와

이 경기력이란 부분은 분명히 경기를 보는 분들의 주관이 개입됨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지만, 박지성의 8년전과 올해의 카가와를 생각해본다면 분명히 박지성 선수가 훨씬 더 나은 활약을 펼쳤습니다. 무릎 수술을 두차례나 했던 지금과 달리 박지성 선수는 그당시 정말 경기장에 풀어놓은 한마리의 사냥개와 같았습니다. 당시에는 수비적인 옵션으로 치부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공수에서 정말 탁월한 활약을 펼쳤으며, 팀의 후반기 상승세에도 큰 기여를 했습니다. 저돌적이고 돌파를 피하지 않았던 박지성 선수의 당시 활약은 맨유내에서도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나라 팬들에게 '혼자우도'라고 불리웠던 8년전의 호날두에게 스탯은 많이 뒤지지만 경기력에서는 밀린다고 말하기 어려운 시즌이었습니다. 

카가와역시도 분명히 첫시즌치고는 훌륭한 시즌이었습니다. 부상에도 복귀에 성공했고, 많은 골을 넣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카가와에게 본인이 맞는 포지션이 부여되었던 루니의 2달간의 부상기간동안 그의 입지를 다지는데 실패했습니다. 오히려 경기에서 자주 지워지면서 이른 교체를 겪어야 했을 때가 많았습니다. 루니가 복귀하고 나서는 기회를 잃다가, 다시 루니와 퍼거슨의 사이가 멀어지자 기회를 얻었습니다. 다음 시즌 루니가 떠날지, 그리고 루니의 대체자가 누가될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아직까지 카가와를 맨유의 확실한 전력으로 평가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카가와가 성공적인 첫 시즌을 보냈다는 건 분명한 사실

한가지 인정해야 할것은 카가와가 첫시즌 치고는 나쁘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일단 골을 6골이나 넣으면서 첫시즌만에 박지성 선수의 아시아선수최고기록인 5골을 넘어섰고, 처음으로 해트트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팬들의 뇌리에, 그리고 감독의 뇌리에 박힐수 있는 경기였습니다. 본인의 장점을 확실히 보여주었다는 것에서, 그리고 스쿼드플레이어로 어느정도 자리를 잡았다는 것에서 그는 성공적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분명히 입단 당시에 했던 큰 기대보다는 못미쳤습니다. 독일 분데스리가를 말그대로 씹어먹으면서 맨유에서도 자신의 입지를 확실히 할 것으로 여겼고 당시 최대어였던 아자르와 비교했던 분들도 계셨습니다만, 두 선수의 클래스는 확실히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한일의 비교에서 '객관'이란 있을 수 없지만

그렇습니다. 한일 양국을 대표하는 두 선수에게 한국인이 비교를 한다는 것은 사실 객관적일수가 없습니다. 저역시도 한국인이고 박지성 선수의 팬이기에 당연히 팔은 안으로 굽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만 그당시의 박지성 선수의 활약을 기억하시는 분이라면 박지성 선수의 손을 들어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05/06시즌 당시 맨유의 전력이 지금처럼 압도적이지 않았고, 시즌 내내 힘든 일정을 반복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박지성 선수가 큰 힘이 되었고, 팀내에서 미친 영향과 그의 가치는 올시즌의 카가와와 비교하기엔 너무 크다고 생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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