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리 친구와 함께본 싸이의 이태리 공연 야유

Posted by Soccerplus
2013. 5. 27. 08:00 해외 축구 리그 이야기

약 3주전이었나 코파 이탈리아컵에 싸이가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설렜었습니다. 코파 이탈리아컵은 잉글랜드의 FA컵처럼 굉장히 큰 컵대회이고 이번 경기는 악명높기로 유명한 로마더비였습니다. AS로마와 라치오의 대결은 두 팀의 첨예한 라이벌 관계로 인해 매우 치열한 경기입니다. 두 팀이 한 트로피를 놓고 결승에서 만났으니 당연히 그 관심이 갈수밖에 없고, 그 경기의 식전행사의 공연에 싸이가 초대되었다는 것만으로 해도 월드스타 싸이의 위용을 알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죠. 

저는 현재 영국 기숙사에 있는데 옆 건물에 이탈리아 친구들이 삽니다. 해외축구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로마와 라치오경기까지는 관심이 가지않아 이들과 이야기를 해도 언급할거리가 없었지만 싸이가 나온다는 것에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말을 했더니 이들도 처음들은 소식이라며 무척이나 흥미로워하더군요. 영국이 축구가 인기라고는 하지만 외국의 컵대회까지는 중계해주지 않는지라 이 공연을 보기위해 친구들과 웹스트리밍중계를 켜놓고 같이 경기를 기다렸습니다. 

경기의 열기는 뜨거웠고, 이탈리아 사람들이 얼마나 축구에 열광하는 지를 알 수 있었습니다. 로마나 라치오, 두 팀모두 뚜렷한 특징을 갖고 있는 팀이라며 이탈리아 친구들이 전술분석까지 해주더군요. 그리고 경기가 시작하기 두시간쯤 전, 싸이가 무대에 섰습니다. 그리고 저와 제 이탈리아친구들은 이 장면을 보면서 서로 얼굴을 붉혀야 했습니다. 



저는 이탈리아 팬들이 싸이에게 야유를 보내는 것에 대해 매우 충격을 받았습니다. 수만명이 보고 있는 자리에서 가수가 공연을 하는데 한 목소리로 야유를 보내는 것이 너무나 기분이 나빴고, 어이가 없었습니다. 그리고 이탈리아 친구들은 저에 대한 미안함으로 이야기를 잊지 못했습니다. 저는 왜 이들이 싸이에게 야유를 보내느냐고 물어봤고, 이들은 아마도 그가 아시안이기때문에 인종차별을 하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리고 아직도 이탈리아가 이렇다면서 매우 미안하다는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저는 제 친구가 한일도 아니고 티비중계를 보면서 일어난 일이기 때문에 괜찮다고 했지만 어이없음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정말 좋은 친구들인데 괜히 어색한 기류가 흘렀습니다. 

그리고는 이탈리아 친구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습니다. 아직도 이탈리아에는 저런 인종차별주의자들이 적지 않다고, 그리고 오늘 싸이의 공연에서의 야유는 자기도 예상하지 못한 일이라고. 싸이가 이탈리아에서 유명하지만 이들이 자신들의 거대한 축제인 로마더비에 아시아인의 축하공연을 하는게 못마땅한 것 같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로마더비 몇시간전부터 로마사람들은 특히 저 경기장에 있는 사람들은 제정신이 아닐 거라며 이해해달라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뭐라고 변명을 늘어놓은 듯, 인종차별에 대해 기분이 좋을 수는 없었습니다. 물론 저역시도 제 친구들의 진심어린 사과를 받아들였고, 같이 경기를 보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경기가 끝난뒤에도 이 씁쓸함이 가시질 않았습니다. 

유럽에서 살면서 그리고 여행을 다니면서 크고 작은 인종차별을 겪는 것은 사실입니다. 저역시도 인종차별에 대해서 자유롭지 않은 영국에 살고 있고, 이번 수업에서 발표의 주제로도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을 다뤘습니다. 물론 이런 인종차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자각을 하고 있고, 인종차별을 없애기 위해 많은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을 발표를 준비하면서 알게 되었지만 여전히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는 그리고 그 정도가 더욱 더 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친구들과 대화할 때 이 인종차별에 관한 이슈가 나온적도 있었습니다. 영국의 정도와 비교해도 더 심한 것 같고, 교육이 이뤄지고 있지만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다들 조금씩은 그런마음이 있을 것이라고. 본인도 이 곳에 와서 저를 만나기 전까지는 아시안들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며 솔직히 털어놓았습니다. 자신들도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인종차별에 대한 자정작용또한 이뤄지고 있습니다만 여전히 그 정도가 심한 편입니다. 

그리고 여러 매체에서 싸이가 이탈리아 공연에서 야유를 받았다는 것이 보도가 되고 있습니다. 아마 내일 아침이면 국내 매체들도 이에 대해 이야기를 하겠죠. 로마와 라치오는 이번 시즌에도 여러 인종차별적 응원으로 논란을 사고 있는 팀입니다. 

직접 당해보지 않으면 이 인종차별이라는게 얼마나 억울하고 수치스러운 일인지 모릅니다. 아무 이유없이 많은 서양인들에게 둘러쌓여 나에게 알아듣지도 못할 욕을 들으면 그만큼 기분이 나쁜일도 없습니다. 그런데 수만명의 관중이 공연을 하고 있는 가수에게 야유를 그것도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싸이의 마음을 백번도 더 이해하고 너무나 기분이 좋지 않습니다. 

이 야유가 담긴 유튜브 동영상을 보니 그 댓글에도 정말 많은 이야기가 실려있습니다. 물론 이탈리아어를 하나도 알아들을 수 없지만 몇몇을 구글로 번역해보니 대부분 자국팬들의 행동에 대한 미안함이 담겨 있더군요. 가장 기억에 남는 코멘트는 '60000명의 멍청이같은 축구팬들이 이탈리아의 전부라고 생각하지 말해주세요'였습니다. 몇몇 이탈리아 사람들은 영어로 자신의 미안함을 그리고 이 당황스러움을 표현했습니다. 알아달라는 것이죠 모두가 다 그렇지 않다는 것을. 

하지만 이탈리아에 대한 인상은 이 큰 대회에서의 수만명의 야유로 굉장히 나빠질 것입니다. 저역시도 그랬으니 말이죠. 세계화시대에 이 글로벌한 국제기숙사에 살면서 인종차별이라는 토픽에 대해 생각이 굉장히 많아집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두 이탈리아 친구들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받았던 것밖에 없었지만, 분명히 더 깊이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습니다. 과연 우리나라도 인종차별에 대해 자유로울 수 있는지.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생각도 해보게 되는 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