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전 오늘을 생각하면 더 씁쓸한 박지성의 오늘

Posted by Soccerplus
2013. 5. 29. 08:38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2년전 오늘을 기억하십니까? 아마도 박지성 선수의 선수인생에서 가장 꽃피던 시기가 아닌가 싶습니다. 2년전 오늘은 박지성 선수가 맨유소속으로 FC바르셀로나와의 챔피언스리그 경기를 치뤘던 날입니다. 이곳시간으로 5월 28일, 한국시간으로는 5월 29일 새벽에 벌어졌던 경기였죠. 공교롭게도 제가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박지성 선수가 인생최고의 전성기를 맞으면서 제 블로그가 많이 알려진 계기가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더 기억을 할 수 밖에 없는 날이죠. 

이 당시 박지성 선수는 중요한 경기마다 왼쪽윙어로 선발출장을 했습니다. 리그 경기에서 맹렬하게 추격하던 첼시와의 결승전과 같은 경기에서 1어시스트를 올리면서 인생최고의 경기를 했고, 웸블리에서 펼쳐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도 풀타임을 출장하면서 새로운 역사를 썼습니다. 3:1로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가장 열심히 뛰는 선수였고, 긱스와 자리를 바꿔가며 상대 풀백 다니엘 알베스를 막는데에 큰 역할을 했습니다. 

얼마전 챔피언스리그 결승이 열렸고 많은 관심속에 바이에른 뮌헨의 우승으로 끝이났습니다만, 관심의 크기는 2년전에 비할바가 아니었습니다. 우리나라 선수가 챔피언스리그 결승무대에 선다는 것이 얼마나 큰 일인지를 다시한번 깨닫게 하는 일이었죠. 당시 친구와 치킨을 먹으며 경기를 보았던 기억이 있는데, 새벽 4시에 하는 경기에 호프집의 빈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이 경기에서 골을 넣고 맨유가 우승의 원동력이 되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지만 그렇지 못했더라도 큰 의미가 있는 경기였습니다. 박지성 선수의 맨유생활가운데에서 가장 빛났던 하루였습니다. 

그리고 정확하게 2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너무나도 다르게 흘렀습니다. 공교롭게도 맨유커리어에서 가장 좋은 시즌을 보내고 재계약까지했던 바로 다음 시즌에 갑자기 주전경쟁에서 밀려버렸습니다. 박지성에게 주어져야할 상황에서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고, 바로 다음시즌 이적을 택했습니다. 2012년 7월 QPR로 이적했고, 축구 인생 또 다른 시작을 했습니다. 구단주의 사업수완에 힘입어 좋은 선수들이 많이 들어왔고, 리그가 시작되기전 QPR은 리그 10위권을 내다보는 중위권정도의 전력을 갖춘것으로 현지언론에게 평가되었죠. 

하지만 그로부터 1년후 이 상황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QPR은 최악의 경기력을 보여주면서 리그 최하위로 2부리그 강등이 되었고, 박지성 선수는 이 팀에서 확실하게 자리를 잡지 못한 채 오히려 팀 강등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습니다. 시즌 내내 레드냅감독의 '고액 주급자에 대한 불만'의 타겟이 되어야 했고 타랍, 마키, 호일렛등 탐욕스러운 동료들에게 자리를 내어주거나 혹은 이들의 빈자리를 수비적으로 채우는 역할에 만족해야했습니다. 

그리고 2013년 오늘, 박지성 선수는 2년전 오늘과는 전혀 다른 상황에 놓였습니다. 맨유에서 최고의 시절을 보냈던 2년전과는 달리, 맨유에서 1년간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음에도 여러 구단의 구애를 받던 1년전과는 달리, 지금의 박지성선수는 마땅히 유럽내에서 갈 곳이 있어보이지 않습니다. 그의 주급이 걱정이고, 그의 기량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딜 두어도 제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만 유럽 스카우터들의 눈은 냉혹합니다. 

아직 이적시장이 열리지도 않았고, 박지성 선수가 다음시즌까지 QPR에 남아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너무나도 변했다는 것이 마음이 아픕니다. 좋은 기회가 한번만 더 주어졌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 타이밍입니다. 가능하다면 EPL로 이적을 해서 다시한번 기회를 잡았으면 좋겠습니다. 대우는 예전같지 못하겠지만 좋은 전술과 그를 뒷받침해줄 좋은 감독을 만난다면 충분히 다시 활약을 할 수 있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미국 MLS에서 그에게 강력하게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데이빗 베컴, 티에리 앙리등 좋은 선수들이 이미 뛴 경험이 있고 박지성의 주급을 맞춰줄 수 있는 거대한 경제력이 있는 클럽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박지성 선수의 자존심에 아직은 MLS로 떠나지 않을 것같다라는 개인적인 추측을 해봅니다. 미국으로 건너가 편하게 축구를 할 수 있지만, 아직은 한 번 더 승부를 걸어볼 수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2년전의 화려함은 이제 많이 사라졌지만 여전히 박지성 선수는 한국팬들에게는 특별합니다. 그리고 많은 팬들의 그의 마지막이 행복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직 이번 이적시장의 흐름을 기다려봐야겠습니다만, QPR보다 더 좋은 팀으로의 이적을 간절하게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