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QPR 서로에게 최악의 이적이었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6. 10. 09:00 해외파 이야기/박지성

초등학교 2학년 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친척들끼리 생일파티를 했었는데 이모부께서 게임을 사다주셨다. 당시 최고의 유행이던 스타크래프트였다. 하지만 난 2학년이었다. 그리고 스타크래프트는 '영어'로 되어있는 게임이었다. 어머니가 주신 돈으로 사다준 친구들의 '문구세트'보다 10배는 더 비싼 생일 선물이었지만 나는 설치부터 끙끙대었다. 게임이면 뭐든지 좋아할 나이이기에 여러번 시도해보긴 했지만, 난 제대로 게임을 할 수 없었다. 대신 친구가 백업시디로 깔아준 삼국지 조조전을 굉장히 열심히 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다음 해, 친척들과 게임을 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이모부가 다시한번 게임을 보내주셨다. 바로 그 것은 스타크래프트의 확장판인 브루드 워였다. 게임을 받아 기분이 좋기는 했지만, 역시나 나는 제대로 플레이할 수 없었다. 친구들은 레이맨, 짱구는 못말려등의 게임을 하고 있는데 나라고 스타크래프트를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매우 분에 넘친 생일 선물이었지만 제대로 써보지도 못했다. 결과적으로 이 두번의 선물은 나에겐 최악의 선물으로 기억된다. 

왜 뜬금없이 어렸을 때 게임이야기를 하느냐 하면, 바로 QPR과 박지성의 관계가 나의 초등학교 2학년 시절과 스타크래프트, 그리고 브루드워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니 최악이었고, 결국 서랍장 신세가 되었다. 그리고 박지성도 그를 제대로 사용할 줄 모르는 QPR로 향해 벤치신세가 되었다. 

팀플레이어인 박지성 선수를 팀이라고 말할수도 없는 조직력을 갖고 있는 팀으로 데려온 것부터 잘 못되었다. QPR은 꼭 필요한 선수라기보다는 스타선수를 원해 박지성을 데려왔다. 박지성역시도 팀을 잘못 선택했지만 팀의 꼴이 그정도일줄은 몰랐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팀은 그에게 많은 기대를 했고, 그를 중심으로 팀을 구성했지만 마크 휴즈는 감독에서 경질될때까지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레드냅이 큰 기대를 갖고 부임을 했습니다만 팀을 구출하지 못했다. 마크 휴즈는 그를 쓰는 법을 몰랐기에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고, 레드냅은 그의 진가를 아예 몰랐다. 마크 휴즈는 어떻게 비슷하게라도 쓰고 싶었을 것이고, 레드냅은 그를 비슷하게라도 쓰지 못하고 특징이 확실하게 보이는 선수들을 사용했다. 팀을 만들 시간이 없었다는 이유가 있지만 이는 스타크래프트를 잘 못다룬다고 해서 레이맨이나 하고 있던 나의 경우와 비슷한 것 같다. 

수준이 낮았던 나는 두 장의 시디를 모두 서랍행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리고 박지성의 영입으로 인해 급격하게 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많은 선수들이 팀에 합류했고, 이들도 좋은 평가를 받긴 어려웠다. 그라네로, 삼바, 음비아, 호일렛등은 자신이 과거에 있던 팀보다 훨씬 더 못한 평가를 받았고 윤석영은 아예 경기에 나서지도 못했다. 세계적인 선수들, 혹은 전시즌 좋은 활약을 보이면서 큰 기대를 모았던 선수들의 평가는 매우 좋지 못했다. 이들 역시도 지난 여름과 달리 큰 관심을 못받고 있다. 

내가 박지성의 QPR행이 최악이라고 한 이유는 팀에게도 최악이었지만 박지성 본인에게도 최악이었기 때문이다. 2011년 챔피언스리그 결승에서 선발로 뛰었고 2012년 맨유에서 주장완장을 달고 뛰던 선수는 2013년 여름에는 2부리그로 강등된 팀에서 벤치를 지키는 선수가 되었다. 그의 역할은 매우 제한적이었고, 그가 주전을 내어준 선수들의 면면또한 형편없었다. 

QPR이 박지성을 최악이라고 얘기할 수 있듯, 박지성도 QPR을 최악이라고 말할 권리가 분명히 있다. 서로에게 최악인 이적었다. QPR은 박지성을 제대로 쓸줄 몰랐으면서 데려왔고, 박지성은 그로 인해 아시아의 전설적인 커리어에 오점을 남기게 되었다. 

누구의 잘못이라고 말하기엔 조금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QPR을 선택한 것은 박지성의 몫이니 박지성의 선택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애초부터 그를 담을 그릇이 되지 않았던 QPR이 그를 무리하면서 영입한 것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박지성을 중심으로 팀을 리빌딩하려했으면 팀플레이어를 조금 더 영입한다든지, 조직력을 헤치는 선수를 방출했어야 하지만 이런저런 선수들을 모두 잔류시키며 오히려 역효과를 보았다. 

그의 영입 1년후, QPR은 그의 탓이라고 말하기엔 어렵지만 큰돈을 썼으면서도 1부리그에서 잔류하는데 실패를 했고, 박지성은 세계 최고의 스타중 한명에서 이젠 1부리그로 재진입도 어려운 선수가 되었다. QPR이 어찌되든 상관없으나 윤석영에게 많은 기회를 주길 바라며, 박지성은 팀을 얼른 빠져나와 선수생활의 마무리를 평화롭게 했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