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용 無징계, 화가날 수 밖에 없는 이유

Posted by Soccerplus
2013. 7. 11. 09:00 해외파 이야기/기성용

기성용에 대한 징계는 결국 없는 것으로 일단락이 되었다. 단순히 '경고'수준에서 마무리가 되었고, 이제 기성용은 자유롭게 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게 되었다. 홍명보 감독이 그를 대표팀에 불러들일지에 대한 여부는 아직 알 수 없지만, 계속해서 논란이 되었던 기성용 비밀 SNS계정논란은 이쯤에서 마무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프리시즌이 개막했고, 국내파를 주축으로 돌아가게 될 동아시안컵과 8월 중순 평가전이 치뤄지면 이 이슈는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 

나는 한번 사람을 좋아하면, 그리고 선수를 좋아하면 쉽게 마음을 바꾸지 않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이 기성용의 사건이 터졌을 때에도 한편으로는 정말로 이 사실이 사실이 아니기를 바랬다. 부정적인 면만 보면 끝도 없겠지만, 그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대표팀을 위해 살신성인을 한다면 팬들의 노여운 마음을 풀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실망은 실망이지만 사건이 일어난 뒤 그의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을 했다. 

협회는 그의 사과에 진정성이 있기에 그에게 징계를 주지 않겠다는 이야기를 했다. 기성용의 사과문은 이렇다.


이 짧은 사과문에서 그의 진심을 느끼기란 어렵다. 너무나 죄송해서 말을 가려한다라는 느낌보다는 뭔가 형식적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이를 본 많은 사람들이 이 사과문을 그가 쓴게 아닌 그의 소속사에서 쓴거라는 느낌을 받고 있다. 사실관계야 어찌되었든 사람들이 이렇게 느끼는데 축협사람들이라고 다를 수는 없다. 하지만 축협은 거기에서 진정성을 느꼈나보다. 하지만 이를 보고 있는 팬들은 씁쓸한 기분을 느낄 수 밖에 없다. 

거기에 기성용이 대표팀을 위해 남겼던 공헌도를 인정한다는 부분도 상당히 기분이 나쁘다. 기성용은 분명히 2010년 남아공월드컵 예선부터 계속해서 핵심 미드필더로 활약을 해왔다. 그리고 첫 원정 16강이라는 기염을 토해냈던 공이 있다. 하지만 과연 그의 공이 과거의 이운재, 이동국의 그것과 비교를 해보았을 때 더 빛난다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운재, 이동국등은 2007년 아시안컵에서 음주로 물의를 빚어 1년 대표팀 자격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그 때의 이운재의 음주파문이 만약 지금 일어났다면, 공헌도를 생각해서 봐줄 수 있었을까?

대표팀에 해외파가 늘어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현상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다. 국내파와 해외파들의 융합이 무척이나 중요하지만 그들의 환경이 다르기에, 그리고 완전히 이해를 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수들의 결속력은 대표팀의 경기력과 직결된다. 2010년 월드컵의 프랑스가 그랬다. 물론 그 땐 감독이 문제였고, 한선수의 문제가 아닌 팀의 내분이었지만 우리나라에 이런일이 벌어지지 않을리 없다.

그리고 혹시라도 있을 대표팀 주요 선수들의 분란행동들에 대해 이제 더 이상 이를 규제할 징계를 내릴 수 없게 되었다. 좋지 못한 선례를 남겼기 때문이다. 어떤 분란행동을 하더라도, 이미 기성용에게 면죄부를 주었기 때문에 앞으로의 징계 기준은 기성용이 될 수 밖에 없다. 

홍명보 감독이 원팀, 원스피릿을 강조하면 무엇하겠는가. 축협은 그런 조직력을 일순간에 무마시키는 행동에 대해 면죄부를 던졌다. 그 죄의 크기가 크고 작음을 떠나 사과의 진정성도, 과거의 전례와도 맞아보이지 않는다. 그리고 이젠 좋지않은 선례를 남겼으니 앞으로도 혹시나 이런 상황에서 큰 문제를 남기게 되었다. 이 축협의 결정에 화가날 수 밖에 없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