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첫경기를 본 뒤, 볼프스 떠나야만 한다

Posted by Soccerplus
2013. 8. 5. 09:00 해외파 이야기/구자철


지난 토요일에는 손흥민, 구자철, 그리고 박주호가 나란히 지난 시즌과 다른 팀에서 첫 경기를 치뤘다. 손흥민과 박주호는 데뷔전이었고, 구자철은 임대 복귀후 첫경기였다. 세선수모두 경기에 출장하면서 이번 시즌 전망을 밝게했다.

많은 관심은 손흥민에게 쏠렸다. 그도 그럴 것이 후반전에 교체투입되어 1골 1어시스트를 넣는 맹활약을 펼쳤기 때문이다. 데뷔전에서 데뷔골과 어시스트를 기록했으며 움직임 자체가 뛰어나 상대 수비가 그를 마크하는데 애를 먹었다. 히피아 감독이 그의 체력문제를 거론하며 그를 아끼고 있다는 것도 알 수 있었다. 이번 경기는 많은 부분에서 긍정적이었고, 특히 첫 경기에서 데뷔골을 넣었다는데에 큰 의미를 주고 싶다. 

하지만 골을 넣은 손흥민에 비해 구자철에게 쏠리는 관심은 적었다. 골을 넣은 공격수와 중앙미드필더에 대한 관심의 차이는 당연한 것이지만, 구자철의 지금 입장이 팀과 맞지 않기에 조금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를 절실하게 원하는 팀이 있는 상황에서 구자철은 그간 우려했던 답답한 모습들을 모두 보여주었다. 단순히 그의 플레이가 답답하다는 것이 아니다. 전술적으로 볼프스부르크에서 구자철은 활약할 수 없는 구조였고, 이러한 예상은 실제로 정확하게 첫경기에서부터 드러났다. 

구자철이 타팀으로 이적을 하기 바랬던 이유는 그의 주 포지션인 공격형 미드필더에 팀의 에이스인 디에구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적시장이 열리기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와의 이적설이 잠시 돌기도 했지만 그는 이번 시즌 팀에 남을 것이 확실해졌다. 지난 시즌에도 10골 7어시스트를 혼자 기록하며 팀내 최다 골과 최다 어시스트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런 선수는 당연히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하고, 팀도 본인도 그것을 잘 알고 있다. 

문제는 디에구의 포지션과 구자철의 포지션이 겹친다는 것이다. 그리고 구자철은 이번 프리시즌동안 디에구의 자리가 아닌 중앙 미드필더의 자리로 내려와 포지션 변경을 시도했다. 경쟁이 아닌 공존이 새로운 키워드로 떠올랐다. 감독도 그를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고 프리시즌에 많은 시간을 디에구와의 공존에 투자했다. 볼프스부르크가 그리 나쁜 팀은 아니니 구자철이 남아도 나쁘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토요일의 경기를 보고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졌다. 일단 디에구의 볼터치횟수가 구자철의 그것에 비해 훨씬 더 많았다. 구자철은 디에구의 공존과는 거리가 먼 위치에서 뛰었다. 중앙 미드필더라기도 말하기엔 민망했고, 수비형 미드필더에 가까운 위치에서 뛰었다. 수비수의 바로 앞 위치였다. 디에구에게 연결되는 볼을 전달하는 역할보다는 좌우측면으로 벌려주는 패스를 많이 날렸다. 두 선수의 공존이라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거기에 선수들이 구자철에게 공을 잘 주지 않으려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구자철은 위치상 공을 가장 많이 잡을 수 밖에 없는 포지션이다. 하지만 그에게 패스가 잘 가지않았다. 디에구가 앞선 위치에서 많은 볼터치를 가져온 것과는 상반되는 부분이었다. 

그렇게 구자철은 후반 17분 교체되었다. 팀이 2:0으로 앞서게되자 구자철을 교체시켰다. 수비형미드필더자원인 메도예비치와의 교체였다. 팀이 앞서고 있을때면 수비적인 옵션과 교체가 될 수 있는 포지션이라는 것을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아우구스부르크시절, 구자철이 경기를 나올때면 무언가 모를 기대감이 들었다. 그에게 팀의 전력이 집중되었고 그 집중된 압박감속에서도 자신의 역할을 120%해내었던 선수였기 때문이다. 구자철이 볼을 잡으면 기대가 되었고 그 기대를 충족시켜주었다. 하지만 볼프스에서 그의 플레이는 그냥 안정적이구나 거기에 지나지않았다. 그냥 무난하게 시간을 보내는 느낌이었다. 

볼프스를 떠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디에구라는 경쟁자가 있는 상황에서 그에게 공격형미드필더의 자리가 주어질리 없다. 굳이 그가 조연이 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볼프스를 남는다는 가정하에 얼마전 주연이 아닌 조연이 돼라는 글을 썼지만 첫 공식경기에서 그의 위치가 의미있는 조연의 자리도 아님을 느꼈다. 그저 미드필더의 밸런스를 맞춰주는 역할이었다. 그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구자철은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미드필더이다. 

개인적일수는 있겠지만 구자철의 잠재력은 지금보다 훨씬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우리나라 국가대표팀을 위해서도 그가 공격형 미드필더 자리를 차지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그를 원하는 팀또한 있다. 굳이 그가 볼프스부르크에 남아 자신의 재능을 썩힐 필요는 전혀 없다고 생각한다. 아직 이적시장은 26일이 남아있다.